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62] 말재주와 자기 생색
사마천의 ‘사기(史記)’ 장석지열전(張釋之列傳)에 나오는 이야기다. 우리의 세종에 비견할 만한 훌륭한 임금이었던 한나라 문제(文帝)가 한번은 호랑이 우리를 시찰했다. 그때 우리 관리인이 묻는 말에 대답을 잘하자 황실 동산을 모두 책임지는 상림령(上林令)으로 특진시키려 했다. 이때 공정한 일 처리로 명망이 높았던 장석지가 나섰다. “우리더러 저 관리인을 본받아 쉴 새 없이 떠들어대며 말재주나 부리란[喋喋利口] 말씀이십니까?” 이에 문제는 특진 명을 거뒀다.
마찬가지로 ‘사기’에 나오는 이야기다. 이번에는 문제의 아들 경제(景帝) 일화다. 어머니 두태후의 조카 두영(竇嬰)은 대장군을 지내는 등 황실에 공로가 많았다. 다만 자기 생각이 너무 강했다. 한번은 재상 자리가 비자 두태후가 두영을 천거했다. 그러나 경제는 어머니의 청을 단호히 거부하며 이렇게 말했다. “두영은 우쭐거리며 자기 생색만 낼 뿐이니[沾沾自喜] 재상의 중임을 맡기기 어렵습니다.”
한나라 역사를 말할 때 문경치세(文景治世)라고 하는 말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두 사람 모두 사람을 잘 알아보았기 때문에 그런 치세가 가능했다. 그 후로 중국 문인들은 간사한 자의 행태를 표현할 때 첩첩이구(喋喋利口) 접접자희(沾沾自喜)란 말을 즐겨 썼다. 어느 정권 때건 이런 인물들이 없는 적은 없었지만 그래도 지금처럼 많지는 않았다. 조국 전 장관은 재판 중인데도 쉴 새 없이 떠들어대고 그 후임 또한 우쭐거리며 자기 생색만 내다가 지금은 무슨 까닭인지 ‘침묵 모드’에 들어갔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정해지지도 않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통령 출마를 막겠다며 이른바 ‘윤석열 대선 출마 금지법’이란 것을 만들겠다고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 김진애 강민정 의원이 기자회견을 했다. 한술 더 떠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은 자신은 판사 퇴직 후 14개월 뒤에 출마했다며 판사까지 포함해 1년 동안 출마를 제한해야 한다고 ‘말재주’를 부렸다. 치세는 고사하고 난세(亂世)도 이런 난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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