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식의세계속으로] 코로나로 죽어가는 문화 세포

남상훈 2020. 12. 14.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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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시작해 거대한 혼란을 겪은 2020년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이 새로운 질병으로 지구촌에서 16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사회적 거리두기나 봉쇄 등 방역정책의 여파로 경제적 피해 또한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게다가 인명과 경제적 피해라는 그림자에 가려 제대로 여론의 관심조차 끌지 못한 분야가 문화다.

문화의 본질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일이기 때문에 코로나의 거리두기 정책은 문화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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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단절.. 유럽 문화계도 고사상태
예술가 한 명 탄생 위해 긴 시간 필요
코로나19로 시작해 거대한 혼란을 겪은 2020년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이 새로운 질병으로 지구촌에서 16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사회적 거리두기나 봉쇄 등 방역정책의 여파로 경제적 피해 또한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게다가 인명과 경제적 피해라는 그림자에 가려 제대로 여론의 관심조차 끌지 못한 분야가 문화다.

문화는 인간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부분을 가려낸 정수(精髓)에 해당한다. 문화의 본질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일이기 때문에 코로나의 거리두기 정책은 문화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수밖에 없다. 온라인 연결이 공연장이나 전시장의 느낌을 대충 전달할 수는 있지만 현장의 몰입이 주는 감동을 대체하기는 불가능하다.

유럽은 코로나 피해가 가장 심각한 지역 가운데 하나다. 봄의 봉쇄에 이어 가을·겨울의 2차 봉쇄로 문화계가 고사(枯死) 상태로 몰리고 있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의 경우 올해 절반 정도를 닫을 수밖에 없었는데 한 달 폐쇄하면 1000만유로의 손해를 본다. 국가가 운영하는 예술 기관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또 루브르처럼 세계적 명성을 지닌 박물관은 위기만 넘기면 관객들이 다시 찾을 것이다.

문제는 민간이 운영하는 중·소규모 문화 조직들이다. 예를 들어 클래식 음악의 성지 오스트리아 빈에는 국립오페라나 빈필 같은 탄탄한 기관도 있지만 관광객을 상대로 연주회를 운영하는 작은 오케스트라도 다수다. 올해 관광객이 철저하게 가로막힌 가운데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라는 호재도 지나가 버리고 이제는 조직의 생존조차 위협받는 상황이다.

플라멩코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역을 대표하는 노래와 춤의 종합 예술이다. 최근에는 남부를 넘어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 등 스페인 전역에서 플라멩코를 공연하는 카페나 바가 늘어났는데 봉쇄 정책의 여파를 버티지 못하고 속속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다. 플라멩코 연주자와 댄서들은 이제 코로나 시대 수요가 늘어난 택배로 전업을 고려해야 하는 기로에 놓인 것이다.

독일 베를린은 유럽에서 유명한 클럽의 메카다. 베를린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3분의 1이 클럽을 찾는 젊은이라는 통계가 이 도시의 명성을 잘 대변해 준다. 베를린의 클럽도 코로나 거리두기로 직격탄을 맞았다. 시의회가 클럽을 오락에서 문화시설로 변경시키는 등 제도적 노력을 아끼지 않았으나 누가 마스크 쓰고 춤추기를 원하겠는가. 베를린장벽 부근 공터와 폐허에 활기를 불어넣었던 클럽들도 하나둘 문을 닫는 중이다.

문화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정책 지원을 아끼지 않는 유럽이 이 정도면 다른 대륙 상황은 얼마나 심각하겠는가. 문화는 특히 장기적인 투자와 노력을 통해 한 사람의 연주자와 가수, 배우와 무용수, DJ와 화가가 탄생한다. 이들을 조직하여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업은 지난하고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이 문화 세포가 말라 죽으면 되살리기란 쉽지 않다.

코로나 시대에 쉽게 빠질 수 있는 함정은 개인의 생리적 삶에 집중하다 사회적이고 조직적인 삶의 취약성을 망각하는 일이다. 사회와 문화도 살아 숨 쉬는 관계의 네트워크라는 세포 덕분에 유지되며 이 세포도 사람처럼 죽을 수 있다. 삶을 풍요롭게 하는 문화 세포에 더 큰 관심을 가질 때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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