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군, 유엔 구호 차량에 발포

이윤정 기자 2020. 12. 9.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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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그라이 지역 한 달째 내전
구호품 전달 허용 합의 깨고
총격 가한 뒤 직원들 감금

[경향신문]

에티오피아 연방정부 군대가 8일(현지시간) 자국 내 분쟁 지역인 티그라이에 들어가려는 유엔 차량에 총격을 가하고 유엔 직원들을 감금했다. 에티오피아 정부에 의해 봉쇄된 티그라이 주민들은 식량과 생활물자 부족 등에 시달리고 있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지난 2일 유엔 구호품을 티그라이에 전달할 수 있도록 통로를 마련하겠다고 유엔 측과 합의했으나, 구호단체 차량이 티그라이에 접어들기 직전 약속을 깨고 공격한 것이다. 이웃나라 에리트레아와의 해묵은 분쟁을 해소한 공로로 지난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아비 아머드 에티오피아 총리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유엔은 구호물품 수송을 위해 선발대 차량을 티그라이로 보냈다. 차량에는 유엔 직원 4명이 타고 있었다. 하지만 유엔 차량이 티그라이로 들어가기 위해 검문소로 접근하자 에티오피아 연방정부 군대가 총격을 가하고 직원들을 감금했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대변인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들에게 “선발차량을 티그라이로 보낸 건 구호물품을 대량으로 보내기 전 도로 상황을 점검하기 위한 의무 절차였다”며 “인도주의적 접근조차 거부되고 있다”고 했다. 레드완 후세인 에티오피아 연방정부 대변인은 유엔 차량을 공격한 것을 인정하면서도 “차량이 접근불가 지역에 들어섰기 때문”이라며 “구금된 유엔 직원들을 풀어줄 것”이라고 했다.

에티오피아 연방정부와 티그라이 사이의 내전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아머드 총리는 지난달 4일 티그라이 지방정부인 티그라이인민해방전선(TPLF)이 티그라이에 위치한 연방 군기지를 공격했다며 공세를 시작했다. 600만명이 거주하는 티그라이는 원래 빈곤율이 높은 지역이었는데, 내전 발생 이후 전보다 2배 이상 많은 원조가 필요한 상태가 됐다고 유엔은 추산하고 있다. 내전으로 100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해 티그라이에 ‘즉각적인 접근’을 요구했고, 지난 2일 에티오피아 연방정부는 구호품을 전달하는 통로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도록 상황은 변하지 않았고, 급기야 총격 사건까지 벌어진 것이다.

아머드 총리는 지난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며 “전쟁은 사람을 비열하고 혹독하고 야만적으로 만든다”고 밝혔지만 1년 만에 자신의 나라를 전쟁으로 몰아넣은 지도자가 됐다. BBC는 “아머드 총리가 다민족국가인 에티오피아에서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아닌, 강력한 중앙집권적 권력을 가지려 한다”면서 “전쟁을 일으킨 노벨상 수상자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고 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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