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與 "야당 항의 속기록에 쓰지마" 野 "취재 카메라 들여보내"

최연진 기자 2020. 12. 7.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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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입법독주] 공수처법 개정안에 국회 난장판
與 "무작정 기다릴 수 없다" 野 "권력이 영원할 것 같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7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 추천위의 의결정족수를 완화하는 내용의 ‘공수처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정면충돌했다. 민주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를 열어 공수처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국민의힘은 “입법 독재”라며 강력 반발했다. 야당 의원 50여 명은 법사위 회의실 앞으로 몰려가 피켓 시위를 벌였고, 이 과정에서 여야 의원 간에 고성까지 오갔다. 작년 4월 ‘패스트트랙 충돌’ 이후 1년 7개월여 만에 또다시 공수처법을 둘러싸고 ‘동물 국회’가 재연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만나 공수처장 후보 추천 등을 위한 ‘밀도 있는 협의’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여야 원내대표단 합의는 30여 분도 지나지 않아 무산됐다. 여당이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5·18 역사 왜곡 처벌법’을 일방적으로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법안 의결은 하지 않기로) 약속을 해놓고 이렇게 깨버리면 어떡하느냐”고 따졌다. 그러나 법안소위 위원장인 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전체 회의 때 의견을 말하라”며 발언을 저지했다. 그러고는 곧바로 공수처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7일 오후 국민의힘 의원들이 더불어민주당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등 입법 강행에 맞서 서울 국회 법사위 회의실 앞에 집결해 규탄 구호를 외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를 뚫고 회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야당 의원들은 “백주 대낮에 사람을 속이느냐” “의결 안 한다고 약속하지 않았느냐”며 집단 반발했다. 이에 여당 의원들은 “소리 지르지 말라” “회의 진행을 방해하지 말라”며 맞고함을 쳤다. 백 의원은 “속기사님, 이런 것은 기록하는 게 아닙니다”라며 야당 의원들의 항의를 속기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권력이 영원할 것 같으냐. 우리도 권력 겪어봤다”며 “밖에 (취재) 카메라 들어오라고 연락해라”라고 말했다.

백 의원이 거수로 공수처법 개정안 의결을 시도하자 야당은 ‘안건조정위’ 카드를 꺼냈다. 안건조정위는 상임위에서 이견을 조정할 필요가 있을 때 재적 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로 구성된다. 위원장이 간사 협의를 거쳐 90일 내에서 활동 기간을 정할 수 있다. 민주당은 할 수 없이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을 위해 이날 의결을 포기했다. 하지만 백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안건조정위 90일은) 최대 기간이고, 바로 처리가 가능하다”며 법 개정을 강행 처리하겠다고 했고, 민주당 소속 윤호중 법사위원장은 8일 오전 9시에 곧바로 안건조정위 회의를 열겠다고 했다.

같은 시각 법사위 회의장 앞에선 국민의힘 의원 50여 명이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의회 독재, 공수처법 규탄’ ‘민주주의 유린, 공수처법 저지’ ‘친문 게슈타포, 공수처법 아웃’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단체로 구호를 외쳤다. 마이크를 돌려가며 자유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코로나 사태가 심각한데 의원들이 실내 좁은 공간에서 이런 시위를 벌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민의힘은 오후에도 회의장 앞에서 집단 농성을 이어갔다. 여야 의원들 간에 고성이 오갔다. 농성 중인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이 “순리대로 좀 하자. 절충점을 찾자”고 따지자 윤호중 법사위원장은 “무작정 기다릴 수가 없다”고 했다. 이에 김 의원은 “서로 신의가 있는데 이게 뭐냐. 국회의 위신이 뭐가 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이 민주당 백혜련 의원 앞을 몸으로 막아서는 등 물리적 충돌도 벌어졌다.

국민의힘은 “여당이 야당과 한 합의를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었다”면서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를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겠다고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당 회의에서 “민주당과 여러 차례 물밑 대화가 있었다. 이 정권이 중용했던 법조인을 (공수처장으로) 써도 좋겠다는 제안까지 했다”며 “(이 제안에) 민주당은 확답하지 않고 있다. 완전히 ‘우리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사람을 골라 넣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9일까지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철야 농성을 벌이기로 방침을 정했다. 또 9일 국회 본회의에선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신청해 공수처법 개정안 통과를 막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곧바로 국회에 ‘임시국회 소집 요구서'를 제출했다. 9일 정기국회가 끝나면 필리버스터도 자동 종료되기 때문에 12월 10~11일 다시 본회의를 열어 공수처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는 전략이다. 야당 관계자는 “여당이 또다시 힘으로 법안 처리를 밀어붙이면 야당으로선 사실상 막을 방법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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