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겁지겁 수험생에 "일단 타"..코로나도 못 막은 '퀵 기사' 온정(종합)

서혜림 기자,김유승 기자,원태성 기자,이밝음 기자 2020. 12. 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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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수능]열체크 후 입실·후배 응원금지..달라진 풍경 '긴장 2배'
오전 6시30분~8시10분 입실 완료..발열 응시생, 곧장 특별실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3일 오전 대구 동구 청구고등학교 앞에서 수험생이 차에서 내려 시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2020.12.3/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서울=뉴스1) 서혜림 기자,김유승 기자,원태성 기자,이밝음 기자 =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확산세가 멈추지 않는 가운데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지는 3일 아침 시험장 입실 풍경은 예년의 경우와 달랐다.

수많은 수험생들이 같은 장소에서 시험을 보기 때문에 방역당국과 학교 측은 이날 혹시 모를 비상상황에 대비해 새벽부터 잔뜩 긴장한 채 정문에서 수험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수능시험장으로 지정된 학교측은 수험생에게 오전 6시30분부터 개방했다. 지난해는 오전 7시부터 개방이었다면 이날은 코로나19 관계로 좀 더 일찍 문을 열었다. 아울러 학교 현관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해 감염 의심자를 파악하기 위한 체온체크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할 별도의 시험장도 준비해놓고 있었다.

서울 서초구 서초고등학교 학생부 교사는 "특별실 사용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혹시 오늘 열체크를 해서 이상이 있는 수험생이 있으면 활용하려고 3군데 준비를 해두었다"고 말했다.

서초구 반포고 정문 앞에서 학생들을 기다리던 교사는 신경이 많이 쓰인다면서도 "아무래도 감염이 없어야 하고 (감염 우려 때문에) 원래 한 반에 책상 28개인데 오늘은 24개로 줄였다"며 "거리두기도 지도해야 하고, 여하튼 무탈하게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보다 입실시간이 당겨져서 더 일찍 나왔다.

학교 경비직원들도 파란비닐과 페이스실드(얼굴 가림막)를 쓰고 정문 앞에서 수험생들을 기다렸다.

서울 종로구 동성고의 한 경비직원(60대)은 "지난해엔 이 시간대에 100명도 넘는 후배랑 학부모가 정문 앞에 모여서 큰소리로 응원하고 북도 치고 시끌벅적했던 게 기억난다"며 "보시다시피 올해는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각 지역 고사장을 가보니 보통의 수능시험 때는 북적북적하던 후배들이 없었다. 코로나19로 당국이 수능일 응원 행사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미리 시험장에 가서 차분히 준비하고자 한 '1호 입실' 수험생도 오전 6시30분 이후 곳곳에서 나타났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3일 오전 충북 청주시 세광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0.12.3/뉴스1 © News1 김용빈 기자

서초고에는 오전 6시40분쯤 첫 입실인 수험생이 상기된 얼굴로 빠른 걸음으로 교문을 통과했다. 수험생은 롱패딩을 입고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로 곧 있을 시험을 위해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있었다.

오전 6시35분쯤 반포고에 세번째로 입실한 재수생 최모씨는 "코로나 때문에 떨리지만 그래도 믿고 있다"며 "일찍 오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일찍 왔다"고 말하며 시험장에 들어갔다.

같은 곳에서 한 수험생을 내려주던 학부모는 "심장이 떨린다"며 "애가 둘이라 또 한명을 내려주러 가야 한다"고 말했다.

수험생 딸을 보내주던 박선희씨(47)는 "코로나 때문에 준비하면서 평정심 찾기도 힘들었고 혼란이 많아서 힘들었다"면서도 "그래도 애가 빨리 적응했고 학교에서도 잘 대응해줬고 시험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첫째는 2년 전에 시험을 봤다면서도 "코로나19 전후랑 느낌이 정말 다르다"며 "일상이라는 것이 소중하다고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수험생들의 체온체크는 정문이 아닌 현관 앞에서 이뤄졌다. 이날 고열이 있는 수험생은 별도의 고사장에서 시험을 치러야 한다.

선생님들의 표정은 사뭇 복잡해보이기도 했다. 강남지역 고등학교 앞에서 수험생을 기다리고 있던 한 선생님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좀 불안한 마음도 사실"이라며 "만약 시험이 다 끝나고 나서 확진자나 접촉자가 우리 학교에서 나왔다고 하면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건 둘째치고 무엇보다 학생들이 이번에 너무 많이 고생을 해서 제 컨디션에 시험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애들이 노력한 만큼 잘 봤으면 좋겠다"고 제자들을 걱정했다.

고사장 입실 종료시각인 오전 8시20분이 다가올 무렵 다급하게 뛰어오는 수험생도 있었다. 이날 학교마다 조금씩 규정은 달랐지만 늦어도 8시40분까지는 쪽문을 열어두는 학교도 있었다.

이날은 경찰과 퀵서비스 배달원, 오토바이를 탄 일반 시민 등 다양한 사람들이 수험생들이 늦지 앉기 위해 봉사했다.

경찰, 퀵서비스 배달원, 일반 시민 등 다양한 사람들이 지각 우려가 있는 학생들을 차량에 태워 시험장에 내려줬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3일 오전 광주 서구 상일여자고등학교에서 수험생 부녀가 포옹하고 있다. 2020.12.3/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이날 반포고에는 오전 7시50분쯤 경찰차가 수험생 1명을 내려주고 갔으며, 같은 시각 퀵서비스 배달오토바이를 타고 온 수험생도 있었다. 퀵서비스 배달원은 '지나가다가 급해 보여서 태워줬다'고 말했다.

오전 8시쯤에는 학생을 태운 오토바이가 경적을 울리며 모습을 드러냈다. 수험생을 뒤에 태우고 내려준 자원봉사자 이세욱씨(34)는 "사당역에서 경찰관 분이 순찰차로 시간 맞춰서 못갈 것 같다고해서 자원봉사 나왔다가 학생을 태웠다"며 밝게 말했다.

동성고에서는 오전 8시20분쯤 경찰차가 요란스러운 사이렌을 울리며 지각생을 태우고 황급히 학교 안으로 진입했다. 해당 학생은 성동고를 동성고로 이름을 착각하고 잘못 오는 바람에 몇번을 왔다갔다 하는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오전 8시40분쯤엔 반포고, 서초고 등 대부분의 고등학교의 교문이 닫혔다. 이날 1교시 시험은 오전 8시40분부터 전국 86개 시험지구 1383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실시된다. 이번 수능은 코로나19 확진자도 시험에 응시할 수 있으며 1일 기준으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수험생은 총 37명이다.

모든 시험장에서 수험생은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며 칸막이가 설치된 책상에서 시험을 보게 된다.

suhhyerim77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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