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요구한 SKT 30% 싼 5G 온라인 요금제, '알뜰폰' 이유로 정부서 제동

김현아 2020. 12. 1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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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5만원대 200GB 상당 5G 온라인 요금제, 정부와 협의
정부 제동..알뜰폰 죽을라 우려해 보완 요구
하지만 유보신고제 반려 조건에 해당 안돼
국회 "정부가 내리는 것도 방해하면 요금신고제 전환"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국회가 지난 국감에서 유통점에 가는 마케팅 비용을 줄여 20~30% 저렴한 온라인 요금제를 출시할 것을 이통3사에 주문했지만, 정작 SK텔레콤이 ‘30% 저렴한 5G 온라인 요금제’를 만들어 정부와 협의하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제동을 건 것으로 확인됐다.

SK텔레콤의 요금제가 알뜰폰 사업자들의 요금제와 비슷해 알뜰폰 사업자를 죽일 수 있다는 우려때문인데, 정부가 보호해야 할 것은 알뜰폰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아니라 경쟁을 통한 요금인하라는 사실을 망각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과기정통부는 이런 지적에 대해 “아직 SK텔레콤이 요금제를 신고하지 않아 제동은 아니다”라고 설명 자료를 냈지만, SK텔레콤과의 사전 협의 과정에서△요금제·데이터량 사이의 간격이 넓고 △ 알뜰폰 고사 우려가 있으니 도매제공 대가를 개선하라는 이유로 보완을 요구한 게 확인돼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통신사들이 요금인가나 요금신고를 할 때 정부와 협의하는 관행에 비쳤을 때, 정식 신고가 아니니 제동이 아니라는 설명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국회에서는 정부가 요금의 자유로운 신고와 까다로운 반려 조건을 골자로 하는 ‘유보신고제’의 취지와 다르게 규제권한을 행사하려 한다면 요금인가제 완전폐지(신고제 도입)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 유영상 SK텔레콤 MNO 사업대표(왼쪽부터), 강국현 KT 커스터머 부문장,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이 10월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각각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SK텔레콤 마케팅비 줄여 30% 저렴한 요금제 준비

SK텔레콤이 정부와 협의한 요금제는 △월 3만8000원에 데이터 9GB, 월 5만3000원에 데이터150GB를 주는 ‘5G 온라인 전용 요금제’와 △월 2만2000원에 데이터 1.8GB를 주는 ‘LTE 온라인 전용 요금제’ 등으로 전해진다.

데이터 제공량은 예전 오프라인 요금제와 유사하지만 요금제 가격은 30% 정도 낮춘 것이다. 예전에 5G에서 데이터 9GB를 쓰려면 월 5만5000원, 데이터 200GB를 쓰려면 월 7만5000원을 내야 했다.

SK텔레콤이 30% 저렴한 온라인 요금제를 출시한 것은 이원욱 국회 과방위원장과 변재일 의원 등이 유통망에 가는 마케팅 비용을 줄여 저렴한 요금제를 내도록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원욱 위원장은 국정감사 마무리 발언에서 “코로나19로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워 국민부담이 가중된다”며 “시장 경쟁을 통한 요금 인하라는 업계 의견을 신뢰해 어려운 결단을 했다. 유보신고제가 맞는 판단이었기를 기대한다”며, 통신3사에 요금인하를 촉구한 바 있다.

알뜰폰 죽을까 걱정하는 정부..유보신고제 취지 살려야

하지만 정부는 SK텔레콤과의 요금제 사전 협의 과정에서 알뜰폰 업체 요금제와 유사하다며 SK텔레콤에 도매대가 개선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인식은 통신사(MNO)들의 자발적인 요금인하를 가로막는 것으로, 특히 10일부터 시행된 유보신고제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SK텔레콤의 5G 등 온라인 전용 요금제는 요금을 내리는 것이고, 도매대가보다 싸지 않아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상 ‘반려의 기준’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행령에 따르면 정부는 사업자의 요금 신고(이용약관 신고)를 받은 뒤 반려하려면 △기존 유사 요금제 대비 비용 부담이 부당하게 높은 경우 △도매대가 보다 낮은 요금을 통해 경쟁사를 배제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만 할 수 있다.

애매모호한 경쟁사(알뜰폰)배제를 논리로 해서 요금 인하를 막을 수는 없는 것이다.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정부는 유보신고제와 관련해 국회에서 올라가는 요금만 반려하겠다고 했다”면서 “요금을 내리는 것까지 방해하면 인가제 폐지, 신고제를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SK텔레콤이 요금을 정식 신고하면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 및 동법 시행령에 따라 이용자 이익 저해 여부 및 공정경쟁 저해 여부를 신속하게 검토하여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혀, 유보신고제 취지대로 요금신고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정부가 유보신고제까지 반려기준과 다르게 이것 저것 요구하는 것은 유보신고제를 인가제처럼 유지하면서 한손으로는 소매요금 규제권을, 다른 손으로는 도매규제권을 쥐고 있는 형국이어서, 국회가 바라는 경쟁 활성화를 통한 요금인하 정책과는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김현아 (chao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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