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검토 3대기관 "중대재해처벌법 반대"

한우람 2020. 12. 1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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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조사처·법무부·법원행정처
"전과자만 양산하는 과잉 입법"

◆ 기업징벌 3법 쓰나미 ④ ◆

의원입법을 통해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해 법률 전문가인 국회 법사위 전문위원·법무부·법원행정처 등이 "해당 법안은 다방면에서 과잉 입법 문제를 안고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지적에도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이 조만간 임시국회를 열어 해당 법안 처리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대로 법률이 통과되면 억울한 기업인 전과자만 양성되고 이에 따라 사업을 접는 영세기업이 속출할 것"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13일 매일경제는 강은미 정의당 의원, 박주민·이탄희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재해처벌법에 대해 국회입법조사처가 국회 법사위에 제출한 법률 검토안을 단독 입수했다. 해당 검토안에는 국회 법사위 전문위원·법무부·법원행정처 의견이 담겨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취지는 맞지만 과잉 입법은 문제"라는 점을 지적했다. 우선 처벌 대상인에 대한 의무 부담 범위가 과도하다는 분석이다. 법사위 전문위원은 "형사처벌의 전제가 되는 위험 등 방지 의무를 부담하는 경영책임자에 법인의 모든 이사 등을 포함시키는 것은 과잉 입법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 밖에 "사회적 물의라는 의미가 모호해 과도한 범위 확장 우려가 있다"(법원행정처)거나 "법인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 등 의무 부담자 요건은 처벌 구성 요건임에도 내용이 불분명해 명확성 원칙에 위배될 우려가 있다"(법무부)는 등의 의견도 나왔다.

또한 과도하게 넓은 안전·보건 조치 의무 부담으로 인해 "의무에 대해 책임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우는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법은 실제 의무를 위반한 자에 대해서만 처벌하도록 하는 '책임주의 원칙'이 기본이다. 법사위 전문위원은 "결과 책임을 인정할 경우 책임주의 원칙에 위반될 뿐 아니라 기업활동 위축으로 이어질 염려가 있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법무부와 법원행정처 역시 "명확성 원칙 위반 여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아울러 벌금 가중처벌 기준이 '전년도 수입 혹은 매출액의 10분의 1 범위'로 특정한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우람 기자]


황당한 중대재해법…하도급 업체 사고까지 '연좌제' 처벌

입법검토 기관이 본 3대 독소조항

① 연좌제
원인 무관하게 사업주에 책임
형사처벌 대상 과도하게 확장

② 낙인찍기
중대재해 1건에도 '죄인' 취급
기업활동 전체 가중처벌 논란

③ 복불복
포괄의무 규정에 걸면 다 걸려
사고 안나게 해달라 기도할 판

강은미 정의당 의원 등이 발의하고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조만간 임시국회를 열어 강행처리를 예고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 취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분명히 형성돼 있다. 문제는 법안이 담고 있는 내용이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법안은 형사법 체계에 맞지 않는다. 처벌 대상이 명확히 입증됐을 때 처벌하는 것이 바로 형사법 기본원칙인 '책임주의원칙'이다. 그런데 포괄적으로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할 경우 인과관계는 따지지 않고 결과론적 얘기만 늘어놓는 이른바 '결과책임'을 인정하게 된다.

13일 매일경제가 단독으로 입수한 강은미 의원, 박주민·이탄희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재해처벌법에 대해 국회입법조사처가 국회 법사위에 제출한 법률 검토안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 해당 검토안에 담긴 국회 법사위 전문위원·법무부·법원행정처 등의 의견은 한결같이 "이 법은 과잉입법 소지가 다분하다"이다. 이 때문에 재계는 재해처벌법에 대해 "해당 법안을 철회하고 산재 예방을 위한 기업 노력을 인정하고 정책적 지원 등을 요청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기업들은 잇단 산재 사망 사고로 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따가운 데 대한 인식은 명확히 하고 있다.

최근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가 즉각 최정우 회장 명의 사과문을 발표하고 안전 분야에 기존 1조1000억원에 더해 추가 1조원 투자 방안을 발표한 것은 대표 사례다.

이런 상황에서 강행이 이뤄지고 있는 재해처벌법에 대해 재계는 해당 법을 전근대적인 '복불복' '연좌제' '낙인찍기' 법으로 인식하고 있다.

먼저 재해처벌법이 통과될 경우 기업은 사고가 나지 않기를 기도하며 '기우제'를 지내야 한다. 재해처벌법은 산업 안전·보건 의무를 구체적인 예시를 들지 않고 포괄적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 등 국내 주요 경제단체 30곳은 지난달 성명을 통해 "안전관리수준이 높은 대기업조차 수백~수천 건 법 위반사항이 적발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실적으로 현장에서 사고가 전혀 나지 않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것이다. 법사위 전문위원은 "사업주 등이 부담하는 유해·위험방지의무 내용이 명확하지 않아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책임주의원칙에 위반되는 결과책임을 인정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기업은 사고가 나지 않기를 하늘에 빌어야 할 따름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코로나19라는 중대한 재해에 대해 원인과 대응노력 등은 인정하지도 않고 결과만 놓고 국정 책임자를 처벌하는 법안이 있다면 전근대적인 야만법일 것"이라며 "재해처벌법이 기업에 지우는 것이 이와 다를 것이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재해처벌법이 '연좌제'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 역시 문제다. 사고 원인과 무관하게 결과책임을 사업주에게 묻는 한편 하도급기업 사고 책임마저 원도급기업 사업주에게 묻는다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이근우 가천대 교수는 "원도급 사업자에게 공동책임을 묻는 것은 연대책임이라는, 적어도 우리 형법학이 극복했다고 믿었던 전근대적 형벌 부과방식을 복귀시키려는 것"이라며 "단지 수장이라는 이유만으로 형사책임 주체가 된다고 보는 것은 고대 관습에서 비가 오지 않는다고 왕을 제물로 바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재해처벌법은 '낙인찍기' 법이기도 하다. 우선 중대재해 발생 시 벌금을 전년도 수입·매출액의 10분의 1 범위 내에서 가중할 수 있다. 재계는 "중대재해 1건이 발생한 데 대해 해당 기업을 죄인으로 낙인찍고 기업 활동 전체에 대해 벌을 내리는 꼴"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박주민 의원 발의안은 '사고 이전 5년간 사업주 등이 위험방지의무 관련 법을 3회 이상 위반했을 경우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것으로 인과관계를 추정'한다고 규정돼 있다.

[한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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