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료평가' 통과 바늘구멍..업계 부글부글

박윤균 2020. 12. 13.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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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의료기기 조기출시 위한
'혁신의료기술평가' 불만확산
'신의료기술평가' 높은 문턱
별도트랙 신설해 완화했지만
22개 신청에 4개 통과 그쳐
업계 "떨어뜨리려 만든 제도"
정부 "신의료기술 떨어지면
일단 넣어보는식 안돼" 입장
"혁신의료기술평가 트랙은 대통령이 얘기하니 '규제 혁신을 한다'고 만들었지만 사실은 떨어뜨리기 위해 존재하는 제도다."

의료 플랫폼 전문업체인 A기업 관계자가 지난해 보건복지부와 산하기관인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도입한 '혁신의료기술평가 제도'에 대해 내린 평가다. A기업뿐만이 아니다. 의료기기를 시장에 출시하려면 꼭 거쳐야 하는 기존 신의료기술평가 통과가 너무 어렵다는 업계 호소에 규제 완화 차원에서 이보다 덜 까다로운 승인조건을 내걸고 만든 게 혁신의료기술평가인데도 여전히 "바늘구멍 통과하기만큼 어렵다"는 게 혁신의료기술평가 신청을 준비하거나 이미 신청한 많은 의료기기업체의 불만이다.

보건의료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혁신의료기술 별도 평가 제도가 도입된 뒤 총 22개 기술의 지원서를 접수했다. 이 중 혁신의료기술로 인정받은 사례는 4개에 불과했고 15개 기술은 탈락했다. 3개 기술은 평가가 진행 중이다. 첨단 의료기기가 신속하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된 혁신의료기술평가 제도 승인율이 18.2%에 그친 셈이다. 혁신의료기술평가보다 통과가 더 어렵다는 신의료기술평가 제도는 지난해 136건 신청이 들어왔고 이 중 34건이 신의료기술로, 28건은 기존의료기술로 인정받았다. 36건이 탈락했고 38건은 자발적으로 취하하거나 반려됐다. 신의료기술로 평가받은 승인율이 25% 수준이다. 승인율로 보면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하기 힘들고, 통과하지 못한 의료기기도 시장에 신속하게 진입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만들어진 '조건부 신의료기술평가'인 혁신의료기술평가 승인 문턱이 더 높은 비정상적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셈이다. 의료기기업체 관계자는 "규제 벽을 대폭 낮추겠다는 기존 취지와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대부분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을 거쳐 안전성 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온 의료기기인데도 이렇게나 많이 떨어지는 혁신의료기술평가 트랙이 존재할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혁신의료기술평가를 주관하는 보건의료연구원 관계자는 "혁신의료기술평가 트랙을 신설하게 된 목적은 첨단 의료기술 개발주기가 빨라지면서 임상시험 등의 결과를 기다리다가 사장되는 의료기기 개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라면서도 "해당 트랙이 (신의료기술평가에서 탈락한 의료기기의 시장 출시를 위한) 재신청 창구처럼 여겨지는 문제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혁신의료기술로 인정받기 위한 전제조건이 안전성 확인인데 실제로 환자에게 적용했을 때 안전한지 보장할 수 없는 사례도 있었다"며 "신의료기술평가 제도에서 떨어지면 일단 넣어보는 사례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신의료기술평가에서 탈락하더라도 의료기술에 대한 잠재성 의견서를 추가로 제출하도록 해 잠재성을 위주로 평가하겠다고 한 게 혁신의료기술평가"라며 "그런데 잠재성을 평가하는 기준이 모호해 결국 신의료기술평가와 마찬가지로 유효성이라는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또 혁신의료기술평가 트랙 평가 위원들이 공개되지 않는 것과 관련해 해당 위원들이 혁신의료기술을 선별해낼 전문성이 있는지도 의심스럽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이에 보건의료연구원 관계자는 "의사, 의공학자, 공학자 등 공학·의료·환자적 관점에서 전문성이 있는 사람들로 학계별 추천을 받아 평가위원회를 구성한다"며 "명단 공개를 하지 않는 이유는 로비 가능성이 있고 제도에서 탈락했을 때 해당 기업에서 무수한 항의를 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혁신의료기술평가 제도는 지난해 3월 복지부가 '신의료기술평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공포·시행하면서 도입됐다. 혁신의료기술은 안전성은 인정되지만 임상적 효과에 관한 근거가 부족한 기술 중 잠재적 가치가 인정된 신의료기술을 뜻한다. 승인받으면 3~5년간 한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이후 의료기술 유효성 재평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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