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진단건수, 인구 비슷한 英 10분의 1..무증상 감염자 활보
1천명당 진단건수 0.55명뿐
늑장 거리두기 상향도 문제
1·2차 유행땐 특정집단 감염
3차 '깜깜이 환자' 곳곳 속출
전문가 "무증상감염 끊으려면
검사건수 지금보다 3배 늘려야"
◆ 코로나 방역 최대 위기 ◆
지난 1월 20일 국내에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후 일간 신규 확진자가 처음으로 1000명을 넘어서면서 통제 불능 상황으로 감염자가 폭증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유행 초기에 경제적 영향을 감안해 강력한 대응 조치를 주저한 정부 실기로 감염 경로가 파악되지 않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일상 감염까지 속출하면서 감염자가 일간 2000~3000명으로 치솟을 수 있다는 진단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3차 대유행 확산의 주된 원인으로 외국에 비해 진단 검사 수가 과도하게 적다는 점과 한 박자 느린 정부 대응(사회적 거리 두기 상향 등)을 한목소리로 지적하고 있다. 3차 대유행을 진화하려면 지금이라도 진단검사 건수를 대폭 늘려 '무증상 감염자'를 신속히 찾아내는 한편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를 당장 최고 수준인 3단계로 올려야 한다는 주문이다.
1, 2차 유행 당시에는 명확한 타깃집단(대구 신천지 예수교 증거장막성전 등)을 중심으로 집단 감염이 확산된 만큼 해당 집단에 대한 집중적인 검사를 통해 빠른 방역 대응이 가능했다. 하지만 3차 유행이 번지고 있는 현재는 소모임이나 대중이용시설 등 일상생활 속 감염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전국적으로 검사 건수를 대폭 늘리지 않으면 감염 확산세 조기 차단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증상이 없는 무증상 감염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방역 대응에 어려움을 더하는 요소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무료 검사의 경우 증상이 있는 사람만 받을 수 있다고 제한했기 때문에 무증상 확진자가 계속 늘고 있다"며 "방역 핵심은 무증상자를 찾아내는 것인데 증상이 있는 사람만 검사하니 무증상 감염자가 이미 지역사회에 많이 퍼져서 어떤 환자가 선행 환자고 누가 2차 감염자인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가 됐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의료계의 이같은 지적에 14일부터 3주간 수도권 지역내 임시선별진료소 150여개를 설치·운영하기로 했다. 확인이 어려운 무증상자를 조기 발견하겠다는 목표로 정부는 증상여부와 무관하게 익명으로 무료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검사 건수를 크게 늘려 자신도 모르게 감염된 사람들의 감염 고리를 끊지 않으면 확산세를 잡을 수 없다. 모델링 결과를 보면 일간 신규 확진자가 2000명 넘게 나올 수 있다"며 "현 추세라면 자택에서 기다리다 사망하는 환자가 나올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은 병상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발생 환자 수를 줄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기 교수는 "검사 건수를 크게 늘려 자신도 모르게 감염된 사람들의 감염 고리를 끊지 않으면 확산세를 잡을 수 없다"며 "우리나라가 양성률(검사 건수 대비 확진 건수) 1%대를 계속 유지하려면 검사 건수를 3배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그동안 양성률을 1% 아래로 유지해왔지만 최근 3%로 급격히 치솟은 상태다. 지난주 말엔 미국과 비슷한 수준인 4~5%로 올라갔다.
사회적 거리 두기 상향 등 정부의 한 박자 느린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많다. 정부가 경제적 여파를 고려해 방역 조치에 지나치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도리어 더 큰 피해를 불러오고 있다는 것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바이러스 전파는 최대한 빨리 막아야 하는데 매번 정부 결정이 48~72시간가량 지연됐다.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그 시간에 적어도 한두 번의 n차 감염이 일어난다"며 "이 n차 감염이 요양원과 같은 고위험군 시설에서 발생하면 수십 명씩 감염되고 그중 일부는 어떤 방법을 사용해도 사망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뒤늦게 병상 확보 계획을 발표했지만 현재 3차 유행 확산세가 계속될 경우 의료진의 '번아웃'으로 인해 의료 시스템 마비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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