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상가상 악재에 대권행보 '가시밭길'

김미경 2020. 12. 6.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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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尹갈등·부동산정책 실망감 탓
내년 서울·부산시장 선거도 발목
공수처출범 여야 이견에 공회전
세월호 농성장 찾은 李 이낙연(오른쪽) 민주당 대표가 6일 여의도 국회 본청 앞 세월호 유가족 농성장을 찾아 정성욱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진상규명부장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표 취임 100일 맞은 이낙연

임기 100일로 반환점을 돈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깊은 악재의 늪에 빠졌다. 이 대표는 대선 출마가 예정된 주요 후보다. 지금 달려도 시원찮은 판에 발목을 잡히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 대표는 돌파구를 찾을까 정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대표는 임기 초기에는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서 다진 강한 리더십을 재현하면서 당의 악재를 정면돌 파하거나 강도 높은 인적 쇄신을 추진하는 등 강단을 보여줬다. 윤미향 의원의 정의기억연대 회계부정 의혹이나 부동산 투기 의혹과 이해충돌 논란을 빚은 김홍걸 의원, 이스타항공 대량해고 사태로 여론의 직격탄을 맞은 이상직 의원 등 악재가 이어지자 윤리감찰단을 신설하고 강도 높은 감사를 추진해 김 의원과 이 의원 등을 스스로 당에서 떠나게 만들었다. 이 때문에 당의 지지율도 오르락내리락 진폭이 있을지언정 국민의힘보다 우세한 양상을 굳혀왔다. 개인적으로도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굳건히 했다.

그러나 임기 중반을 넘어선 이 대표의 행보는 꽃길보다 고생길에 가깝다. 취임 당시 40% 수준이던 지지율은 지금 큰 폭으로 떨어져 29.8%(리얼미터·TBS 의뢰·조사기간 11월30일~12월 2일·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까지 내려갔고, 1위 자리도 31.2%를 얻은 국민의힘에 내줬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의 갈등과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한 실망감 등에서 비롯된 결과라고는 하나 174석의 거대여당을 이끌고 있는 대표로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현재 지지율 추이가 장기화한다면 내년 4월 예정돼 있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의 결과도 장담할 수 없다. 만약 두 광역단체장을 모두 야당에 넘겨주는 불상사가 생긴다면 이 대표로서는 정치적 낙제점을 받는 것과 같다.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도 더 이상 낙관하기 어렵다. 범여권에서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바짝 추격해와 1위 자리를 넘보는 것도 모자라 범야권 유력주자로 급부상한 윤 총장에게 1위를 빼앗긴 여론조사(알앤리서치·데일리안 의뢰·조사기간 11월30일~12월1일)도 있었다.

이 대표가 성과로 자신 있게 내세울 만한 입법과제도 불충분하다. 이 대표는 취임 이후 줄곧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과 공정경제 3법, 전 국민 고용보험 등을 주요 입법과제로 강조해왔으나 완성형 과제는 소수에 불과하다. 공수처 출범은 간신히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구성 단계까지 진전됐으나 결국 여야 간 입장 차로 공회전 중이다. 공정경제 3법은 경제계와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면서 조금씩 윤곽이 나오고 있으나 여야 간 이견 등이 남아 있어 연내 처리는 불확실하다. 그나마 이 대표나 민주당의 자력으로 현 단계까지 왔다기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후방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검찰 수사 중 사망한 측근 고(故) 이경호 대표실 부실장도 이 대표에게는 뼈아픈 부분이다. 고인은 4·15 총선 당시 이 대표의 선거사무실 복합기 임대료를 옵티머스자산운용 관련 업체가 지원했다는 의혹으로 고발돼 검찰 조사를 받다가 갑자기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부실장이 이 대표를 20여년 보좌한 최측근이라는 점에서 이 대표를 향한 정치적 부담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임대료 대납 의혹도 그대로 남아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연일 이 부실장의 사망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김 의원은 6일 자신의 SNS에 "이 부실장의 죽음은 너무 억울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을 위해 교도소까지 가면서 도왔는데 결국 이렇게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면서 이 대표에게 "과연 진실은 무엇이냐"고 따졌다.이 대표는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한 듯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연기했다. 대신 이 대표는 이 부실장을 애도했다. 그는 이날 이 부실장 발인 이후 자신의 SNS에 "이 사람아, 왜 거기 그렇게 있어? 영정 속의 자네는 웃고 있었네"라며 "자네의 영정 아래서 나는 겨우 울음을 누르며 기도만 드렸네. 자네 가족께도 드릴 말씀이 떠오르지 않았네"라고 슬픔을 표현했다. 이 대표는 "우리는 함께 일하거나 각자의 생활을 하며 20년을 보냈네. 자네는 착하고 성실한 동지였네"라며 "좋은 날 보다 힘든 날이 훨씬 더 많은 세상살이. 자네에게는 더 그랬을 것이네"라고 지난 세월을 회상했다. 이 대표는 이어 "나도 자네처럼 살가웠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을 뒤늦게 후회하네. 자네가 깊게 사랑했던 고향 땅으로 자네를 보내 드리네"라며 "따뜻한 고향에서 편안히 쉬시게. 자네와 함께했던 세월, 마음에 간직하겠네"라며 애통한 마음을 전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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