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정관계 로비 의혹 10개월째..정치권 수사는 어떻게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폭로로 시작된 '검사 술접대 의혹' 수사가 마무리됐으나, 여야 정치권 로비 의혹 수사는 아직 눈에 띄는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1조 원대 펀드 환매 중단 사태에서 시작된 라임 사건은 김 전 회장의 등장과 함께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비화하면서 여권과 청와대, 금융당국을 겨냥한 수사가 10개월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권이 라임 사태에 실제로 관여했는지 로비 실체를 규명하는 데는 시일이 걸려 수사는 해를 넘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라임 사태는 지난해 10월 돌연 펀드 환매 중단을 발표하면서 불거졌습니다.
이후 1조6천억 원대 펀드 환매 중단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 2월, 개그맨 김한석 씨가 언론을 통해 공개한 녹취록이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의 출발점이 됐습니다.
라임 펀드에 8억여 원을 투자한 김 씨가 펀드 판매사 직원과 나눈 대화 녹취록에서 김 전 회장은 '라임 살릴 회장님'이란 수식어와 함께 등장하며 '로비에 어마무시하게 (돈을) 쓰는 사람'으로 언급됐습니다.
이 대화에서 김 전 회장의 고향 친구인 금융감독원 출신 김 모 전 청와대 행정관이 라임 사태를 막았다는 취지의 발언이 나왔습니다.
지난 4월 김 전 행정관이 금품 등을 받고 금융감독원의 라임 관련 문건을 전달한 혐의로 구속기소되고, 며칠 뒤 도주했던 김 전 회장 등이 검거되면서 로비 수사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이어 7월에는 이상호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이 라임 사태와 관련해 정치권 인사로는 처음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김 전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3천만 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였습니다.
김 전 회장과 여권 인사·김 전 행정관 등을 연결시킨 인물로는 기자 출신으로 광주 MBC 사장까지 지낸 이강세 스타모빌리티 대표가 지목됐습니다.
실제로 김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과거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에 현금과 양복 등을 건넸다고 진술했으며, 전·현직 정치인들의 필리핀 여행에 리조트 숙박비를 제공했다는 의혹도 제기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김 전 회장이 지난 10월 이강세 대표의 재판에서 "이 대표를 통해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5천만 원이 전달된 것으로 안다"는 폭탄 증언을 하면서 사건은 정점을 찍으며 '게이트급'으로 발전하는 듯했습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의 증언을 토대로 여권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로비 수사에 속도를 냈습니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이 폭탄 증언 1주일여 만에 돌연 옥중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여권을 향하던 로비 의혹은 야당과 검찰로 방향을 전환했습니다.
김 전 회장이 입장문에서 기존 진술을 번복하며 검찰의 '짜맞추기 수사' 의혹을 제기한 것입니다.
그는 검찰이 정권에 타격을 주고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득이 되는 쪽으로 수사를 끌어가려 했다며 야당 유력 정치인 등을 상대로도 로비했다고 밝혔지만,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자신을 검찰 수사의 피해자로 내세운 김 전 회장은 검사 출신 A 변호사가 여당 정치인들과 청와대 강기정 (정무)수석을 잡아주면 윤석열 (검찰총장에) 보고 후 보석으로 재판을 받게 해주겠다고 해 검찰 구미에 맞게 진술을 해왔다고도 했습니다.
또 A 변호사를 통해 현직 검사 3명에게 술 접대를 했고 이들 중 1명이 라임 수사팀에 참가했다고 폭로하며 `검사 술접대' 의혹까지 제기했습니다.
김 전 회장의 입장문이 공개된 이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접대 대상자로 지목된 검사들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으며, 윤 총장의 지시로 서울남부지검에 전담 수사팀이 꾸려졌습니다.
'검사 술접대' 의혹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두 달 만인 어제(8일) 현직 검사와 A 변호사, 김 전 회장 등 3명을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며 수사를 마무리했습니다.
접대 사실을 확인했으나, 술자리에서 먼저 떠난 다른 검사 2명은 불기소하되 징계 조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은 그동안 김 전 회장이 옥중에서 제기한 여러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기존에 제기된 여야 정치인 관련 의혹을 계속 수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뇌물 사건 특성상 공여자가 외부에 드러나기 전 증거를 수집하는 것이 관건인데, 이미 김 전 회장의 진술이 언론을 통해 새어나가 진실 규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게다가 옥중 입장문 발표 전후 김 전 회장 입장이 급선회한 데다, 언론 등을 통해 김 전 회장의 진술 신빙성을 의심케 하는 과거 대화 등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검찰로서는 진술의 신빙성을 다시 검증하는 작업을 거쳐야 해 연내 수사를 매듭짓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입니다.
유영규 기자ykyo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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