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 말고 기다려" "저도 15년 무주택자"..'망언'은 분노를 부르고 [부동산 발언 팩트체크]
◆김현미 “30대, ‘영끌’ 말고 좀 더 기다려라”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8월3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출석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돈을 마련했다는 뜻)해서 집을 사는 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앞으로 서울과 신도시 공급 물량을 생각할 때 기다렸다가 합리적 가격에 분양받는 게 좋을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저희는 조금 더 (매수를) 기다리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의 호언장담 이후에도 집값은 잡히지 않았고, 오히려 8월 이후 전·월세 상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며 ‘전세난’까지 가중됐다. 결국 김 전 장관이 물러나고 후임으로 내정된 변창흠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민간이 아닌 ‘공공성 확보’를 전제로 한 사업 추진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예상되며 시장 안정화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변 후보자는 학자 시절부터 토지임대부 주택, 환매 조건부 주택 등의 도입을 주장한 바 있다.
30대 또한 김 전 장관의 조언에도 ‘영끌’을 멈추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30대 이하의 서울 아파트 매입건수는 작년보다 2배 증가한 2만9287건으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36.5%에 달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월 제8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기존 임차인의 주거안정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9월 국회를 통과한 임대차보호법이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정책 책임자인 그도 임대차보호법 때문에 ‘전세 난민’ 신세를 겪었다. 홍 부총리가 당시 거주했던 서울 마포구의 전셋집의 집주인이 전세 계약이 끝나는 내년 1월 실거주하겠다는 의사를 통보했고, 그가 대신 들어가려던 경기 의왕시 아파트의 세입자는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입주 당시 6억원 중반대였던 홍 부총리 전셋집의 당시 시세는 9억원 이상으로 2년 사이 2억5000만원 이상 오른 데다 전세 매물이 귀해진 터라 홍 부총리의 처지가 난처해졌다는 전언도 나왔다. 결국 홍 부총리는 세입자에게 ‘이사비’ 명목의 위로금을 주고서야 자신 소유의 의왕 아파트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후 홍 부총리는 전세난에 임대차3법이 부분적 영향을 미쳤음을 인정했다. 지난달 19일 홍 부총리는 부동산시장 점검회의에서 "임대차 3법으로 많은 임차가구가 계약갱신의 혜택을 본다"면서도 "기존 임차계약 만료 등으로 새로이 집을 구하시는 분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는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영민 비서실장의 ‘다주택 처분’ 권고에도 청와대 참모들이 주택 매각을 하지 않자 지난 7월31일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김조원 등 참모 8명이 다주택을 보유 중이며, 한 명도 예외 없이 모두 처분 의사를 표명하고 처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세보다 2억원이나 높게 매물을 내놓아 ‘매각 시늉’만 한다는 비판을 들었던 ‘강남 2주택자’ 김조원 전 민정수석은 퇴직 시점까지도 한 채도 집을 처분하지 않았다. 갖은 비난에도 버틴 그는 8개월동안 6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반포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15년 무주택자의 설움’을 토로한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 발언도 논란이 됐다.
이 전 의원은 최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집주인한테 전화가 오는 날이면 밥이 안 넘어가더라”며 전세살이의 고달픔에 공감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하지만 이 전 의원이 거주 중인 아파트가 서울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 아파트로 전세금만 26억원인 것으로 알려지며 역풍을 맞았다.
2016년 8월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20대 국회 신규 재산등록 내역에 따르면 이혜훈 전 의원이 남편과 함께 신고한 재산은 65억2140만원이었다. 당시 21억원이던 아파트 전세권과 상가 3채, 예금 등을 합한 것이다. 자료에 따르면 이 전 의원이 거주 중인 아파트는 4년 만에 전세금이 약 5억원 오른 것인데 이를 융통할 만한 재력이 있었던 이 전 의원이 자신을 ‘전세 난민’인 것처럼 소개하는 것은 ‘서민 코스프레’라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8월 “저는 임차인입니다”로 시작하는 5분 연설로 큰 주목을 받았던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도 해당 연설 얼마 전 주택을 처분한 ‘다주택자’였다는 사실이 알려져 비슷한 비판을 받았다.
◆김진애 “국민의힘 주변엔 왜 이리 ‘억억억’ 스캔들 많나”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은 지난달 20일 금태섭 전 의원과 국민의힘 의원들의 재산을 언급하며 “국민의힘 주변엔 왜 이리 ‘억억억’ 스캔들이 많냐”고 했다가 오히려 ‘내로남불’ 지적을 들었다. 금 전 의원 자녀의 32억 재산 형성 과정에 문제를 제기한 김진애 의원이 4주택자임이 알려져서다.
지난 8월 공개된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 재산공개에 따르면, 김 의원은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다세대주택 3채, 배우자 명의로 인천 강화군에 단독주택 1채를 보유 중이다. 김 의원은 “어쩌다 다주택자가 됐다, 종부세 잘 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고 말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2년차를 맞은 2019년 11월,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안정화 의지를 강력히 피력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안정화되고 있다"며 “반드시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발언 이후 1년이 흐른 지금, 상황은 오히려 악화했다. 9일 KB부동산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가장 가운데 있는 값, 평균값보다 시세 파악에 더 적합)은 6억635만원이었다.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타 문 대통령의 대담 직후인 2019년 12월(8억9751만원)에는 9억원에 육박했다.
그 후 1년이 흐른 올해 11월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9억3510만원으로, 문 대통령의 장담이 무색하게 오히려 1억535만원 상승했다. 취임 초기인 2017년 5월(6억634만원) 대비 54.2%나 뛴 수치다. 업계 전문가들은 현재처럼 공급이 묶인 상황에서 너도나도 ‘패닉바잉’을 계속해 수요 증가가 지속될 경우 임기 말 집값은 지금보다 더 급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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