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동료가 결혼한 저에게 사랑 고백했어요"

신소윤 2020. 12. 11.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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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 곽정은의 단호한 관계 클리닉]Q1 기혼인 나에게 고백한 직장 동료
어색한 것 넘어 보복할까 무섭기도 해
A1 '혹시 빌미 제공했나' 자책 내려놓으면
거절에 보복할 거란 공포감도 사라질 것
Q2 좋은 일, 티 나는 일 다 가져가는 그
얄미운데 치사해 보일까 말 못하겠어
A2 자신을 잘 드러내는 것도 중요한 능력
업무를 나눌 때 담백하게 의견 전해보자
게티이미지뱅크

Q1 저는 결혼 3년차 여성입니다. 일 때문에 현재 남편과는 주말 부부로 지내고 있어요. 얼마 전 회사 동료에게서 사랑 고백을 받았어요. 그가 제가 결혼한 줄 몰랐느냐고요? 아뇨, 지금 생각하면 좀 부끄럽지만 저는 결혼식에 로망이 있어서 꽤 떠들썩하게 결혼했어요. 회사 사람들도 많이 왔어요. 결혼반지도 늘 끼고 다니고, 딱히 어디 가서 싱글 행세를 하지도 않아요.

그는 도대체 무슨 마음으로 고백을 한 걸까요. “안 들은 거로 하겠다, 같이 계속 일하면서 부딪히니 불편해지지 말자”며 웃으며 얘기했는데, 이후로 그 사람이 너무 불편해요. 앞으로도 업무상 아예 안 볼 수는 없어요. 깊이 생각하면 불쾌하고 무섭기도 합니다. 제 사생활을 대충 다 아는데 막 찾아오는 건 아닐까, 거절당했다고 보복심을 갖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제가 너무 과대망상인 걸까요.

인사철도 아닌데 뜬금없이 그 사람과 좀 교류가 적을 만한 다른 팀으로 옮길 수도 없고, 저는 제가 지금 하는 일이 즐거워서 다음에라도 그 사람을 피하고 싶단 이유로 어디로 옮겨가고 싶진 않아요. “말도 안 되는 말을 해서 미안하다”고 했던 그와는 지금 서먹한 듯 모른 체하며 지내고 있어요. 그냥 이렇게 두면 다시 자연스럽게 지낼 수 있을까요? 너무 난감하고 힘드네요. 그의 고백이 난감한 기혼녀

A1 일단 당신이 알아야 할 사실이 한 가지 있어요. 함께 직장을 다니는 이에게 호감을 느껴 고백하는 사람은 정말 많고, 또 그중 어떤 사람은 자신과 상대의 결혼 여부와는 상관없이 그런 식으로 마음을 고백하기도 한다는 것이에요. 저도 최근에 제 지인이 직장 동료에게 고백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직접 듣고 까무러칠 뻔했는데, 놀랍게도 두 사람은 모두 가정이 있는 사람이었답니다. 어쩌면 당신에게는 처음 일어난 일이라서 놀랍고 또 자책감이나 공포심으로 가득할 수 있지만, 이런 일은 세상에 아주 많이 일어나는 일이라는 걸 아신다면 조금은 마음이 편해지지 않을까 싶어요. ‘미쳤나 봐, 웬일이야’ 하고 가볍게 넘길 수 있었다면 좋겠지만, 당신에겐 처음 있는 일이니 당연히 신경 쓰이고 불편할 수밖에요.

