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인도의 실리콘밸리 2000명 폭동, 아이폰 수천대 도난

인도 IT업계의 허브 '벵갈루루' 지역..상습적 임금 체불이 원인

13일(현지 시각) 인도 나라시푸라에 위치한 위스트론 공장 로고. /AFP 연합뉴스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벵갈루루의 애플사 아이폰 생산 공장에서 폭동이 일어나 생산 설비가 파손되고 휴대폰 수천대가 도난을 당했다. 인도 남서부 카르나타카주(州)의 주도 벵갈루루는 2000여개가 넘는 IT 기업이 거점으로 삼고 있는 인도 IT업계의 허브다. 이름값에 걸맞지 않은 극도의 저임금과 상습적 임금 체불이 폭동의 불씨가 됐다.

인도 일간 타임스오브인디아는 12일(현지 시각) 벵갈루루 북서부 나라시푸라에 있는 대만 기업 위스트론(Wistron)의 아이폰 생산 공장에서 야간근무를 마친 근로자 2000여명이 공장 내 생산 장비를 파손하고 차량에 불을 지르는 등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위스트론은 다른 대만 제조 업체인 폭스콘(Foxconn)·페가트론(Pegatron)과 함께 애플의 핵심 파트너사다.

12일(현지 시각)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벵갈루루의 애플사 아이폰 생산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공장 곳곳을 몽둥이 등으로 파손하고 있다. /타임스오브인디아 트위터 캡처

타임스오브인디아가 게시한 영상에 따르면 이들은 몽둥이로 공장 문과 유리창을 부수고 기물을 집어던져 공장 곳곳을 훼손했다. 공장 내 주차된 차량 상당수도 파손했다. 일부는 임원 사무실에 진입해 집기를 부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아이폰 수천 대가 사라지기도 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이번 폭동으로 43억7000만루피(648억원) 규모의 재산 피해가 난 것으로 추정된다. 현지 경찰 400여명이 투입되고서야 폭동이 진압됐다고 타임스오브인디아는 전했다.

폭동의 주 원인으로 극히 낮은 임금과 장기간 월급 체불이 꼽힌다. 타임스오브인디아에 따르면 해당 근로자들은 최근 수개월 동안 임금을 절반가량밖에 받지 못했다. 위스트론은 당초 대졸 엔지니어 직군 근로자에게 월 2만1000루피(31만원)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실제 급여는 월 1만6000루피(23만원)에 그쳤고, 최근에는 1만2000루피(17만원)까지 내려앉았다. 비(非)엔지니어 직군 일반 대졸 근로자는 이보다 더 적은 월 8000루피(12만원)를 받았고, 일부는 한 달에 500루피(7400원)밖에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르나타카 주 당국에도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위스트론의 임금 체불 사실을 알면서도 개입하지 않는 등 부당한 특혜를 제공했다는 이유에서다. 위스트론은 당초 주정부에 290억루피(4306억원)를 투자해 공장을 건설하고 1만명 이상을 고용하겠다고 약속한 뒤 17만㎡에 달하는 토지를 불하받았다. 하지만 위스트론이 직접 고용한 노동자는 1200명 남짓이었다. 약속된 나머지 인원은 자회사 6곳에 떠맡겼다. 주 당국은 “노사 간 의사 소통 문제가 있었다”며 “위스트론에 체불 임금을 지불할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