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과학]페르미, 최초의 원자로를 만들다

이창욱 기자 2020. 12. 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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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12월 2일 미국 시카고대 미식축구장 지하에 긴장한 표정의 물리학자들이 하나둘 모였다.

이날은 세계 최초의 원자로인 '시카고 파일 1호(CP-1)'의 시험 가동이 예정돼 있었다.

CP-1은 '핵분열'을 조절하는 원자로다.

이날 오후 3시 25분 CP-1은 성공적으로 가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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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폭탄과 원자력 발전의 시작
최초의 원자로 CP-1(오른쪽)을 가동하던 순간. 긴급 상황 시 카드뮴 용액을 뿌리기 위해 용감한 물리학자 셋이 원자로 위에서 대기했다. 아르곤 국립 연구소 제공

1942년 12월 2일 미국 시카고대 미식축구장 지하에 긴장한 표정의 물리학자들이 하나둘 모였다. 이날은 세계 최초의 원자로인 ‘시카고 파일 1호(CP-1)’의 시험 가동이 예정돼 있었다. 대도시 한복판에서 이뤄지는 위험천만한 실험이다.

CP-1은 ‘핵분열’을 조절하는 원자로다. 핵분열은 불안정한 방사성 원소가 더 작은 원자핵으로 분열되는 현상이다. 1939년 독일의 유대계 물리학제 리제 마이트너가 발견했다. 핵분열 과정에서 큰 에너지와 중성자 2~3개가 함께 방출돼 주변의 방사성 원소를 분열시킬 수 있다. 도미노처럼 차례로 원자핵이 분열되는 ‘연쇄 반응’이 일어나면 막대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핵분열을 통제하는 게 관건이었다. 방사성 원소가 너무 적으면 연쇄 반응이 일어나지 않고, 반대로 너무 많이 모이면 핵분열이 폭주하면서 도시를 통째로 날릴 만큼 큰 폭발이 일어난다. 이를 막기 위해 핵분열 반응을 조절하는 ‘원자로’를 만들었다. 

핵폭발 장면. 미국에너지부 제공

미국 정부는 제2차 세계대전의 적국인 독일보다 먼저 원자폭탄을 만들기 위해 원자로를 건설했다. 이탈리아에서 온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의 연구팀이 이 일을 맡았다. 그는 방사성 원소인 우라늄 약 5t과 산화우라늄 50t을 중성자의 속도를 낮춰 연쇄 반응을 높이는 흑연 벽돌 400t으로 덮어 CP-1을 만들었다. 중성자를 흡수하는 금속 카드뮴으로 핵분열을 조절했다.

이날 오후 3시 25분 CP-1은 성공적으로 가동을 시작했다. 첫 원자로는 28분 동안 겨우 0.5W(와트)의 에너지를 만들었다. 하지만 3년 뒤 CP-1에서 시작된 연구의 결과물인 원자폭탄은 일본에 떨어져 제2차 세계대전을 끝냈다. 페르미가 설계한 원자로는 이후 원자력 발전에 쓰이는 원자로의 토대가 됐다. 무시무시한 무기와 함께 원자력 에너지를 평화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길이 함께 열린 것이다.

※관련기사

어린이과학동아 12월1일 발행, 핵폭탄과 원자력 발전의 시작

[이창욱 기자 changwook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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