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병상부족, 어쩌다 이 지경'..의사출신 與의원의 쓴소리
"중환자 병상 곧 포화..숨져야 병실 생기는 상황 될라"
"당국 노력에도 민간대학병원 병상 내놓기 쉽지 않아"
"중환자 이전·퇴원 기준 완화, 수가상 인센티브 필요"
"전담병원 설치해야..공공병원 예타 문턱 낮춰줘야..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지난 7월 대정부질문 때만 해도 정부가 하루 1000명의 코로나19 확진자 발생까지 대비해 의료인력과 병상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3차 대유행이 오고 보니 이제서야 인력과 병상을 준비하고 있는 겁니다. 제가 여당 의원이긴 하지만, 정부에 쓴소리를 하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의사 출신으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이데일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중증환자 병상 부족 문제가 최악의 상황까지 온데 대해 정부를 질타하는 목소리를 냈다. 신 의원은 7월 대정부질문에서 정부 측에 코로나19 재유행에 대한 대비책을 집중 질의했었다.
최근 코로나19 3차 재유행에 따른 현장 점검을 다녀온 바 있는 신 의원은 “지금 수도권 내 중증환자 병상이 몇 개 남지 않았고, 지금 추세로 봐선 조만간 포화상태가 될 것”이라며 “어느 순간이 되면 환자가 사망해야만 병실이 나는 그런 상황이 오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방역당국도 노력하고 있는 걸 안다”며 “병원장들을 찾아다니며 협조를 구하고 있으며, 그 결과 오늘 발표한 대로 일산병원 등 공공병원에 병상 1000개를 확보했고 고대안암병원 등 민간 대학병원에도 중환자 병상을 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신 의원은 “병원장들도 어쩔 수 없이 몇 개씩 병상을 내놓고 있지만 그들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며 “지쳐있는 의료진에게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을 내놓자고 설득해야 하고, 이는 경영이라는 측면에서도 쉽지 않은 결정”이라고 했다. 이어 “이렇다 보니 민간병원들은 공공병원이 거점전담병원 역할을 도맡으라고 하고, 공공병원들은 이제는 민간병원도 함께 감당해달라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중환자학회 등과 면담해 보니 대학병원들은 코로나19 환자를 받으려면 다인실로 돼 있는 중환자실을 거의 통째로 비워야 하는데, 이 경우 다른 중환자를 받을 수 없는데도 많은 병상을 비워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며 “인력 측면에서도 코로나19 중환자를 보는 의료진이 다른 환자를 볼 수 없다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코로나19 환자가 수용하고 있다는 오명도 함께 감수해야 하니 병원들로서는 굳이 손 들고 나설 유인이 없는 셈”이라고 했다.
신 의원은 이에 대해 “공공병원 병상률이 10%도 채 안되는 우리 의료시스템이 낳은 참혹한 결과”라며 “이제는 국립대병원 등에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만을 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며, 그래야 다음 번 감염병 사태를 맞았을 때에는 이런 일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지금의 병상 부족 사태를 풀 수 있는 해법으로 “중환자 병상에 대한 턴오버(회전율)를 효율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증증환자가 전원이나 퇴원할 수 있는 기준을 다소 완화해야 한다는 것. 신 의원은 “이 요건을 너무 타이트하게 할 경우 증증 병상에서 일반병실이나 생활치료센터로 옮기기가 힘들어진는 만큼 전원 기준을 유연하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코로나19 치료에 따른 수가 조정으로 민간 대학병원 등에 인센티브를 더 줘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신종 감염병에 대한 수가체계는 일반환자 치료와는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며 “예를 들어 같은 맹장수술이라고 해도 코로나19 환자와 일반환자에 들여야할 시간과 에너지가 완전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가상 메리트가 없다면 코로나19 환자에 대한 적극적 시술이나 수술 등을 회피해 다른 병원으로 돌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런 감염병 수가체계 전면 개편에 더해 의료진에 대한 위험수당을 현실적으로 높이는 시스템 정비도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이는 재원상 어려움이 따르는 만큼 정밀한 검토와 설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신 의원은 “다음 감염병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지역별로 전담병원을 설치해야 한다”며 “이 경우 결국 공공병원이 지정될 수밖에 없는 만큼 지방을 중심으로 공공병원도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금 대전의료원과 서부산의료원 등과 같이 신축하기로 했는데도 경제성 평가가 좋지 않아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에 걸려 있는 사례들이 있는데, 감염병 시대에는 시급성과 사안의 중대성을 감암해 평가지표를 개선하거나 예타 면제를 적용하는 등의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신 의원은 신속항원검사를 더 널리 보급해 무증상이나 감염경로 불명자의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는 “이미 국내에서도 신속항원검사키드 한 종류가 승인을 받아 요양시설에서 선제적으로 쓰여지고 있는데, 그외에도 학교나 군부대, 의료기관 등 집단생활이 이뤄지는 곳에서도 쓰여지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그는 선제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추가 격상에는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신 의원은 “3단계가 되면 필수적 활동 외에는 사실상 사회가 거의 마비되는 것이라 민생경제의 소모가 더 클 수밖에 없다”며 “일단 2.5단계를 유지하면서 신규확진자보다는 중증환자를 억제하고 사망자를 줄이는 쪽으로 방역 초점을 전환하는 게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훈 (future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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