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이탄희 "양승태 대법, 비판적 학술대회 저지 지시 거부하자 전보발령"

박은하 기자 2020. 12. 15.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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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임종헌 재판서
판사 출신 의원들 첫 증언

[경향신문]

이수진 의원, 이탄희 의원

판사 출신 이수진·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정에 출석해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인사발령 등 권한을 남용해 판사들의 비판적 학술모임을 막으려 했다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재판장 윤종섭)는 15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에 대한 재판을 열고 두 의원의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두 의원이 사법농단 관련 재판에서 증언한 것은 처음이다. 판사 시절 이탄희 의원은 사법농단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게 했으며 이수진 의원은 사법농단 피해자로 알려져 있다.

이수진 의원은 국제인권법연구회 내 소모임인 ‘인권 보장을 위한 사법제도 소모임’이 2017년 3월 열기로 한 학술대회를 막으라는 상부 지시를 거부했다가 2017년 2월 대법원 재판연구관 근무기간 3년을 채우지 못하고 대전지법으로 발령났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2017년 1월 이규진 당시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불러 “공동 학술대회를 하면 안 되니 막으라”고 지시했고, 자신은 “막으면 안 된다”고 답했다고 증언했다.

이 의원은 “당시 법관들이 위아래로 경직돼 있고 눈치를 많이 봤다”며 “연구관들이 위축됐고, 토론회에는 기존 학회나 소모임 활동을 하던 사람들 말고는 많이 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토론회에서 법관의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법관 인사 제도를 다룰 예정이었는데, 대법원이 이 의원의 인사발령으로 토론회의 힘을 빼려는 목적을 이뤘다는 주장이다. 2011년 설립된 국제인권법연구회는 대법원장의 인사권 독점에 비판적이었다.

이 의원은 당시 인사발령이 학회를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근무실적 부진에 따른 것이라는 법원행정처 측 주장도 반박했다. 재판연구관 시절 상사였던 이원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전날 재판에 출석해 “거의 매일 야근하는데 이수진 판사와 저녁을 먹은 기억은 잘 없다”고 증언했다. 이 의원은 “당시 이원 팀장과는 매번 부딪쳤다. 여성 법관들에게 해선 안 되는 언행도 했다”며 “저녁 먹기가 너무 불편해 따로 김밥을 사먹으며 일했다”고 말했다.

법원행정처는 학술대회를 막지 못하자 2017년 2월 여러 연구회에 중복 가입된 법관들은 한 곳만 남기고 정리하라는 공지를 법원 내부망에 올렸다.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약화시키려는 조치로 이해됐다. 임 전 차장 측은 규정에 따른 것이었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이날 오후 증인으로 출석한 이탄희 의원(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심의관)은 “법원행정처가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위장적 방법으로 해소하려고 했다”며 “국제인권법연구회 활동이 법관이 해선 안 될 일이 아니라고 대놓고 말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원행정처가 국제인권법연구회 해소 업무를 지시하는 것은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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