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투발루의 사라지는 섬들..이산화탄소 온실효과 간과했나
남태평양의 섬나라인 투발루는 작은 섬들로 이뤄져 있다. 넓은 대양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곳이지만, 나라 전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미 몇몇 섬들은 바닷속으로 사라졌고, 현재 남아있는 지역도 해발고도가 고작 4m에 불과하다. 온난화는 투발루만의 문제는 아니다. 기온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지구촌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 9월엔 북극의 빙하가 역대 가장 많이 녹았고, 당장 우리나라에서도 최장 기간 장마가 이어지는 등 지구 온난화는 이제 우리 삶을 직접 위협하고 있다. 온난화의 주범은 이산화탄소인데, 이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끝을 모르고 상승 중이다.
● 이산화탄소 농도 또 최고치
<2021년 농도 125 : 배출량 +10(2020년의 배출량의 절반), 사라지는 이산화탄소 –5, 전년도 농도 120 >
전문가들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감소만으로 전체 농도 감소시키기 위해선 25% 정도는 배출량을 감소시켜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전체 농도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증가세이다. 수명 때문에 당분간 전체 농도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해도 증가세는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산화탄소 농도는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전 지구적으론 최근 평균 10년 증가량인 2.37ppm에 반해 2019년 2.6ppm 증가했다. 한반도는 역시 평균 10년 평균 2.4ppm에 비해 2019년에 2.7ppm 증가하면서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인류가 기후변화를 인지하고 그 위험성에 대해 자각했던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기 때문에 아쉬운 대목이다.
● 온실효과 잘못 계산했나?…5℃ 넘어설 것
연일 최고치 농도를 기록하는 이산화탄소는 대표적인 온실기체이다. 각 기체 분자 1개가 가지는 온실효과만 본다면 메탄(CH4)이나 아산화질소(N2O)보단 훨씬 낮지만, 대기 중 많은 양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힘의 지표인 기후강제력에서도 이산화탄소는 절반이 훨씬 넘는 66%를 차지했다.
지금까지는 이런 이산화탄소의 온실효과가 지구 기온을 2℃~4.5℃정도 상승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서 이산화탄소 농도가 두 배가 됐을 경우를 가정하고 온도를 계산한 결과) 미국이 복귀를 선언한 파리기후협정의 목표치도 이런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결정됐다. 하지만, 최근 연구 결과는 달랐다. 기후 예측모델이 이산화탄소 온실효과에 따른 지구 기온 상승을 5℃ 이상으로 예측했기 때문이다.(**CMIP 6th) 2℃~4.5℃ 사이를 예측했던 기존 결과와는 너무도 다른 것이다. 특히 가장 낮게 본 2℃와 비교해보면 최소 3℃ 차이가 나는데 엄청난 차이가 아닐 수 없다.
*ECS(Equilibrium climate sensitivity)
**CMIP(Coupled Model Intercomparison Project)
● 대단한 차이인가?
IPCC 특별보고서와 학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산업화 대비 지구 기온이 1.5℃ 상승했을 때와 2℃ 상승했을 때의 결과를 보면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일단 기온이 0.5℃만 상승해도 여름철에 북극 빙하가 사라질 가능성이 최소 10배 증가한다. (Jahn 2018, Sigmond et al. 2018) 해수면 역시 0.67m 더 상승하고 서식의 절반 이상을 잃는 동·식물 그리고 곤충의 비율도 배로 증가한다. (그림 참조)
● 구름이 핵심
그런데 지구의 온도가 계속 상승해 결국 구름 속 모든 얼음 입자가 녹아버리면 더 이상 태양빛을 반사시켜줄 물방울이 추가되지 못한다. 구름 속엔 이미 물방울들이 최대로 많이 생긴 상태기 때문. (그림 참조) 지구온난화에 브레이크를 걸어주던 제동 장치가 더 이상 강해지지 못하니 온도가 기존보다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이다. 이번 연구결과엔 이런 과정이 새롭게 더해진 것이다. 과학의 발전으로 과거보단 좀 더 정확한 예측이 가능해졌지만, 이 예측이 인류에 희망적이지 못한 것. 구름뿐만 아니라 북극에 갇혀있는 메탄가스 등 아직도 우리가 모르는 분야가 많다. 불행히도 모두 기후 시나리오에 부정적인 영향을 더할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가 현재 과학이 산출한 데이터 중 가장 최악의 상황을 염두해야 할 이유이다.
● 망가진 지구 돌아오지 않아
2만 년 전 지구의 빙하기부터 1만 년 전까지 4℃가 올랐다. 인간이 산업화 등으로 지구에 손상일 입히기 전으로 지구 시스템의 자연스러운 변화다. 이 자체도 다른 빙하기-간빙기 속도와 비교해보면 자연의 속도로도 매우 빠른 속도다. 그런데 현재는 지구 기온은 이 속도보다도 훨씬 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미 100년 만에 1℃ 상승시켰는데, 자연이 변하던 속도보다 25배 빠르다.
국내 연구팀에 따르면, 이렇게 빨리 기온이 상승한 지구는 나중에 기온이 낮아진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알던 모습으로 돌아오긴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육지, 해양, 생물 등 대부분 시스템이 빠르게 무너져 비가역적인 반응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과학이 발전해서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이 생기고, 농도를 줄여 심지어 온도까지 낮춘다고 해도 결국 우리가 알던 지구를 다시는 못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2050년까지 탄소 평형* 그리고 세계적으론 2100년까지 2℃보다 훨씬 낮은 1.5℃를 목표로 두고 있다. 지금의 증가세론 결코 쉽지 않다.
<참고문헌>
Jenny Bjordal *, Trude Storelvmo, Kari Alterskjær, Tim Carlsen , "Equilibrium climate sensitivity above 5 °C plausible due to state-dependent cloud feedback", nature geoscience(2020) 13, 718–721, (doi.org/10.1038/s41561-020-00649-1)
- Michael Sigmond *, John C. Fyfe, Neil C. Swart, "Ice-free Arctic projections under the Paris Agreement", nature climate change(2018) 8, 404–408, (doi.org/10.1038/s41558-018-0124-y)
Alexandra Jahn*, "Reduced probability of ice-free summers for 1.5 °C compared to 2 °C warming", nature climate change(2018) 8, 409–413, (doi.org/10.1038/s41558-018-0127-8)
서동균 기자wind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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