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무늬만 노조법 개정"..경영계 "보완입법 만들어야"

이훈철 기자 2020. 12. 10. 18: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노사 양측, 노동조합법 등 노동3법 국회 통과에 불만
정부 "노사 입장 균형있게 반영"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왼쪽 세 번째부터)과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을 비준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양대노총은 국회가 노동권 강화를 골자로 하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을 즉각 비준하고 협약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을 폐기할 것을 촉구했다. 2020.12.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세종=뉴스1) 이훈철 기자 = 해고자도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도록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노사 모두 개정안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어 향후 법 시행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조합원 자격을 노조 스스로 정할 수 있도록 노동자의 권리가 강화됐지만 노동계 측에서는 해고자와 실업자는 노조의 임원과 대의원이 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어 무늬만 노동자를 위한 개악이라고 주장했다.

경영계는 파업시 대체근로 허용과 사업자 점거 금지 등 그동안 경영계가 요청한 사항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노동계을 위한 일방적인 개정안이라고 보완입법을 추진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1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국회는 전날(9일) 해고자 등의 가입을 제한하는 내용을 삭제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의결했다.

노동조합법은 공포 후 6개월 뒤 시행될 예정이지만 노사 양측에서 벌써 불만들이 쏟아지고 있다.

노동계는 해고자와 실업자가 기업별 노조의 조합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된 데 대해서는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도 해고자와 실업자가 노조의 임원이나 대의원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또 근로시간면제한도를 산정하거나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서 조합원 수를 산정할 때에도 해고자 등은 제외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그동안 노조 가입이 제한됐던 해고자도 앞으로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별 노조 임원과 대의원은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종사하는 조합원 중에서 선출하도록 규정해 사실상 해고자나 실업자는 노조의 임원이 될 수 없도록 했다.

노동계는 이에 대해 조합비 납부 등 조합원으로서의 의무만 지어질 뿐 권리는 행사할 수 없는 서류상의 조합원일 뿐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되지 않는다는 말처럼 정부가 제출한 역대급 개악안에서 핵심적 개악요소는 덜어냈다고 하지만 여전히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남아 있어 개악이라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고 평가 절하했다.

이어 "국제노동기구(ILO)나 유럽연합(EU)이 문제로 제기했던 부분은 조합원 자격, 노조의 운영 등을 해당 노조가 자주적으로 정해야 하고 국가나 사용자가 이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인데 이 부분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노동계는 사용자의 점유를 배제하여 조업을 방해하는 쟁의행위 금지 조항에도 불만을 나타냈다.

노동계가 그동안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지적해 온 사업장 내 점거를 전면 금지하는 문구는 개정안에서 삭제했지만 '사용자의 점유를 배제하여 조업을 방해하는 형태의 쟁의행위 금지' 규정이 대신 신설돼 사실상 사업장 내 점거 금지가 그대로 살아 있다는 지적이다.

또 사업장 내 점거 제한, 사업장에 종사하지 않는 조합원의 사업장 내 노동조합활동의 제한도 대부분 살아남아 이번 개정안이 경영계의 요구를 수용한 청부입법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경영계도 개정안 통과에 반발하기는 마찬가지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개정안 통과 후 입장문을 통해 "국회 심의 과정에서 경영계 요청사항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으며 노동계의 요구사항만 반영돼 당초의 정부 제출 법안보다도 더욱 편향된 내용으로 통과됐다"며 "경영계는 심각한 우려와 함께 깊은 좌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경총은 "경영계의 핵심 요청사항은 노사간 힘의 균형을 회복하기 위한 파업시 대체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직접 형사처벌 폐지 등이다"며 "경영계 요청사항이 반영되지 않고 노동계 요구만을 일방적으로 반영한 개정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우리나라의 대립적·갈등적 노사관계는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며 기업들의 노사관계 부담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번 임시국회에서라도 경영계 핵심 요구사항들이 최소한 일정부분이라도 반영될 수 있도록 보완입법을 추진해줄 것을 다시 한 번 간곡히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부는 노사 양측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정안에 노동계와 경영계의 입장을 균형있게 반영했다고 자평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이번 개정안은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특성을 함께 반영한 것"이라며 "정부는 이번 입법이 노사 양측의 입장을 균형있게 반영했다고 보며 앞으로 현장의 애로를 해소하면서 법의 취지가 실효성 있게 작동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boazhoo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