그런데 당신의 이 불편하고 신경 쓰이는 감정은, 상당 부분 ‘혹시 내가 쉽게 보일만 한 빌미를 준 것은 아닐까’라는 자책감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여요. ‘결혼식도 떠들썩하게 했는데, 결혼반지도 끼고 다녔는데, 싱글 행세를 한 적도 없는데’라고 자신을 점검하는 것은 고백을 받았다는 일에 대해서 ‘내 책임이 있진 않나’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는 뜻이지요. 부정적인 생각이 자꾸만 커지고 발전하는 건, 당신이 자책을 머릿속에서 반복하며 부정적인 감정을 계속 키워가고 있다는 뜻이고요. 자책이 계속 올라오는 건 이 일이 있기 전부터 당신의 오랜 마음의 패턴일 수 있고, 저는 이 부분에 대해서 회사 밖의 정말 믿을만한 지인이나 상담 전문가와 이야기를 해보시는 것을 추천해요. 자책이 사라지면, 그 동료에 대해서도 마음이 상당히 가벼워질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가정이 있는 사람에게 마음을 덜컥 고백해놓은 이상, 그도 후회와 걱정에 시달리고 있을 수 있어요. 사실상 몇 마디 말로 ‘마음’을 불편하게 했을 뿐, 어떤 강압이나 폭력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딱히 손해를 끼쳤다는 증거 같은 것도 없어서, 어떻게 대처할지 참 어려운 상황이신 것 같고요. 일단은 그가 미안하다고 했으니, 보복에 대한 걱정을 좀 다스려보면서 그의 반응을 냉정하게 주시해 보면 어떨까요? 본인의 회사생활이 소중하다면, 아마 더 선을 넘지는 않을 것 같지만요.

그가 혹여 구애를 반복하거나, 혹은 정말로 어떤 형식으로든 보복이 시작된다면 언제든지 행동을 시작한다는 각오를 가지세요. 분명히 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재차 당신을 부담스럽게 한다면 그때는 믿을만한 상사에게 이 부분에 대해 정확히 이야기하고 당신의 소중한 직장생활을 수호하는 데에 모든 에너지를 기울일 수 있도록 하세요. 이 외에도 내가 어떻게 대처할지 이성적으로 고민해보시고요.

자신을, 언제 공격당할지 모를 초식동물처럼 느낀다면 삶이 너무 힘들어져요. 쉽지 않겠지만, 냉철함과 인내심을 가지고 밀림을 지켜보는 육식동물의 마음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참 불편하고 신경 쓰이는 사건이지만, 불안과 자책에 압도되지 않고 ‘이런 상황이 오면 나는 이렇게 행동할 거야’라고 구체적인 방안을 기록해 두세요. 그 동료와 자연스럽게 지내게 되기까지는 어렵더라도, 분명 내 마음이 지금보다는 편안해질 것입니다. 작가

게티이미지뱅크

Q2 전 평범한 회사원이랍니다. 제가 있는 팀은 팀장을 포함해 5명인 작은 조직이지요. 팀원 중 한 명은 사내에서 성과가 높아서 평판이 좋은 편입니다. 상도 많이 받고, 어디 나가서 발표도 잘하고 그래요. 본인이 성과 낸 부분에 대해서 표시 내고 알리기도 잘해요. 딱히 잘난 척하는 타입은 아닌데 뭐랄까 자기 홍보를 잘한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데 이 팀원에 대해 저와 동료는 약간 불만이 있어요. 일이란 게 혼자서만 하는 게 아니라 함께하는 거잖아요. 함께 과제를 풀어나가다 보면 굵직한 일도 있고, 자잘하게 처리해야 하는 일도 있는데 그는 이런 일에서 꼭 빠져요. 얄미워요. 예를 들면, 우리가 하는 프로젝트의 내용과는 상관없지만, 처리해야 하는 영수증이나 거래처와 조율해야 하는 자잘한 일들을 그는 거의 하지 않아요. 학교 다닐 적에 팀 프로젝트를 하면 티 나고 좋은 일만 하려는 친구가 생각나요. 근데 이게 참 그런 게, 그 사람이 놀부처럼 행동하며 욕심을 내는 게 아니라 되게 자연스럽다고 할까요. 뒤처리해야 하는 일은 머릿속에 아예 들어있지 않은 사람처럼 행동해요. 마음이 부글부글합니다.

