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돌려받지만 오염 첩첩산중.."정부, 대국민 사기극"

2020. 12. 1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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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 환경오염 책임·정화 비용 입장 팽팽히 맞서
12곳 모두 오염..1곳은 토양오염우려기준 초과
정부 '선 반환·후 비용 청구'..'美 면죄부 줘' 비판
정부는 11일 미국과 SOFA 화상 합동위원회를 열고 11개 미군기지와 용산기지 2개 구역 등 전국 12개 미군기지를 반환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 용산의 옛 미군장교숙소 5단지 전경. [헤럴드DB]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서울 용산기지 일부를 비롯해 주한미군이 사용하던 기지 12곳을 돌려받았지만 반환 기지 내 오염 정화라는 큰 과제가 남았다.

일각에선 한국이 미국에 오염정화 책임의 면죄부를 준 격이라며 정부의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비판마저 제기된다.

▶美, SOFA 근거 “반환시 오염 정화 의무 없다”=한미는 11일 제201차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합동위원회를 화상으로 열고 11개 미군기지와 용산기지 2개 구역 등 12개 기지 반환에 합의했지만 환경오염 책임과 정화 비용을 놓고는 평행선을 달렸다.

이날 반환하기로 한 12개 기지 모두 유류와 중금속 등 오염이 확인됐으며 특히 1개 기지에서는 국내법상 토양오염우려기준을 초과하는 오염이 확인됐다.

일단 정부는 오염 정화 책임을 비롯해 주한미군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기지 환경관리 강화 방안을 미측과 지속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확인된 오염에 대한 정화책임에 있어 한미 간 이견이 있다”며 “반환 이후 오염 정화 책임, 사용 중 기지 환경관리 강화방안 마련, SOFA 관련 문서 개정 가능성에 대해 계속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환경분야와 관련해 공동의 오염관리 기준 개발, 평상시 공동 오염조사 절차 마련, 환경사고시 보고 절차 및 공동조사 절차에 대한 개선을 협의해나갈 예정”이라며 “오염 정화 책임에 대해서도 해결 방안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특히 ‘SOFA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 양해각서’에 따라 건강에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KISE)에 해당하는 오염에 대해서는 미측이 정화 비용을 부담해야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이 ‘지난 70년간 10만명당 1명이 암에 걸리는 수준의 오염’을 기준으로 내세우는 반면 미국은 ‘최근 3~5년 내 발병이 확실한 수준의 오염’이 KISE에 해당한다며 맞서고 있다.

미국은 특히 시설과 구역을 반환할 때 미군에 제공됐을 당시 상태로 원상회복이나 보상할 의무를 지지 않는다고 규정한 SOFA 제4조를 근거로 기지를 반환할 때 오염 정화 의무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환경부 관계자는 “KISE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과 환경조사 및 위해성 평가 결과 확인된 오염이 KISE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양측 간 이견이 존재한다”면서 “미측과 KISE를 판단할 정량적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 과제이며 수용 가능한 협의 결과 도출을 위해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협의 지속한다지만…“국민 기만” 비판=정부의 미군기지 ‘선 반환, 후 정화 비용 청구’ 방침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국민 건강 보호 차원에서 오염 정화가 먼저라며 책임과 비용 등은 향후 한미 간 협의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관련 외교부 관계자는 “미측과 협상이 어려운 현실적 여건에서 해당 지역 주민 안전과 건강을 위해 오염 정화를 시급히 추진해야 하는 상황 등을 감안해 국민 건강 보호를 최우선 고려해 기지를 우선 반환받아 우리 측이 먼저 오염을 정화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오염 정화 책임과 비용 등에 대해서는 앞으로 한미 간 협의를 계속하면서 해결방안을 모색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불평등한 한미SOFA개정 국민연대’ 등 시민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한미 간 협의를 지속한다며 미측에 오염 정화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정부의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현 SOFA 환경 조항과 절차에는 시설구역을 반환한 이후 책임을 묻거나 추가 협의를 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며 “협의 지속을 핑계로 오염된 기지를 우선 돌려받고 나중에 책임을 묻겠다는 정부 입장은 철저히 국민을 기만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오염이 심각한 서울과 경기, 강원, 경북 미군기지 총 12곳을 정부는 협상 개시 1년만에 돌려받았다”며 “SOFA의 미군기지 반환 절차상 환경 정화 조치 이행 요구와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함에도 1년 만에 협상 개시, 조사, 반환까지 이뤄졌다는 것은 사실상 정부가 협상을 포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앞서 반환된 미군기지 가운데 국방부가 정화를 완료한 기지는 24곳으로 약 2200억원의 정화비용이 투입됐다.

작년 반환된 4개 기지 중 설계를 완료한 기지는 3개인데 정화비용은 약 980억원에 달한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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