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지에서 칼 갈던 '인내의 문지기' 조수혁의 날이 왔다

황민국 기자 2020. 12. 14.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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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7경기 단 5실점만 내준 ‘선방쇼’
조현우 코로나19로 빠진 공백
완벽히 메우고 우승 향해 ‘점프’

울산 현대가 ‘어게인(Again) 2012’를 외치는 원동력에 수문장 조수혁(33)이 빠지지 않는다.

올해 K리그1에서 단 1분도 뛰지 않았던 백업 골키퍼인 그는 국가대표 골키퍼 조현우가 코로나19로 빠진 공백을 훌륭하게 메우면서 이름을 알렸다.

조수혁은 지난 13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빗셀 고베(일본)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준결승전에서 연장까지 가는 혈투에도 단 1실점만 하며 결승행을 이끌었다.

비욘 존슨과 주니오가 나란히 1골씩을 터뜨리며 2-1 승리의 주인공이 됐지만, 선방쇼를 펼친 조수혁도 주역으로 불리기에 충분했다. 상대의 전방 압박에 공을 뺏기거나 패스 미스가 나올 때마다 조수혁이 몸을 던지며 위기에서 벗어난 덕분이다.

조수혁의 활약상은 기록만 봐도 잘 드러난다. 조수혁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5경기)와 토너먼트(8강전·4강전)를 합쳐 7경기에서 단 5실점만 내주는 짠물 수비를 자랑한다. 특히 베이징 궈안과의 8강전에선 무려 8개의 슈퍼 세이브로 아시아 최고의 수문장이라는 갈채를 받았다.

조수혁의 ACL 활약상의 배경에는 그의 인내가 있다. 축구에서 특수 포지션인 골키퍼는 주전 골키퍼가 다치지 않으면 훈련 파트너로 시간을 보내기 십상이다. 조수혁도 2008년 FC서울에서 프로에 데뷔한 베테랑이지만 인천 유나이티드를 거쳐 울산에 둥지를 틀 때까지 K리그1 공식 출전 기록은 59경기가 전부다.

4년 전인 2016년 인천에서 주전급으로 26경기를 뛴 것을 제외하면 한 해 평균 2.7경기를 뛴 셈이다.

그럼에도 조수혁은 언젠가 자신에게 다가올 기회를 기다리며 실력을 갈고닦았고, 올해 ACL이라는 가장 큰 무대에서 주인공이 됐다. K리그1에서 단 1분도 뛰지 않은 선수라 경기력에 손색이 있을 것이란 예상을 기분좋게 틀어놨다. 조현우의 빈자리를 우려하던 김도훈 울산 감독도 “뒤에서 묵묵히 기다려왔던 조수혁이 잘해주고 있다”며 만족감을 감추지 않을 정도다.

조수혁은 이제 ACL 우승이라는 마지막 목표를 향해 내달린다. 그가 오는 19일 페르세폴리스(이란)와의 결승전에서도 선방쇼를 펼친다면 2012년에 이어 두 번째 우승컵을 울산 팬들에게 안길 수 있다. 조수혁은 “팬들에게 기쁨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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