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복지, 디지털 균형 [김현수의 메트로폴리스2030]

김현수 단국대 교수 2020. 12. 6.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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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기 이용 기술은 이제 생존 기술이 된다

(시사저널=김현수 단국대 교수)

코로나가 우리의 일상을 바꾸고 있다. 학습과 교육은 줌(zoom)으로, 쇼핑은 택배로, 문화소비는 넷플릭스와 유튜브로, 교제는 SNS로, 산업과 경제활동은 디지털 플랫폼으로 빠르게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중이다. 이런 변화가 그리 낯설지는 않지만, 특히 지난 1년 사이에 더 빠르게 바뀌었다. 코로나19가 이 변화를 가속하고 있다.

이전으로 돌아가기 어렵다고 한다. 백신이 조만간 나올 것이고, 누구부터 접종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그런데 백신 접종 이후에도 그 전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거라고 한다. 가성비 높은 디지털 플랫폼에 한번 익숙해지고 나면, 상당 부분 이 상태를 유지하지 않을까. 모바일 쇼핑을 경험하고 나면 마트나 백화점에 가는 일이 번거롭게 느껴질 수도 있다. 물론 대형 매장에 식구들과 함께 가서 걷고 구경하고 먹고 마시고 교제하는 즐거움까지 대체하기는 어렵겠지만. 줌으로 강의를 듣고, 회의하는 일을 되풀이하다 보면 굳이 먼 거리를 가야 하는지 망설이게 된다. 물론 서너 번 중에 한 번은 만나야 할 일이 생긴다.

'포노 사피엔스'에겐 모바일폰도 신체의 일부

이 모든 활동의 바탕에는 디지털 플랫폼이 있다. 디지털 인프라가 점점 편리하고 저렴해진다. 이 플랫폼에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이 익숙해진다. 모바일에 친숙한 젊은이들은 잘 적응하고, 이 새로운 변화를 즐긴다. 모바일로 쇼핑하고, 인강을 듣고, 배달해 먹고, 영화 보고, 사귀고, 모든 것을 해결한다. 이 새로운 인류를 포노 사피엔스라 부르고, 인간의 장기인 오장육부에 모바일폰을 더해, 오장칠부라고까지 한다. 스마트폰을 인간 신체의 일부로 인식하는 것이다.

모바일 기기에 익숙지 않은 고령자들은 더 먼 곳에 가서 비싼 물건을 사야 한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이 없거나 고물 기기를 가진 학생들, 혹은 취약계층은 원하는 정보 서비스를 충분히 이용하지 못한다. 기기는 가지고 있지만 이용에 익숙지 못한 이들도 고충이 크다. 50대보다는 60대, 70대가 더 어려움을 토로한다. 이들은 디지털 정보와 서비스로부터 소외된다. 이제 디지털 기기 이용 기술은 생존 기술이다. 마치 수렵시대의 사냥 기술이나, 도시에서의 운전 기술과 같다. 별 기술은 아닌데, 하지 못하면 손실이 크다. 고령자·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공공 서비스로부터 소외되지 않도록 디지털 활동을 지원해야 한다.

대규모 단지의 관리사무소·주민센터·공공청사 등에 디지털 지원센터를 설치하고 기기 렌털·이용 교육 등 지원을 강화해 디지털 복지를 지원해야 한다. 구매·교육·학습·의료·복지·문화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불이익이 없도록 지원하는 일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복지, '디지털 복지'다. 학교나 도서관, 병원과 복지시설이 가까이 있으면 제일 좋겠지만, 모든 주택이 이런 시설과 가까운 곳에 입지하기 어렵다. 의료나 복지도 가벼운 진찰이나 상담만으로도 효과가 크다.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에서는 폐교 등 공공시설 축소나 폐지가 빈번하므로, 디지털 소비를 지원하는 일이 더 중요해진다.

