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가 효과를 보이자 봉쇄해제론이 나왔다

파리·이유경 통신원 2020. 12. 11.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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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쇄로 효과를 보고 이를 해제한 뒤 다시 상황이 악화되는 과정은 첫 봉쇄 때도 겪었던 일이다. 프랑스 정부가 1차 봉쇄를 푼 것은 효과가 없어서가 아니었다. 국민 다수가 원했다.
ⓒAFP PHOTO11월23일 프랑스 리옹에서 시위대가 2차 봉쇄령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11월24일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코로나19 봉쇄정책을 완화한다는 내용이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코로나19 2차 유행의 정점이 지났다. 국민들이 보여준 시민의식 덕분이다”라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봉쇄 해제를 세 단계로 나누어 진행할 예정이다.

엄밀히 말해 이번에 해제되는 봉쇄정책은 ‘2차 봉쇄’ 또는 ‘재봉쇄’다. 지난 3월 첫 봉쇄령을 선포한 프랑스 정부는 두 달 뒤 이를 해제했다가 다시 10월28일 재봉쇄령을 선포했다. 12월1일까지 필수품 상점 이외의 모든 상점을 폐쇄하고, 증명할 수 있는 필수사항이 아니면 이동을 제한한다는 게 두 번째 봉쇄령의 내용이었다. 다만 3월 봉쇄와 달리 초·중·고등학교, 요양시설, 공공서비스 기관은 문을 열고, 유럽 타국과의 국경도 열어두었다.

재봉쇄로 경제적 타격을 받게 된 소상공인들은 항의의 목소리를 높였다. 프랑스 상공인연합은 ‘사실상 봉쇄령은 차별적으로 적용되며 불공정 경쟁을 유발한다’고 주장했다. 대형마트나 아마존 같은 인터넷 사이트는 봉쇄령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프랑스 정부는 봉쇄를 풀기보다는 대형마트의 비필수품 판매를 금지하는 편을 택했다. 장 카스텍스 총리는 11월1일 TF1 채널 인터뷰에서 “봉쇄 기간 대형마트에서도 필수품을 제외한 책, CD, DVD, 장난감, 꽃, 의류와 같은 품목들을 팔지 못하게 하겠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긴급법령을 통해 이 정책은 시행됐다. 예기치 못한 정부 대응에 상공인연합은 “모든 상점을 열 수 있게 해달라”고 성명서를 냈다. 11월 들어 봉쇄 해제 여론이 들끓은 데에는 연휴 시즌을 앞둔 것도 컸다. 할인 행사인 ‘블랙 프라이데이’를 시작으로 전통적 대목인 크리스마스 연휴가 다가오는 때였다.

그럼에도 프랑스 정부는 봉쇄 해제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카스텍스 총리는 11월12일 공식 발표에서 “30초에 1명이 입원하고, 3분에 1명이 심폐소생술을 받는 중환자가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11월6일에는 하루에 6만명 이상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11월17일 사망자 수는 1219명(병원 428명, 요양기관 791명)에 이르렀다. 총 확진자 수가 200만명을 넘어선 것도 11월 중순이었다. 봉쇄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11월12일 여론조사기관 IFOP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0%는 “봉쇄 규칙을 어긴 적이 있다”라고 답했다. 1차 봉쇄 때에 비해 27% 증가했다.

하루 확진자 5000명 이하면 봉쇄 해제

재봉쇄 기간이 2주를 넘어서자 조금씩 효과가 나타났다. 입원환자 수와 하루 확진자 수가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11월 초 21%에 달했던 검사 수 대비 확진율은 11월20일 13%까지 떨어졌다. 봉쇄가 효과를 드러내자 정부 관계자들이 봉쇄해제론을 입에 올렸다. 카스텍스 총리는 11월20일 “우리는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라고 말한 뒤 12월1일부터 상점 개방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틀 뒤 정부 대변인 가브리엘 아탈은 〈일요신문(JDD)〉 인터뷰에서 “3단계에 걸친 봉쇄 해제를 고려 중이다”라고 답변했다.

