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주식은 거품의 끝자락" 경제 도사들의 경고

이준우 기자 2020. 12. 9.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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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증시 과열 상태" 전문가들 경고 잇따라

최근 글로벌 증시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축제 분위기에 휩싸여 있지만, 한편에선 과열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8일(현지 시각) 뉴욕 증시에서 S&P500과 나스닥지수는 각각 0.28%, 0.5%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 기세는 9일 아시아 증시로 이어졌다. 한국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2.02% 오른 2755.47로 끝나며 이틀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일본(+1.33%)과 대만(+0.21%)도 상승세를 보였다. 글로벌 증시 급등세는 각국의 추가 부양책, 코로나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실물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현 증시를 낙관해선 안 된다는 경고 메시지가 잇따르고 있다.

◇ 연이은 ‘사상 최고치’… 기대감만으로 달린다

글로벌 증시는 11월 들어서면서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11월 이후 미국 다우지수는 15.4% 상승하며 3만 고지를 넘어섰고, S&P500은 13.2%, 나스닥은 15.3% 급등했다. 일본 닛케이 지수는 16.7% 상승하며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상승했다. 코스피 지수는 11월 이후 21.5% 상승해 주요 20국(G20) 증시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글로벌 증시 상승세에 기름을 부은 것은 코로나 백신 개발 관련 뉴스였다. 지난달 화이자·모더나·아스트라제네카 등 무려 3개 제약사의 백신이 코로나 치료에 최대 90% 이상 효과를 나타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경기 회복에 대한 핑크빛 기대감이 팽배해진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수석 글로벌 주식전략가인 피터 오펜하이머는 “게임 체인저(game-changer)는 백신”이라며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감과 실제로 백신이 잘 개발되고 있다는 증거는 전혀 별개지만, (최근 발표된) 증거가 사람들 예상보다 훨씬 더 좋았다”고 말했다.

◇”지금은 거품의 끝자락” 잇따르는 경고 메시지

주가가 오르는 것만큼이나 ‘현재의 주가가 버블이며 과도한 낙관을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도 확산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시장은 상승세가 영원할 것이라는 과도한 행복에 도취해있다”고 보도했다. 미 경제 매체 포브스도 ‘기업 실적이 예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해 증시가 중장기적 관점에서 하락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신중론에 힘을 보태며 경고 메시지를 날리는 투자 전문가들도 늘고 있다. 글로벌 금융 위기 등 금융 버블을 세 차례 예측해 명성을 얻은 제러미 그랜덤 GMO 최고경영자(CEO)은 “현재 시장은 ‘멜트업’(melt up) 장세에 있다”고 했다. 멜트업이란 거품이 끓어올라 마지막에 녹아(melt) 오르는 것(up)처럼 가격이 폭등한 것을 의미한다. 그는 “지난 여름부터 증시가 버블이라고 봤는데, 최근 몇 달 사이에 진짜 ‘광기(craziness)’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3대 투자가’로 꼽히는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 역시 “미국은 너무 많은 정부 부채를 떠안고 있다”며 미국이 1976년 IMF(국제통화기금)에서 구제금융을 받은 영국을 뒤따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지금 우리는 아주 위험한 시간 안에 있다”며 “내년이나 내후년 증시 투매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내 인생에서 최악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블리클리 투자자문 그룹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피터 부크바는 “(현재) 투자 심리는 2000년대 초 닷컴 버블 때 우리가 본 것처럼 격앙되어 있다”며 “주식에 대한 열정이 강한 사람도 숨 고르기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롤러코스터 타는 코로나주(株)

국내 증시에선 증시 과열이 코로나 테마주의 급등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은 코로나와 싸우기 위해 치료제·백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안전성과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임상 시험 절차를 진행 중이다. 어느 정도 성과도 내고 있다. 그러나 임상 시험 환자를 모집하는 단계이고, 최종 결과가 나오려면 시간과 단계가 남았다.

이런 상황인데도 국내 증시에서 코로나주(株)는 춤을 추고 있다. 과거와 달리 치료제나 백신 임상 결과가 정식 논문이 아닌 기업의 보도자료나 임직원 인터뷰 형식으로 스포츠 중계하듯 개발 과정이 공개되면서 시장 혼란을 가져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지난달 11일 한 라디오 매체 인터뷰에서 코로나 항체 치료제가 연말쯤 조건부 승인을 신청할 것이라고 밝히자, 셀트리온의 주가는 7.2% 급등했다. 지난 3월 치료제 개발 계획을 밝혔을 때는 14.8% 올랐다. 지난 6월 대웅제약이 치료제 ‘니클로사마이드’가 동물 실험에서 효과를 봤다고 밝히자 당일 주가는 가격제한폭(30%)까지 뛰었다. 최근 녹십자가 개발한 치료제로 환자 단 1명을 완치시켰다고 발표하자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투자자들이 임상 최종 결과가 나오지 않았는데도 주가를 끌어올리려 홍보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A 제약사 관계자는 “최근 IR팀에 ‘왜 코로나 치료제를 개발하면서 홍보를 제대로 하지 않느냐’ ‘너희 회사 회장도 (셀트리온 회장인) 서정진처럼 직접 나서게 하라’는 투자자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고 말했다. 코로나 치료제를 개발 중인 B사는 회사 이름에 바이오가 붙은 자회사 주가가 급등하자 “코로나 치료제와 무관하다”고 발표하자 한 20대 투자자에게 “왜 쓸데없는 짓을 해 주가를 떨어뜨리느냐”는 항의를 받았다고 한다. 한 제약사 임원은 “주가가 내릴 때마다 투자자들이 전화해 욕을 엄청나게 먹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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