처음에 저만 이렇게 생각하나 싶었는데, 어느 날 우연히 다른 동료에게 말하니 엄청 공감하더라고요. 자기가 치사해 보일까 봐 속으로만 생각하고 그동안 말을 못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도, 저도 이런 얘기를 당사자에게 하기가 영 불편해요. 번번이 ‘이게 뭐라고, 내가 좀 잠깐 귀찮고 말지 뭐’ 이러면서 지나가게 되네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는 게 좋을까요? 어떻게 현명하게 풀어나갈 수 있을까요? 말하자니 치사하고 안 하자니 속이 터지는 직장인

A2 굵직한 일은 처리하고 두각도 나타내지만, 확실히 자잘한 일은 다른 팀원에게 미루는 것으로 보이는 그 팀원 때문에 여러 가지로 맘이 복잡하신 상태일 것 같아요. 말하자니 치사하고, 말을 하지 않자니 억울하지요. 사실 그 팀원이 특별히 악의가 있어서 그러는 건지, 아니면 딱히 악의가 있는 것은 아닌데 그저 일의 공평한 배분에 대한 지각이 없는 것인지, 그 행동의 이유가 무척 궁금하실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아쉽게도 이건 문제의 포인트가 아니죠. 그 팀원의 성격 문제가 아니라, 팀장이 용인한 상태에서 ‘나에게는 불공평해 보이지만 팀장 입장에서는 가장 효율적인 업무 분배의 방식’이 되는 것일 수 있거든요. 팀장이 보는 팀과 팀원이 보는 팀은 때로 완전히 다르죠. 팀장의 입장에서는 때로 공평함보다 효율이 더 큰 가치죠. 팀이 잘 굴러가게 하려면, 두각을 나타내는 팀원이 굵직한 일을 맡아서 잘 해내야, 본인의 성과도 커지게 되거든요.

어려운 일이지만, 언제나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이 먼저 불편한 대화를 시작해야만 해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사람은 때로 그럴 수 있다’는 것을 당신이 인정하는 것이에요. 때로 당신도 누군가에게 작은 일을 미룬 적도 있지는 않았을까 하고 생각도 해보고요. 그렇게 했을 때 당신은 당신이 가진 의사소통 능력의 최대치를 간직한 채로, ‘내가 치사해 보이진 않을까?’라는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로, 그 사람과 대화를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 편안한 마음이 일단 만들어지고, 내 이야기도 잘 전달하고 그 사람의 이야기도 잘 들을 수 있는 상태가 되죠. 그 상태가 되기 전까지는, 당신이 어떤 대화를 시도하든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언쟁이 될 가능성이 꽤 커 보여요. 그런 일이 벌어졌을 때, 당신은 성과가 높고 평판이 좋은 사람에게 ‘시비를 건’ 사람이 되어버릴 가능성도 크죠. 이것이 직장생활의 냉정한 현실이지요.

먼저 팀 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냉철하게 돌아보세요. 그리고 자신이 어떤 것에 강점과 의욕을 발휘해 왔는지 잘 생각해 보세요. 구체적인 것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그것부터 점검해야 할 때입니다. 조용히 업무만 하는 사람에게 조직은 많은 기회를 주지 않아요. 그 후에 필요한 것은 불만이나 분노를 적당히 가라앉히고 ‘이렇게 배분을 하면 어떨까요?’라고 담백한 태도로 당신의 생각을 전하는 것입니다. 콕 집어 그 팀원에게 말하는 게 아니라, 공식적이지만 좀 캐주얼한 자리나 업무 분배 회의 시간을 이용해서 발언하세요. 자신의 역량을 잘 드러내는 것과 자신의 의견을 잘 드러내는 것을 모두 잘하는 것은 당신이 이 회사를 떠나 어디에서 일하든 중요한 능력이 될 것입니다. 이 중요한 능력을 지금 이 시기에 익히고 배운다면, 당신 인생의 정말 중요한 자산이 되지 않을까요? 작가

곽정은 작가가 상담을 이성 관계, 사랑, 연애뿐만 아니라 ‘관계’ 전반으로 확장합니다. 가족, 친구, 직장 동료 등 여러분이 맺는 수많은 관계에서 고민이 생겼다면 이제 ‘곽정은의 단호한 관계 클리닉’의 문을 두드려 주세요. 물론 이성 관계, 연애 고민 상담도 진행합니다. 사연은 200자 원고지 5매 가량(A4 용지 1/2)으로 갈무리해 보내주세요! 보낼 곳 : es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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