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클럽 열었대"..지방원정 '방역미꾸라지' 날뛴다

강수련 기자,이상학 기자 2020. 12. 9.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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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단계 낮은 지역·시설들 '풍선효과' 현실화
언택트 연말에 'n차 감염' 구멍.."이동 자제 노력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수도권 지역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중인 9일 서울시 종로구 YMCA 체육시설에 휴관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0.12.9/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강수련 기자,이상학 기자 = 수도권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으로 밤 9시 이후 놀거리가 사라지자 제한이 덜한 지역의 시설을 찾거나 여행을 떠나는 2030 세대들이 늘고 있다. 우려했던 거리두기 풍선효과가 현실화됐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 8일 오전 0시부터 수도권 지역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로, 비수도권 지역에는 일괄 2단계로 상향했다. 이 조치로 클럽을 비롯한 유흥시설 5종 외에도 노래연습장, 실내체육시설, 학원 등이 집합금지 대상에 포함됐다.

반면 2단계를 유지한 비수도권의 경우 노래방과 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을 밤 9시~다음날 아침 5시를 제외한 시간에 운영할 수 있다.

이렇다보니 수도권보다 방역조치 제한이 적은 지방이나 시설로 사람들이 몰리는 모양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문을 연 실내체육시설을 찾아 '지방원정'을 간다는 글을 찾아볼 수 있다.

한 인터넷 수영 커뮤니티에는 "문 안 닫는 수영장으로 원정 가야겠다. 남쪽 끝까지라도 찾아가겠다"라는 글이 올라와 이용자들의 원성을 샀다. 이 글의 댓글에는 "2.5단계의 의미를 모르냐", "이러면 안 된다", "다들 단계 지켜주셔야 남쪽이든 어디든 수영할 수 있다"는 등의 비판 댓글이 줄이었다.

한 헬스 커뮤니티의 회원은 "수도권이랑 비교적 가까운 지방 헬스장인데 무더기로 와서 일권 입장하고 있다. 이해는 가지만 정말 불안하다"는 글을 남겼다.

서울 마포구 한 헬스장에서 일하는 트레이너 A씨는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천안에 있는 헬스장을 한 달 등록했다"며 "28일까지 운동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그나마 가까운 천안으로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5일 '실시간 대구'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전국이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이상으로 올라감에 따라 모든 클럽이 문을 닫자 대구로 클럽 원정을 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글과 제보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거리두기가 강화된 지역에서 비교적 약한 지역으로 사람들이 몰려오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6일 강원도 춘천 엘리시안 강촌 스키장에서 마스크를 쓴 이용객이 설원을 누비고 있다. 2020.12.6/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방역수칙 제약없던 스키장·여행지 '바글바글' 지난 주말에는 연말 특수를 누리는 스키장이 4~5일 개장하면서 휴가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스키장은 실외체육시설로 분류돼 오후 9시에도 야간운영을 할 수 있으며 수용가능 인원 제약도 없었다. 스키장 업체들은 키오스크 설치, 리프트 탑승 1인 제한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규제의 제약은 적은 편이다.

SNS 등에는 스키장에서의 모습을 찍은 인증샷들이 속속들이 올라왔다. 한 이용자는 "코로나지만 잠깐 일탈해서 평창에 왔다'며 보드를 들고 찍은 사진을 게시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방역지침에 혼란이 있는 첫 주라 대기줄도 길고 마스크 안 쓰는 사람도 있어 혼란의 첫주였다"고 후기를 남겼다.

문제 제기가 쏟아지자 문화체육관광부는 9일 스키장, 빙상장 등 겨울스포츠 시설을 '일반관리시설'로 지정해 거리두기 지침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2.5단계에서 스키장은 수용가능인원을 1/3로 제한하고, 9시 이후에 운영을 중단해야 한다.

수도권에서의 모임이 제한되자 지방으로 여행을 떠나는 청년들도 있다. 수도권에서 벗어나 확진자가 적은 지역에서 보내는 게 안전하다는 판단에서다.

친구 2명과 강릉 여행을 계획 중이라는 김모씨(25)는 "걱정이 되긴 하지만 그래도 서울에서 여럿이 모이는 것보다 강릉으로 몇명만 여행가는 게 안전할 것 같다"고 말했다. 얼마전 7~8명이 만나는 동창회를 취소한 김씨. 그는 "숙소도 펜션을 잡아서 사람들 만나지 않고 쉬다 올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달 말에 남자친구와 부산으로 여행을 간다는 이민지(27·가명)씨도 비슷한 마음이다. 이씨는 "맨날 서울에만 있어 다른 지역으로 휴가를 떠나고 싶었다"면서 "바다나 전망대 등 야외 관광지 위주로 다니고 음식도 테이크아웃해서 차나 호텔에서 먹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서울에서 회사 사람들이랑 실내에 붙어 있는 것보다 여행지에서 야외활동을 하는 게 코로나로 인한 스트레스가 덜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제주도 등 여행지에서 동행을 구한다는 청춘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코로나를 조심해야 한다'면서도 사람들과의 교류를 유지하겠다는 모습이다. 한 여행 커뮤니티에서는 거리두기 격상을 발표한 6일부터 이날까지 150개가 넘는 동행모집글이 올라왔다.

한 회원은 "코로나 때문에 사람 많은 곳과 유명 맛집은 피할 예정"이라며 "호텔이나 펜션을 숙소로 잡고, 렌트해서 같이 다니면 될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 혼자만 생각해선 안돼… 이동·모임 자제해야

방역전문가들은 아무리 조심한다 하더라도 n차 감염의 위험이 있다며 사람들과의 대면 접촉을 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수도권의 무증상 감염자들이 지방으로 가서 시설을 이용하면서 불특정 다수에게 감염시킬 수 있다"며 "감염경로를 모르는 확진자들이 가정 내 고령자까지 감염 시킬 수 있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김우주 고려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역시 젊은 층의 경각심 부족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본인은 괜찮을거라 생각하고 행동하지만 이로 인해 n차 감염이 이어질 수 있다"며 "중증환자들을 위한 병상이 부족한 지금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기모란 국립암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도 "확진자들은 '내가 걸릴 줄 몰랐다'고 하지만 위험행동을 계속하다보면 감염 확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나 혼자 잘한다고 해도 주변에 무증상 감염자가 있을지 모르니 모임 자체로 감염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동과 모임 자체를 제한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천 교수는 "중국처럼 지역별 이동을 차단시킬 수는 없으니 국민 개개인이 조심하고 연말 모임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 교수도 "랜선 모임, 야외 산책 등 사람들과의 교류를 최대한 줄이면서 연말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traini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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