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色이 품은 신비

이규화 2020. 12. 14. 19:0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파랑(블루)은 기독교에서 성모 마리아를 상징한다.

왜 바다가 파랗고 하늘은 푸른색을 띠는가 하는 단순한 질문에서부터 파랑을 인지하는 인간 뇌의 작용, 파란색 동물들이 파랗게 보이는 물리화학적 원인 등을 파고든다.

파랑이 중세까지 인기가 없었던 데는 색이 어두운 것도 한 이유였지만, 더 결정적 이유는 자연에서 채취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츰 파랑을 만드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파랑은 선호될 뿐 아니라 신비의 색으로 신분이 수직 상승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블루의 과학 카이 쿠퍼슈미트 지음/반니 펴냄

파랑(블루)은 기독교에서 성모 마리아를 상징한다. 초월과 창의, 고독을 나타내는 색이기도 하다. 반면, '코로나 블루'라는 말처럼 내면적 침잠의 색이기 때문에 우울감을 표현할 때도 쓰인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파란색은 세계적으로 가장 선호되는 색이기도 하다. 옛날엔 그렇지 않았다. 중세 초기까지만 해도 블루는 선호되지 않았고 심지어 배척당하기도 했다. 로마시대에는 촌스럽고 품위가 없는 색으로까지 기피됐다. 파란색 눈동자를 지닌 이를 기품 없다고 폄하했다니 오늘날 색(色)심리와 거리가 멀다.

이 책은 파란색 해부서다. 파랑에 대한 화학적 물리적 생물학적 이해로부터 인간과 함께해온 역사까지 밟아간다. 왜 바다가 파랗고 하늘은 푸른색을 띠는가 하는 단순한 질문에서부터 파랑을 인지하는 인간 뇌의 작용, 파란색 동물들이 파랗게 보이는 물리화학적 원인 등을 파고든다. 파랑이 중세까지 인기가 없었던 데는 색이 어두운 것도 한 이유였지만, 더 결정적 이유는 자연에서 채취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솝이야기에서 여우가 따먹지 못하는 포도를 두고 신포도라고 여긴 심리와 비슷하다.

그러나 차츰 파랑을 만드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파랑은 선호될 뿐 아니라 신비의 색으로 신분이 수직 상승한다. 예술가들이 나섰다. 16세기 시스티나 대성당의 내벽에 최후의 심판을 그릴 때 미켈란젤로는 그야말로 '파랑 잔치'를 벌였다. 이 그림은 파랑에 대한 황홀경에 크나큰 기여를 한다. 이후 20세기 초 피카소도 4년여를 파랑에 심취한다. '청색시대' 그림은 그의 작품 중 가장 비싼 축에 든다. 파랑은 그러나 독도 품고 있다. 애거사 크리스티 작품에 나오는 청산가리는 18세기 프랑스 화학자 피에조르셉 마케가 프러시안 블루라 불리는 색을 만들다가 우연히 탄생시킨 물질이었다. 책을 읽다보면 색이 품은 신비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규화 논설실장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