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민의사색의창] 유튜브 전성시대
'좋아요, 싫어요' 단순 반응 요구
사실 검증보다 파급 속도 빨라
'참·거짓' 걸러낼 자정능력 필요
초등학교 2학년생인 손녀가 전화를 걸어왔다. 코로나19 사태로 서로 조심스러워 만나지 못한 것이 벌써 두 달에 가깝다. 나는 어린 것들이 바깥에 나가 놀지 못하고 방안에 들어박혀 있어야 하는 것이 안타깝다. 열 살도 되지 않은 손녀는 할아버지 감기 조심하시라며 부탁드릴 말씀이 있단다. 나는 무슨 일인지 궁금하다. 연말이 다가오는데 혹시 무슨 장난감 선물을 예약하려는 것이냐고 물으니, 손녀는 까르르 먼저 웃는다. 그리고는 제 동생과 함께 유튜브에 춤추며 노래하는 동영상을 올렸다고 자랑한다. 할아버지가 그걸 구경하고 ‘구독’을 눌러달라는 것이다.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좋다’는 표시를 하라는 요구다. 여섯 살 난 동생이 스마트폰을 들고 카메라맨 역할을 했고 큰 것은 그 앞에서 춤을 추며 노래를 불렀다는 것이다.
유튜브 등장은 미디어의 완전 개방을 의미한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누구나 간단하게 동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고 그것을 자기 손으로 유튜브에 올릴 수가 있다. 유튜브는 동영상 저장이나 재생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거대한 방송사가 텔레비전을 통해 일방적으로 내보는 방송을 앉아서 시청만 하던 시대와는 사뭇 달라졌다. 유튜브를 이용한 새로운 개념의 ‘1인 방송’이 가능해진 것이다. 열 살도 되지 않은 내 손녀가 둘이서 춤을 추고 그걸 휴대전화로 촬영하여 유튜브에 올리면서 그럴듯하게 제목까지 붙여놓을 정도다. 무엇이든지 자기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동영상으로 제작하여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미디어의 속성 자체가 열려 있음을 말해준다.
그런데 유튜브의 무한 확대에 대해 희망적이며 긍정적인 생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튜브의 동영상이 너무 짧고 자극적이다. 인기가 많은 동영상을 보면 대개 5분을 넘기지 않을 정도로 짧다. 유튜브에서는 복잡한 이야기가 통하지 않는다. 어떤 문제를 깊이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고 ‘좋아요’ ‘싫어요’라는 단순 반응만을 즉각적으로 요구한다. 이용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그 반응을 유도하는 데에만 집착하다 보면 자칫 가짜 영상을 만들고 거짓으로 이야기를 꾸며내어 흥미를 조작할 가능성도 커진다. 유튜브의 동영상은 거짓과 진실 여부를 따져보기도 전에 순식간에 그 반응에 따라 널리 퍼져나간다. 내용의 사실 여부를 검증하는 것보다 그것이 퍼지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 유튜브에는 가짜 뉴스가 많은 것처럼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나는 유튜브라는 미디어를 비판적으로만 보지 않는다. 유튜브 동영상이 짧고 알아보기 쉽다는 것은 약점이면서도 강점이다.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곳에서는 누구나 특별한 제약이 없이 자발적으로 동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려놓을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개인적 요소가 강하지만 개방과 공유를 통해 무한하게 그 파급력이 확장된다. 유튜브는 자기표현의 욕구에 만족하면서 자신의 재능이나 창의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물론 일부 동영상의 유해성에 대한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어떤 미디어도 다 겪는 일이지만 자체 내에서 좋고 나쁜 것, 거짓과 참된 것을 걸러낼 새로운 방법도 생겨날 것으로 기대한다.
나는 오늘도 어린 손녀 둘이서 새로 만들어 올린 2분도 안 되는 동영상을 되풀이 구경한다. 앞으로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되겠다고 하면서 자기 자랑에 수줍어하는 손녀의 춤솜씨에 감탄한다. 유튜브가 이런 어린 애들까지 그 매체의 품 안으로 쉽게 끌어들인 것이 놀랍다.
권영민 문학평론가 미국 버클리대학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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