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연 칼럼]오락가락 대입제도에 길 잃는 미래세대
우리 사회 양극단 대립 낳는 원인
정시-수시 중 완벽한 방식은 없어
대학에 자율권 주며 제도 확립해야
대학입학 예비고사가 처음 시행된 것이 1968년이니 이렇게 전국 학생들이 하루 종일 시험을 치르는 일도 이미 반세기가 넘었다. 현재와 같은 수능도 1994년 시작됐다. 부모가 치른 시험 제도를 그 아들과 딸들에게도 그대로 물려주고 있는 셈이다. 그사이 정보기술혁명 등에 의해 우리 삶에는 엄청난 변화가 있었지만 수능은 여전히 꿋꿋하다.
우리 대학들은 수능 성적을 토대로 하는 정시전형과 고교 생활이 전반적으로 담겨 있는 학생부를 평가하는 수시전형으로 신입생을 뽑고 있다. 정시전형은 수험생들이 불합격 처리돼도 소위 커트라인이 몇 점인지 알게 되니 이의를 제기할 명분이 별로 없다. 반면 수시전형은 교과 성적 이외에 봉사나 수상 실적 등 비교과 활동도 고려하는 정성평가 작업이기에 불만이 생기는 일은 어쩌면 당연하다. 수시전형은 사회적 신뢰가 없으면 운영하기 힘든 제도다.
교육의 근본 목표는 미래세대 각자의 개성과 소질을 극대화해서 한 사람 한 사람이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획일적 교육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으며 특히 다양한 시각으로 학생을 평가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모두가 한 방향으로 달리면 1등은 결국 한 명이지만 360도 방향으로 각자 다르게 뛰면 1등이 360명이라는 이어령 선생의 이야기는 너무 지당하다.
그러나 수능은 아쉽게도 전국의 학생을 한 줄로 세우는 획일적 평가인 데다 대다수 문제가 오지선다형 객관식이다. 10점짜리 문제에서 정답을 고르면 10점을 받지만 다른 답을 고르면 모두 0점이다. 주관식, 서술식이라면 7점 혹은 3점을 받는 학생도 있을 텐데, 이런 일은 공정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전혀 수용되지 못하고 있다. 서로 의견이 다르면 상대를 아예 틀린 답으로 여기는 일은 우리가 학생 때부터 수없이 훈련한 수능 때문인 듯싶다. 이렇게 흑백으로 가르는 사고방식은 정치를 비롯한 여타 분야에서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극심한 갈등의 근본 원인이다.
또 수능은 시간을 많이 들여 반복 학습한 재수생에게 유리한 입시제도다. 대학들이 대부분 신입생을 정시로만 받아들이던 십수 년 전, 상위권 대학에는 재수 이상의 신입생 비율이 절반을 훌쩍 넘기도 했다. 늘어나는 재수생이 사회 문제로 심각히 부각되던 시절이다. 아울러 수능에선 값비싼 사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생들이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정시전형은 당연히 여론의 지탄을 받았고 정부는 수시전형을 대학에 권장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여름 시민 500여 명을 모아 ‘대입제도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했고, 시민참여단의 지혜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고 극찬하며 새로운 대입제도를 확정했다. 그런데 지난해 가을 전 법무부 장관 자녀에 대한 입시 부정 의혹이 있었다. 이런 일은 진상을 밝히고 부정이 있었다면 관련자를 처벌하면 되는데, 정부는 엉뚱하게도 이를 대입제도 자체의 문제로 돌렸다. 대통령 지시로 한 해 만에 다시 입시제도를 바꾸며, 공정성 강화를 명목으로 정시전형 비중을 높였고 수시에서는 자기소개서를 없앴다. 아울러 봉사, 독서 등 대부분의 비교과 활동에 대한 학생부 기재를 금지했다. 필요한 정보 없이 합격생을 추려야 하는 수시전형은 결국 앞으로 더 큰 불신을 받게 될 듯싶다.
수능에 의한 정시나 학생부에 의한 수시나 모두 완벽한 것은 아니다. 수능은 투명하지만 획일적이고,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은 불투명하지만 다양성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21세기를 살아갈 젊은이를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소중한 인재로 키우기 위해 더욱 고민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젊은이와 국가의 미래다. 대입제도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대학에 자율권을 주면서 확립해야 한다. 대입제도가 정치적인 이유로 오락가락하면 미래는 길을 잃는다.
김도연 객원논설위원·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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