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 방배동 모자 비극, 복지 안전망 허점 벌써 몇 번짼가

2020. 12. 1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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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아들과 함께 세 들어 살던 60대 여성의 죽음이 수개월 동안 방치됐던 사실이 14일 본보 보도로 알려졌다.

아들은 공책에 "우리 엄마는 몸마비로 돌아가셨어요. 도와주세요"라고 적었으나 한 복지사의 손길이 닿기 전까지 이를 살펴본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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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방배동 김씨 모자가 살던 동네의 모습. 쓰레기가 담벼락 사이에 쌓여있는 등 관리가 전혀 되지 않고 있다. 오지혜 기자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아들과 함께 세 들어 살던 60대 여성의 죽음이 수개월 동안 방치됐던 사실이 14일 본보 보도로 알려졌다.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은 어머니가 숨진 뒤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 채 거리로 내몰려 노숙자 신세가 됐다. 아들은 공책에 “우리 엄마는 몸마비로 돌아가셨어요. 도와주세요”라고 적었으나 한 복지사의 손길이 닿기 전까지 이를 살펴본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코로나19 탓이라고 하지만 어느 기관도 오랜 기간 이 집을 방문하지 않았고 어느 누구도 이 모자의 비극을 몰랐던 현실이 뼈아프고 충격적이다. 2014년 생활고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은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정부와 지자체, 정치권은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겠다고 공언해 왔지만 한국의 부촌인 서초구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의 그늘이 얼마나 깊고, 복지 그물망이 성긴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발달장애인 아들은 장애인 등록이 돼 있지 않아 시신 유기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혐의야 곧 풀리겠지만 아들이 장애인 등록을 통해 정부 지원을 받지 못했던 것은 값비싼 검사와 등록 비용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이 모자가 수년간의 건강보험료 체납에다 올해 3, 4월부터는 전기요금과 가스요금까지 내지 못했는데 서초구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도 현 복지 제도의 구멍을 또 한 번 확인시킨다.

이번 보도가 나간 후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대면 돌봄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며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기초생활수급자뿐 아니라, 1인 2인 가구의 돌봄도 챙겨야 할 필요성도 일깨워줬다”고 말했다. 그때뿐인 약속이 아니라,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돼 이런 비극이 계속되는지를 샅샅이 조사해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는 데 혼신의 힘을 기울이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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