[우리말 톺아보기] 보이고 싶은 우리말

2020. 12. 16. 04:3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대학생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우리말'이 무엇인지 물었다.

'우리, 이모, 식구, 잘 먹겠습니다, 밥심, 책거리, 이사떡, 이웃, 정' 등이 나왔다.

이웃과 나누지 못한다면 존재의 의의가 없을 '이사떡'도, 부르는 말 '이모'도 나눔으로 소환된 말이다.

'책거리' 또는 '책씻이'는 책 한 권을 다 뗀 학생이 스승, 동료와 떡을 나누는 일로, 이 말에는 학생의 뿌듯함과 스승의 보람, 그리고 없는 살림살이에도 떡을 마련하신 어머니의 흐뭇함도 담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책거리 떡.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학생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우리말’이 무엇인지 물었다. ‘우리, 이모, 식구, 잘 먹겠습니다, 밥심, 책거리, 이사떡, 이웃, 정’ 등이 나왔다. 가만히 들여다 보니 공통점이 보인다. 모두 음식을 나누는 사람들과 관련된 것이다. 한솥밥을 먹는 ‘식구’, 먹기 전에 할 인사가 그러하다. 이웃과 나누지 못한다면 존재의 의의가 없을 ‘이사떡’도, 부르는 말 ‘이모’도 나눔으로 소환된 말이다. ‘밥심’으로 사는 한국인의 인사는 밥으로 시작해서 밥으로 끝난다. ‘밥 먹었어?’, ‘밥은 먹고 다니니?’, ‘같이 밥 한 번 먹자.’, ‘다음에는 내가 꼭 밥 살게!’는 같은 듯하지만 다른 인사말이다.

‘우리’는 한국인뿐만 아니라 이방인도 주목한 표현이다. 1890년에 언더우드가 쓴 '한영문법'은 외국인이 한국어를 배우도록 쓴 문법서이다. 이 책에서 언더우드는 한국말 ‘우리’를 영어로 상세하게 풀이했다. ‘우리란 말에는 여럿이라는 뜻뿐만 아니라 다른 의미도 있다. 한국인이 우리 집, 우리 아내라 하면 그것은 내 집, 내 아내의 공손 표현으로 이해해야 한다’라고 썼다.

학기가 마무리되는 때라 그런지, 여러 말 가운데 유독 ‘책거리’가 눈에 들어온다. ‘책거리’ 또는 ‘책씻이’는 책 한 권을 다 뗀 학생이 스승, 동료와 떡을 나누는 일로, 이 말에는 학생의 뿌듯함과 스승의 보람, 그리고 없는 살림살이에도 떡을 마련하신 어머니의 흐뭇함도 담긴다. 오늘은 이 어려운 때에 학업을 잘 마친 학생들과, 바뀐 환경을 이겨 내며 교육 현장을 훌륭히 지킨 이 땅의 많은 스승들과 함께, 책거리 떡을 마음으로 나눈다.

이미향 영남대 국제학부 교수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