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년만에 미국 의회 떠난다, 정치명문 '케네디 의원'

정지섭 기자 2020. 12. 10.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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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상원의원 도전했지만 당내 경선서 고배
1946년 이래 '케네디 의원'이 없던 적은 거의 없어
"차세대 주자로 복귀" 관측도

9일(현지시각) 미 워싱턴 DC 의사당. 인적이 없어 썰렁한 의사당 연단에 메사추세츠 지역구 연방 하원의원인 조 케네디 3세(40)세가 섰다. 갈색 곱슬머리를 한 케네디 의원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5분여 연설을 이어갔다. 다음달 임기 종료를 앞둔 고별 연설이었다.

다음달 임기가 종료되는 조 케네디 3세 연방 하원의원. 그가 퇴임하면 당분간 미국의 정치 명문 가문인 케네디가 출신들은 의회에 남아있지 않게 된다. /AP 연합뉴스

“지금 우리나라는 건국이념인 자유와 평등과는 정반대인 복잡하고 엉망인 상황에 있지만, 긍지와 희망을 갖습니다. 좋든 싫든 우리는 이런 골치아픈 상황에 함께 있습니다. 우리가 가야할길은 깨끗하지는 않지만 확실합니다. 모든 세대들이 ‘우리’라는 정의를 확장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때로는 장애물에 힘겨워하고, 길에서 벗어나기도 하고, 때로는 전진을 느낄 수 없습니다. 우리끼리 싸우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미래는 밝습니다.”

케네디는 이어 “나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고, 선거 운동을 후회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나의 결정’이란 하원의원 5선 대신 상원의원에 도전했던 것을 말한다. 미 정치권에서 연방상원의원은 대권을 향한 징검다리로 인식된다. 그는 매사추세츠 지역구 연방 상원의원에 도전했지만 당내 경선에서 74세의 노련한 현역 에드 마키 상원의원에 완패했다.

케네디는 고별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해 “지구상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가 실패한 지도자들로 인해 전염병으로 얼룩졌다”고 비판했다. “(코로나 대유행 상황에서) 가장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이 정부 관계자들로부터 들었던 말은 ‘방도, 돈도, 시간도, 의지도 없다’는 것이었다”고도 말했다.

이날 케네디의 고별연설은 미국의 대표적인 정치 명문집안인 케네디가(家)가 퇴장을 뜻하기도 했다. 조 케네디 3세는 그는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친동생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장관의 손자이다.

정치명문 케네디 집안의 적통대손이면서 스탠퍼드 공대와 하버드 로스쿨에 지방검사 이력을 가진 엘리트다. 이런 배경 때문에 일찌감치 민주당의 차세대 주자로도 주목받아왔다. 2012년 하원에 입성한 뒤 4선까지 성공한 그는 정치적 입지를 넓히기 위해 연방 상원의원에 도전했으나 당내 경선을 통과하지 못해 꿈을 접었다. 이를 ‘케네디가의 쇠락’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대통령선거와 함께 치른 하원의원 선거에서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며느리인 에이미 케네디가 뉴저지주 연방 하원의원에 도전했으나 공화당 후보에 패배했다. 루이지애나를 지역구로 하는 공화당 소속 존 닐리 케네디 연방 상원의원이 있지만, 유명한 케네디 집안과 이름만 같을 뿐 친족 관계는 아니다.

조 케네디 3세의 퇴장으로 내년 1월이 되면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이 집안의 후손들 중 아무도 의회에 남아있지 않게 된다. 뉴욕타임스는 “존 F케네디가 연방하원에 입성한 1946년 이래 케네디가 사람이 의회에 한 명도 없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는데, 2021년이 그 드문 사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미국 정가에서는 조 케네디 3세가 결국은 정치권에 돌아올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그는 실제로 정치 복귀를 강하게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지역방송 WPRI 인터뷰에서 “아내와 두 딸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서도 “향후에 기회가 오면 (어떤 일을 할지)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 또 “몇 달, 몇 년뒤에는 내가 변화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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