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인 160km' 엄정욱, 왜 KBO리그는 150km 파이어볼러가 귀할까 [오!쎈 인터뷰]

홍지수 2020. 12. 1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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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인천, 홍지수 기자] SK 투수 출신으로 '파이어볼러'로 이름을 알렸던 엄정욱(왼쪽)은 현역 시절을 함께 보냈던 홍명찬 코치와 유소년 육성에 힘쓰고 있다.

[OSEN=인천, 홍지수 기자] 왜 KBO 리그에는 155km가 넘는 강속구로 상대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파이어볼러' 투수가 귀한가.

은퇴 후 인천 남동구에서 ‘베이스볼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는 엄정욱(39·전 SK 와이번스)은 현역 시절 국내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진 투수였다. 시속 158km까지 던졌으며 비공인 시속 160km까지 나왔다.

KBO리그에는 평균 150km가 넘는 직구를 던지는 국내 투수를 보기가 어렵다. 최근에는 조상우, 안우진(이상 키움), 고우석(LG) 정도 뿐이다. 최고 구속으로 150km 초반의 패스트볼을 던지는 투수는 있지만, 평균 150km 이상 구속이 꾸준히 나오는 투수를 찾아보기 어렵다. 일본 프로야가는 155km가 넘는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들이 계속해서 나오는 것과 대조적이다. '파이어볼러'의 대명사였던 엄정욱이 국내에서는 강속구 투수가 드문 현실을 짚어봤다. 

# 꾸준한 트레이닝으로 스피드 업 가능하다

평소 제이콥 디그롬(뉴욕 메츠), 저스틴 벌랜더(휴스턴 애스트로스) 등 메이저리그 강속구 투수들의 투구를 살펴본다는 엄정욱은 “메이저리그 강속구 투수들은 시속 150km 이상 던지면서 10년 넘게 어떻게 안 다치는지 궁금했다. 투구 폼을 잘 살펴보고, 그들만의 공통점을 찾아 본다”고 말했다. 

엄정욱은 현역 시절 KBO 리그 최고 강속구 투수였지만 팔꿈치 통증으로 수술만 4차례를 받으며 건강하게 보내지 못했다. 그 아쉬움이 크기 때문에 프로 꿈나무들만큼은 건강하고 강한 선수로 만들어보겠다는 각오가 있다. 그는 ‘꾸준한 트레이닝’을 강조했다.

엄정욱은 “꾸준하게 트레이닝을 받은 학생들을 보면 1년 내내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꾸준한 트레이닝이 쉽지 않을 수도 있지만, 필요하다. 반복된 트레이닝이 몸에 배어 있어야 자세도 잘 나온다”고 말했다.

"강속구 투수는 신이 내린 선물이다" 투수를 육성하는 야구인 다수가 이 말에 공감한다. 그러면서 ‘파이어볼러’가 드문 점을 아쉬워한다. 어느 정도 타고나는 부분도 있지만, 어릴 때부터 트레이닝을 꾸준하게 잘 받는다면 강속구 투수가 될 수 있다는 게 투수 출신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꾸준한 트레이닝으로 건강한 몸을 만들고, 많은 캐치볼을 통해 강속구 투수가 될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엄정욱은 “가장 중요한 것은 트레이닝이다. 어느 부분에서 회전을 해야 하는지, 힘을 써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버틸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OSEN=가고시마(일본), 최규한 기자] 2014년 11월 일본 가고시마현 사쓰마센다이시 종합운동공원 야구장에서 SK 와이번스의 마무리훈련이 진행됐다. SK 엄정욱이 캐치볼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 근력 강화, 기초 공사가 중요하다 

2020시즌 종료 후 은퇴를 한 투수 윤희상(35·전 SK 와이번스)는 “최근 최일언 코치님 기사를 봤다. ‘선수들이 많이 약하다. 운동량이 부족하다’고 하셨다. 나도 어린 선수들을 보면서 많이 느낀다. 운동량이 많이 줄었다. 운동량이 중요하다. 요즘 어린 선수들을 보면 근력이 약하다. 미국, 일본 전지 훈련과 아카데미를 다니면서 느낀 점은 확실히 한국이 운동량이 적다. 디테일, 강도 모두 부족하다. 이런 점들이 영향이 클 것이다”고 분석했다. 

강한 공을 던지려면 기본적으로 몸 상태가 강하게 잘 만들어져 있어야 한다. 엄정욱은 오랜 시간 야구를 하고, 선수들을 가르친 인물들이 보고 듣고 느낀 바를 분석해 정리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 야구의 미래를 위해 기초 공사를 튼튼하게 하고자 한다. 

엄정욱은 “예를 들어 한국을 대표하는 투수 김광현이 1년 동안 30경기를 나간다고 하면 대략 3000개의 공을 던지고, 이 중 슬라이더를 1000개 정도 던진다. 그런데 프로 무대를 꿈꾸는 선수들은 그 정도 연습도 하지 않고, 김광현처럼 되겠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선수들이 캐치볼을 많이 안 한다. 뛰기만 한다. 기본적으로 캐치볼을 많이 해야 한다. 선수 때 함께 뛰었던 정우람과 송은범을 보면 캐치볼을 꾸준히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트레이닝을 잘 받아 근력을 잘 만들고, 캐치볼을 많이 해야 강한 공을 던질 수 있는 기초 공사가 완성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마추어부터 잘못되어 있다. 윤희상은 “중고등학교 친구들을 보면 근력이 약하다. 하드웨어는 확실히 좋아졌지만, 좋은 공을 던지려면 기본적으로 근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캐치볼을 많이 해야 한다”고 엄정욱과 같은 생각을 전했다. 

1993년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고 2005년부터 지도자로 변신한 김현욱 전 LG 투수 코치도 같은 생각이다. 김 코치는 최근 서울 강동구에 ‘야구 교실(몸 편한 야구)’을 열었다. 어린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그는 “몸이 연습량을 버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탈이 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기본기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강한 공을 던지지도 못한다. 어릴 때부터 튼튼한 몸을 만들어둬야 한다. 그래야 프로 무대에 가서도 경쟁력을 보여줄 수가 있다”고 조언했다.

/knightjis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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