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하 여배우, 누구에게도 없는 '알 권리' [연예다트]

이기은 기자 2020. 12. 5.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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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TV조선 예능프로그램 ‘우리 이혼했어요’가 방영 3회 만에 자칫 자극적일 수 있는 강력한 리얼리티를 빼들었다. 법적 이혼 절차를 밟아 이제는 남남이 된 배우 이영하 선우은숙, 그들의 과거사 ‘이영하 여배우’ 사안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프로그램의 화제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우리 이혼했어요’는 이혼한 셀러브리티, 연예인 부부가 다시 만나 한 집에서 생활해보는 모습을 관찰하는 리얼리티 예능으로 출범했다. 일찍이 이국용 PD는 동 방송사 ‘연애의 맛’을 연출하며 남녀관계의 현실적이면서도 남루한 부분까지 포착해내는 예리함을 과시했다. 그런 그가 이번엔 ‘우리 이혼했어요’를 통해 남자와 여자, 부부, 결혼, 이혼 등 삶의 핍진한 부분을 현미경 시선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

베일을 벗은 ‘우리 이혼했어요’는 예상만큼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남녀관계의 A to Z를 녹여냈다. 우선 제작진은 십 수 년 전 이미 이혼했고 수 십 년 간 연예계 셀럽 부부로 대중들과 희노애락을 함께 해 온 이영하 선우은숙 커플을 첫 타자로 내세웠다. 시청률을 견인하기 충분한 사실적 예능 각본 설정과 연출, 세월의 깊은 시름을 상정한 두 사람의 밀도 높은 대화가 방영과 동시에 뜨거운 화제성을 부르고 있다. 핵심은 이들의 겹겹이 쌓인 세월에 누구도 돌을 던지거나 관여할 수 없다는, 국민의 알 권리를 배제한 ‘관조’의 무게에 있다. 실제로 선우은숙은 이영하에게 여행 마지막 날, “아직도 내가 여자로 보이냐”는 민감한 질문으로 자신의 온 진심을 카메라 앞에 내던지며 시청자에게 전율을 안겼다.

더불어 선우은숙은 이영하에게 수 십 년 전 둘의 관계를 소원하게 만든 ‘이영하 여배우’ 사태를 언급하며 국면 전환을 전제한 승부수를 띄우기도 했다. 이영하가 당시 모 여배우와 함께 골프를 치러 다녔고 선우은숙은 이를 만류하지 못해 마음고생을 했다는 것. 두 사람이 함께 해 온 오랜 결혼생활, 쌓아온 관계, 눅진한 감정 잔여물은 이 실질적 과거사를 통해 드라마 플롯이 아닌 현실로 공증됐고 시청자들의 몰입도 역시 증폭될 수 있었다.

하지만 방송 가십성에 관한 우려도 현실이 됐다. 이영하 여배우 사태는 방송 직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실검)를 장악하며 이들에게 2차 가해를 안기는 상황.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지에서는 이영하와 만난 당시 여배우 정체를 추정하는 무분별한 게시글, 악플(악성 댓글) 등이 게재됐다. 이국용 PD 역시 이 같은 방송 직후 반응을 예상 못하진 않았을 터다. 하지만 이미 ‘연애의 맛’의 용기백배 카메라 시선을 통해 시청자들의 갖은 비난을 감수해 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이 제작진의 방송 경력이 됐다. 더군다나 이필모 서수연 커플을 결혼까지 골인시킨 해당 프로그램 연출진으로선 일련의 부작용보다 프로그램의 순기능에 초점을 맞춘 채 촬영을 강행한다는 처사다.

이영하 선우은숙 커플 경우 현재 첫 번째 여행을 마치고 다시금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현 시점 ‘우리 이혼했어요’는 이영하 여배우 건을 통해 첫 번째 리얼리티의 불을 지피는 데 영악하게 성공했으며, 인생 후배 격인 2030대 유튜버 커플 최고기 유깻잎을 통해 한층 개방적이고 자유분방한 삶의 태도를 클로즈업하고 있다. 이로써 연령대별 이혼 커플의 시각 차이, 행동 추진력이 자연스레 비교분석됐으며 40대의 관록 있는 중간 연령층 커플(박재훈 박혜영)까지 새롭게 합류해 프로그램의 취지 조명과 속도감이 절정에 치다르는 모양새다.

질타를 감수한 채 삶의 사각지대 그 자체를 내보이겠다는 제작진의 위험한 용기 앞에서, 시청자들이 취할 수 있는 하나의 태도는 분명하다. 향후 행복할 권리를 위해 이 위험한 프로그램에 사활을 걸고 출격한 출연진과, 그들의 주변인을 향한 사려(思慮)와 매너가 그것이다. 지금껏 쌓아온 남녀로서의 남루한 상처, 트라우마를 망설임 없이 내보이고 있는 이들의 보여주기(show) 결정 역시 결단코 쉽지 않았다. 쇼를 불사한들 자신의 미래를 재건해보겠다는 사람들과 관계자들의 진심, 이들에게 우리가 적용해야 할 것은 국민의 알 권리 아닌 그들의 사생활을 지켜줄 도의다.

[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우리 이혼했어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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