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 231년만의 첫 기록, '100세 장관' 조지 슐츠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1982~1989년) 미국의 외교 안보 사령탑이었던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이 오는 13일 100세 생일을 맞는다. 미 국무부 231년 역사상 처음으로 100살까지 생존한 전직 장관이 된다.
1790년 토머스 제퍼슨 초대 국무장관이 취임한 이래 70대 마이크 폼페이오 현 국무장관에 이르는 동안 한 세기 넘게 생존한 유일한 인물이 됐다. 리처드 닉슨 행정부에서 재무·노동장관을 맡는 등 3개 부처 장관에 오르며 ‘행정의 달인’ 면모도 과시한 슐츠는 2차 대전 이후 최장수 국무장관으로 재임한 기록도 갖고 있다. 닉슨 대통령 시절 그는 요직인 백악관 예산국장도 맡았다. 두 명의 대통령의 신임을 얻으며 핵심 측근에 오른 것이다.
여기에 ’100세 장관'이라는 이력까지 달게 됐다. 그의 전임 국무장관 중 헨리 키신저가 유일하게 생존해있으나, 나이는 세살 아래이다. 후임자 중 로렌스 이글버거와 워런 크리스토퍼는 나란히 2011년 타계했다. 각각 81세, 86세였다. 슐츠가 국무장관으로 재직했던 레이건 행정부 8년은 미국이 소련과의 냉전구도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세계 초강대국으로 가는 기반을 확실하게 잡던 시기였다.
당시 그는 외교안보 사령탑으로 소련과의 군축협상 등을 직접 챙겼다. 그런 슐츠의 100세 생일을 앞두고 그의 업적과 삶을 조명하는 행사가 잇따르고 있다. 그가 선임 연구원으로 몸담았던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는 홈페이지에 축하 코너를 따로 꾸리고, 현직 재임 시절 그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등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등의 사진을 올렸다.
‘열 두 살 때 ‘위클리 뉴스’라는 이름의 신문을 창간했다'는 것을 시작으로 슐츠에 대한 100가지 사실도 순차적으로 공개하기로 했다.
슐츠 전 장관은 고령임에도 활발하게 기고, 인터뷰, 저술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 중 상당부분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우선주의’에 대한 비판과 차기 행정부에 대한 당부다.
지난달 대선을 앞두고 발간된 미국외교관협회지 ‘포린 서비스 저널'에 ‘신뢰 위에서(On Trust)’라는 글을 기고하고, 누가 대선에서 승리하든 여야간 초당적 협력을 이어가고 대외관계에서는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중국·러시아와 미국간 갈등을 ‘2차 냉전 상황으로 접어드는 모습’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1980년대 레이건 정권 당시 소련과 군축협상을 회고하며 “미하일 고르바초프 공산당 서기장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핵무기 증강에 대해 우려를 가진 새로운 유형의 소련 지도자라고 확신하고 러시아 속담까지 인용하며 협상에 주력해 목표를 이뤘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자신과 같은 공화당 소속의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대외관계는 국가 지도자들 개인들과의 관계에 기반을 두면서 제로섬게임처럼 됐고, 불신이 만연했다”며 비판했다.
또 “대통령의 잦은 소셜미디어 사용으로 인해 정책이 자주 변경되거나 뒤집어졌고, 이로 인해 미국 외교관의 업무는 예외적으로 복잡해졌다”고도 했다. 슐츠 전 장관은 최근에는 제임스 팀비 전 국무부 선임자문관과 함께 정치·사회 등에 대한 생각을 담은 책 ‘역사의 경첩(Hinge of History)’을 출간하기도 했다.
조지 슐츠라는 이름은 당파를 초월한 협력을 상징하는 이름으로도 소환되고 있다. 민주당 인사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최근 온라인으로 진행한 클린턴 재단 행사에 출연해 공화·민주 양당간 협력이 원활하게 이뤄지던 시절을 이야기하면서 슐츠와의 일화를 소개했다. 국무장관에 갓 취임한 뒤 슐츠로부터 테디 베어 인형을 선물받았는데, 발톱을 누를 때마다 “걱정 말고 행복하라(Don’t worry, be happy)라는 말이 나오는 곰인형이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100세 생일을 앞둔 조지 슐츠 전 장관에 대해 “이제는 더 이상 누구나 다 아는 이름이 아니지만, 한 시대 워싱턴의 주역이었고, 다재다능한 공직자였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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