봉쇄로 효과를 보고 이를 해제한 뒤 다시 상황이 악화되는 과정은 첫 봉쇄 때도 겪었던 일이다. 3월19일부터 두 달여간 시행된 첫 봉쇄 기간에 프랑스의 하루 최다 확진자 수는 4월1일 7578명이었고, 봉쇄령이 풀린 5월11일은 209명이었다. 심폐소생술을 받는 중환자와 사망자도 줄었다. 4월6일 하루 613명에 달했던 사망자 수는 7월12일 한 명으로 떨어졌고, 4월8일 7019명에 이르렀던 중환자 수는 8월1일 344명으로 줄었다.

프랑스 정부가 1차 봉쇄정책을 해제한 것은 효과가 없어서가 아니었다. 프랑스 국민 다수가 해제를 원했다. 경제 타격과 교육권 침해가 문제였다. 5월29일 프랑스 통계청(INSEE)은 1분기 프랑스 GDP가 5.3%포인트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교육장관 장미셸 블랑케르는 봉쇄 기간 약 4%의 학생들이 연락두절이라고 밝혔다. 1차 봉쇄 해제는 여름 바캉스 시즌을 앞둔 결정이기도 했다. 여행업이 국내총생산(PIB)의 7%에 이르는 프랑스에서 여름휴가를 떠날 수 있을지는 국민적 관심사였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둔 11월과 비슷한 상황이다. 봉쇄가 완전히 해제되자 국민들은 거리에 나와 ‘음악축제의 날(Fête de la musique)’을 즐겼다. 전국의 학교는 대면 수업을 시작했다.

1차 봉쇄령이 해제되자 ‘방역 의식’이 해이해졌다는 우려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왔다. 7월9일 과학자문단 대표 장프랑수아 델프레시는 〈리베라시옹〉과의 인터뷰에서 “프랑스 국민들이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아 놀랐다. 대중교통을 제외하고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점점 덜 지켜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성적표가 나오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7월10일 프랑스 공중보건청은 “한 주 전에 비해 주간 확진자가 14% 늘고 감염재생산지수가 1을 넘어섰다”라고 발표했다. 본격 휴가 시즌인 7월 말부터 확진자 수가 급격히 치솟았다. 7월31일 1000명을 넘긴 하루 확진자는 8월26일 5000명, 9월12일 1만명, 10월17일 3만명, 10월25일 5만명을 넘어섰다. 9월 초 총 검사 수 대비 4.5%였던 확진율이 20%까지 치솟았다.

11월24일 프랑스 하루 확진자 수는 9155명으로, 전날인 4452명에 비해 두 배를 웃돌았다. 그런데 2차 유행 정점이던 일주일 전과 비교하면 입원환자 수는 약 3000명이 줄었고 중환자 수는 700여 명 감소했다. 프랑스 LCI 방송이 같은 날 마크롱 대통령 담화 직후 시행한 여론조사(인터넷 조사, 807명 성인 대상)에서 응답자 83%가 봉쇄 완화 조치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2차 봉쇄 해제 조치는 11월28일, 12월15일, 내년 1월20일을 기준으로 시행된다. 먼저 11월28일부터 식당과 술집을 제외한 모든 상점을 개방하고 1시간 이내로 1㎞ 이하 거리까지만 할 수 있었던 산책을 3시간, 20㎞까지 늘린다. 단, 상점은 밤 9시까지만 운영할 수 있으며 시민들은 외출 이유를 적은 이동증명서를 계속 지참해야 한다.

11월24일 기자회견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12월15일 이후에 하루 확진자 5000명 이하가 지속되면 봉쇄령을 (완전히) 해제하고 이동증명서 없이 지역 간 이동도 가능하며, 가족들과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밤 9시부터 아침 7시까지 적용됐던 야간 통행금지는 그대로 유지하되 연휴 기간인 12월24일부터 31일까지는 제외한다. 이 단계에서는 극장·영화관·박물관도 개방한다. 마지막으로 1월20일 이후 확산세 감소가 지속되면 헬스장과 식당을, 15일 뒤인 2월3일부터 대학을 연다. 마크롱 대통령은 “15일마다 새로운 개방 조치를 취할 수 있을지 상황을 판단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검사량 확대만을 기준으로 하던 정책을 재정비해 1월부터 24시간 내에 결과가 나올 수 있게 하고,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백신 공급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점진적 봉쇄 완화 정책으로 인해 당분간 영업 중지가 계속되는 식당·헬스장·술집 등과 같은 업종에는 2019년 같은 기간 총매출의 20%를 지원하고, 소상공인들에게는 최대 1만 유로(약 1300만원) 지원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파리·이유경 통신원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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