이동거리가 짧은 도시가 살기 좋은 도시다. 특별시·광역시 등 대도시권에서는 생활권 계획이 더 중요해진다. 서울플랜에서는 1000만 인구를 5개 대생활권으로 구분해 자족적 생활권을 구성한다. 도심까지 이동하지 않고도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직장과 주거, 교육과 공공 서비스가 공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동에 따른 탄소 배출도 저감하고, 또 팬데믹 시대의 생활권 도시에 부응할 수 있는 대안이다. 예를 들면, 파리 이달고 시장의 '15분 도시' 같은 공간 단위다. 대중교통으로 생활권 내 모든 가구의 공공시설 접근성을 확보하기 어려우므로, 디지털 서비스가 더욱 중요해진다. 디지털 접근성이 부족한 가구의 분포를 파악하고 디지털 지원센터를 촘촘하게 공급해 '디지털 불평등'을 줄이고, '디지털 균형'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인구 감소 지역의 학교는 2교3택(二校三宅)을 고려할 만하다. 이틀은 학교에, 사흘은 집에서 공부하는 식이다. 폐교 위기에 직면한 인구 소외 지역은 1교4택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있다. 코로나 팬데믹에도 즉각 대응할 수 있다. 문화센터도, 복지시설도 이와 같은 규칙을 만들어 적정 수준의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지원센터의 입지·서비스 수준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디지털 불평등 지수, 인구밀도 분포를 고려해 디지털 지원센터의 입지와 규모, 제공 서비스 수준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학교나 공원, 병원, 문화복지센터에 매일 가지 않고도 만족할 만한 교육·학습·복지·의료·문화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디지털 복지'다.

수도권과 같은 메가시티 안에서도 불평등이 커진다. 리처드 플로리다(Richard Florida) 교수는 "가장 번영하는 대도시에서 불평등이 커진다"고 일갈한 바 있다. 세계적인 혁신기업이 모여 있는 샌프란시스코 도심에 노숙자가 넘치는 일이나 세계의 경제수도 뉴욕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는 일들이 그러하다. 수도권 내에서도 인구가 감소하고 소멸을 우려하는 지역이 증가한다. 성장하는 기업들이 대도시의 도심에 모이기 때문이다. 주변 지역에서는 청년들이 만족할 만한 일자리가 점점 더 줄어든다. 주변 지역의 고령자와 취약계층에게 적절한 서비스를 공급하는 일도 마찬가지로 디지털 균형을 찾아가야 한다.

"대도시에서 불평등이 커진다"

행정구역 단위의 지리적 균형 목표는 좀처럼 달성되기 어렵다. 시·군·구나 읍·면·동의 행정구역 단위로 교통 접근성, 학교와 공원의 개수와 면적, 의사와 병상 수 등을 평가하는 일은 격차와 불평등으로 인한 긴장감만 키운다. 왜냐하면 인구와 산업이 소수의 중심지로 집중하기 때문에 중심지로부터 떨어진 곳에 일자리·교육·의료 서비스를 균등하게 공급하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 디지털 복지와 디지털 균형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시공간을 재편하는 유용한 계획수법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인구와 산업이 대도시로 집중한다. 수도권으로 인구가 집중하는 최근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메가시티 구축, 시도 통합에 관심이 높다. 대구와 경북, 광주와 전남, 부산·울산·경남이 광역대도시권 협력체계를 구축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일에 나서고 있다. 시군 간에 경쟁하지 않고 협력해 소수의 거점을 육성하는 일이 필요한데, 역시 중심거점 주변에 소외 지역이 발생한다. 소외 지역에 부족한 공공 서비스 확충을 위해 중소도시·취락 등과 중심지 간 대중교통망을 촘촘하게 연결하는 일과 함께, 디지털 서비스를 원활하게 지원하는 일이 절실하다. 소멸을 우려하는 취락과 시군이 늘어날수록 공공 서비스에 대한 지리적 접근성이 악화될 것이므로 디지털 지원의 필요성은 더 커질 것이다.

행정구역 단위로 인구와 공공시설 분포를 비교하는 일은 지리적 균형을 추구하는 일이다. 어디에서 살고, 어디에서 일하든 만족할 만한 공공 서비스에 접근하고 향유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절실해지고, 또 기술적으로 가능해지고 있다. 특히 정보와 서비스를 전달하는 방식이 모바일 중심의 디지털 플랫폼에서 좀 더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는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플랫폼으로 전환된다. 소외 지역·계층에 스마트 기술을 통해 적정 수준의 공공 서비스를 전달하는 도시가 포용적인 스마트시티다. 메가시티의 거점과 주변 지역을 연결하는 디지털 균형, 생활권 도시의 자족성을 높이는 디지털 복지를 가능케 하는 스마트시티를 그려보자. 인구가 감소해도 유지되어야 하는 기본적인 교육, 대중교통시설도 있다. 또 시설을 통합하고 대중교통망, 수요부응형 교통 서비스를 확대해 이용자의 편의를 도모하는 일도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시설 공급, 교통 서비스와 함께 이제는 디지털 복지와 디지털 균형이라는 새로운 공간 복지, 공간 계획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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