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질병청장 TV 노출 확 줄어든 이유
●한때 날마다 하던 대국민 소통, 최근엔 1주에 한 번 꼴
●12월 초 부상 후 약 2주 만에 공식석상 등장
●질병관리청 승격 후 내부 체제 정비 효과 분석
●“질병청장은 브리핑보다 방역총괄에 집중해야”
부상 회복 후 2주 만의 브리핑 복귀
정은경 청장은 한때 거의 매일 코로나19 관련 소식을 국민에게 직접 전했다. 1월 20일 우리나라에 코로나19 환자가 처음 발생한 날부터 시작해 2월 말까지, 질병관리본부장이자 방대본 본부장으로서 수시로 마이크 앞에 섰다. 코로나19에 국민 관심이 집중되던 시절, 정 청장 발언이 TV 뉴스 등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되면서 그는 '방역 야전 사령관'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국민 영웅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질병청 승격 후 내부 체제 정비 효과 분석
최근 한 달을 기준으로 보면 정은경 청장은 11월 16일, 11월 23일, 11월 30일, 12월 14일 직접 브리핑을 했다. 어깨 부상 직후인 12월 7일을 제외하면 한 주에 한 번 꼴이다. 질병청 사정에 밝은 한 대학 감염내과 교수는 이에 대해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은 현황 자료를 읽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현장에서 나오는 질의응답까지 소화해야 해 준비 시간이 오래 걸린다. 방역업무를 총괄하는 정은경 청장이 매일 브리핑에 나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아 횟수를 줄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박도준 전 국립보건연구원장(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도 3월 '신동아' 인터뷰에서 "감염병 위기 전체를 분석하고 전략을 수립해야 할 본부장(정은경 당시 질병관리본부장)이 하루 몇 시간씩 정례 브리핑 준비를 하는 건 비정상적"이라며 "원래 브리핑은 긴급상황센터장이나 감염병관리센터장 등이 하는 게 맞는데 그분들이 감염병에 문외한이나 다름없어 브리핑을 감당할 수 없다 보니 정 본부장이 혼자 고군분투한다"고 질타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질본이 질병청으로 재편되고 관련 직제가 정비되면서 비로소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방대본 브리핑을 담당하는 4명을 보면 정은경 청장과 권준욱 부본부장은 각각 의사다. 임숙영 단장은 간호사, 이상원 단장은 역학조사관 출신이다.
국민 소통 넘어 방역전문가 역할 다해야
정기석 한림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에 대해 "한쪽에선 제발 집안에 머물러 달라고 호소하는데 다른 쪽에선 소비쿠폰을 나눠준다. 이래서 코로나19가 잡히겠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우주 고려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도 "중대본에서 방역 완화 움직임을 보일 때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19 환자 급증세가 나타나는 걸 모두 보고 있다. 전문가들이 그러면 안 된다고 아무리 말해도 정책에 반영되지 않으니, 정 청장이 방역책임자로서 정부 안에서 좀 더 강력하게 목소리를 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최근 국내 코로나19 상황은 심상치 않다.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당장 입원할 수 있는 치료병상은 12월 13일 기준으로 전국에 48개뿐이다. 환자가 집중된 수도권의 경우 서울 5개, 인천 3개 등 총 8개 병상만 남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11월 29일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 기준이 충족됐음에도 '2단계+α' 결정을 내리는 등 방역 강화를 주저한 것이 현재 상황을 초래했다고 비판한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1월 29일 정부 결정 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질병관리청은 보건복지부 하부기관이 아니다. 독립성을 인정하고 (다른 부처와) 대등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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