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이제 빛봤다..김도훈 감독의 놀라운 선수단 관리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2020. 12. 14.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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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프로축구 K리그1 울산현대의 김도훈 감독이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고 있는 AFC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앞두고 훈련을 지휘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은 자서전인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통해 자신이 승승장구한 비결을 ‘디테일’이라 소개했다. 라커룸에서 데이비드 베컴을 향해 축구화를 던진 일화로 유명한 그는 사실 어린 선수의 생일과 세탁실 지원의 대소사까지 챙길 정도로 세심하게 선수단을 운영했다.

김도훈 울산 현대 감독이 카타르 도하에서 보여주고 있는 리더십의 핵심도 같다. 울산은 지난 13일 2020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준결승에서 일본의 빗셀 고베를 연장까지 가는 혈투 끝에 2-1로 꺾었다. 결승에 오른 울산은 이제 19일 결승전에서 이란의 페르세폴리스만 넘어서면 2012년에 이어 다시 한번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의 한 관계자는 “울산은 결승전을 앞두고 징계를 받는 선수가 하나도 없다. 한 달간 3일 간격으로 8경기를 치렀다고는 믿기지 않는 완벽한 선수 운영”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실제로 울산은 고명진과 김인성, 김태환, 이근호, 정승현 등이 경고를 한 장씩 받았지만 결승전 출전에는 어떤 문제도 없다. 김 감독이 경고를 받은 선수는 선발에서 빼면서 철저하게 로테이션 정책을 지킨 덕분이다. 결승전 상대인 페르세폴리스가 최소한 4명의 주전은 빠질 수밖에 없는 것과 비교된다. 페르세폴리스에서 이번 대회 팀내 최다 득점자(4골)인 골잡이 이사 알레카시르는 인종차별적 행동으로 반년간 출전정지 징계를 받은 상태고, 미드필더 바히드 아미리와 에흐산 팔레반은 경고 누적으로 결승전을 못 뛴다. 또 주축 수비수 쇼자 칼리자데가 최근 카타르의 알라얀으로 이적한 것도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김 감독의 세심한 리더십은 단판 승부인 토너먼트에서 가장 중요한 수문장 관리에서도 잘 드러난다. 울산은 올해 K리그1에서 단 1분도 뛰지 못한 백업 골키퍼 조수혁이 골문을 지키고 있다. 김 감독은 코로나19에 감염돼 국내에 머무르고 있는 국가대표 골키퍼 조현우의 합류를 고려했지만 조수혁에 대한 신뢰를 지키기 위해 과감히 포기했다. 4년간 울산 지휘봉을 잡았던 김 감독이 올해로 계약이 만료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김 감독은 울산에서 첫해 FA컵 우승을 품에 안았지만 3년간 무관에 그쳤다. 성적에 대한 목마름이 컸지만 눈앞의 경기보다는 선수들에 대한 배려를 기본으로 이번 대회를 풀어갔다. 흥미로운 것은 김 감독의 이런 용병술이 울산이 8전 전승으로 결승에 오르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다. 울산이 8경기에서 쏟아낸 20골 중 교체 투입된 선수의 득점이 절반인 10골이나 된다. 교체 선수가 만들어낸 득점으로 역전한 경기가 3경기, 역전승은 아니지만 교체 선수가 결승골을 만든 경기도 2경기에 달한다. 올해 울산이 전술적 승부수에 대한 비판을 받았던 것과는 딴판이다.

김 감독의 세심한 리더십은 이제 종장을 향해 달려간다. 그는 “결승전이 내 마지막 경기다. 반드시 이기고 돌아가고 싶다”며 울산과의 이별을 예고했다. 카타르 현지에서 직접 선수단을 지원하고 있는 김광국 울산 대표이사는 “계약 연장 여부 등에 대해선 아직 확정하지 않았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보자는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내년 동행 여부는 불확실하다. 김 감독의 리더십이 마지막 대회에선 어떤 결과로 마침표를 찍을지 궁금하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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