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의사생활' 그래서 익준이랑 송화는 어떻게 돼요?[2020 명작열전②]

최상진 기자 입력 2020. 12. 2.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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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의학드라마는 다 그런 줄 알았다. 피가 튀는 수술방에서 긴박한 손논림으로 환자를 살려내거나, 머리좋은 아저씨들이 과장과 병원장이 되기 위해 수싸움을 벌이거나, 아니면 사랑하거나. 올해 초 시즌2까지 사랑받은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의 성공은 그 모든 에피소드에 낭만적인 의사,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담았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했다.

웬걸,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기존 의학드라마에 대한 모든 클리셰(진부한 설정)를 깨트리며 차원이 다른 작품으로 처음부터 눈이 휘둥그레지게 만들었다. 다섯 친구들의 ‘사는 이야기’를 앞세운 시트콤처럼, 때로는 병원 내 일어나는 환자와 의사들의 희로애락을 담은 휴먼 드라마처럼, 갈등과 복수가 없어도 이야기가 좋다면 얼마든지 사랑받을 수 있음을 증명해냈다.

작품은 간담췌외과 이익준(조정석), 소아외과 안정원(유연석), 흉부외과 김준완(정경호), 산부인과 양석형(김대명), 신경외과 채송화(전미도) 다섯 친구들을 중심으로 우정과 의사로서의 삶을 이야기한다. 영웅적인 의사와 엄청난 난이도의 수술을 천재적인 실력으로 마무리해 의국 사람들에게 박수받는 의사의 모습, 의국에서 꼴랑꼴랑거리는 모습은 한반도에 호랑이가 살았을적 이야기나 된다는 듯.

대학 시절부터 함께 공부하고, 노래하며, 때로는 삼각관계에 빠지기도 했던 이들의 우정은 ‘남자셋 여자셋’의 40대 버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밥먹으며 싸우고, 커피마시면서 싸우고, 노래하며 싸우고, 만나면 싸우지만 결정적인 순간 진하게 들러붙는 우정. 잔잔하지만 깊은, 유연하지만 굳센 친구들의 모습은 매번 보는 이들을 웃음짓게 하며 부러움까지 자아냈다.

병원 사람들도 식구처럼 느껴지는 편안한 매력이 있다. 첫 방송부터 병원장을 사이에 두고 안정원과 무시무시한 아우라를 뿜어낼 것 같던 주종수(김갑수) 이사장이 표정을 풀고 정로사(김해숙)과 어린 시절 친구처럼 주고받는 모습, 교수님을 짝사랑하는 안치홍(김준한)과 추민하(안은진) 장겨울(신현빈)의 어설픈(?) 눈치작전 등이 요소 요소마다 톡톡 튀는 재미를 선사했다.

‘사는 이야기’ 구조에서 감동을 이끌어낸 것은 단연 환자들에 최선을 다했으나 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의사들의 현실, 그리고 보호자들의 현실적인 감정이었다. 어머니와 아들을 동시에 입원시킨 황영희를 필두로, 3년 투병생활한 아들의 죽음에 직면한 염혜란, 유방암으로 한쪽 가슴을 잃고, 암세포가 뇌로 전이돼 수술을 앞둔 김국희 등이 초반 시청자들의 감정을 극대화하면서 작품은 재미와 현실, 감동의 균형을 맞춰나갈 수 있었다.

다섯 친구들의 전공이 모두 다른 만큼 환자들도 다양했다. 장기를 이식해야 하는 딸을 위해 살을 쏙 빼고 돌아온 아버지, 치열한 열정으로 살려낸 아기, 결혼식을 앞둔 딸을 두고 수술대에 오르는 아버지, 뜻하지 않게 뱃속의 아이를 잃은 엄마까지···. 수술 뒤 ‘내일 어린이날이나 아들에게 짜장면이나 사주겠다’며 퇴원한 환자가 다음날 교통사고로 뇌사 상태가 되어 돌아오고, ‘아들이 어린이날을 슬픔 속에 보내지 않도록’ 환자의 사망시각을 잠시 늦추는 이익준의 모습은 작품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친절하고 뭉클하게 설명했다.

작품의 진정성에서 살짝 눈을 돌리면 제작진의 ‘응답하라’ 시리즈와 ‘슬기로운’ 시리즈에서 보여준 매력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욕도 많이 먹었지만 흥행의 일등공신이 됐던 ‘남편찾기’는 채송화의 삼각관계로, 등장인물과 시청자 모두 잠시 멈칫 하게 만드는 유머코드도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자신들의 색을 공고히 만들었다. 이는 곧 캐릭터에 대한 애정으로, 시즌2에 대한 열화와 같은 성원으로 연결됐다.

조정석의 여유로움과 코믹, 유연석의 부드러움, 정경호의 딱딱함, 김대명의 소심한 마마보이까지 배우들은 자신과 꼭 어울리는 캐릭터를 잘 잡고 잘 연결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심지어 대학 MT시절 분장마저도 어색하기보단 재미있다는 표현이 적절했다. 그리고 원석 가공이 끝난 다이아몬드, 뮤지컬 여신에서 브라운관에서도 ‘완벽녀’로 눈 깜빡할 새 스타반열에 오른 전미도의 재발견은 신의 한 수였다.

이들이 함께 연주하는 밴드 음악도 빼놓으면 섭섭하다. 매회 굵직한 에피소드가 마무리되면 등장하는 미도와 파라솔의 연주는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는 배우들에 대한 OST 요구로까지 이어지면서 조정석의 ‘아로하’, 전미도의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 등이 음원차트 1위를 차지했고, 드라마가 끝난 뒤에는 팬들을 위해 랜선 콘서트까지 열어 인기를 실감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내년 시즌2로 이어진다. 마지막화에서 송화는 속초 분원으로 잠시 떠났고, 익준은 그녀에 대한 마음을 전했다. 정원은 장겨울의 고백에 키스하며 새로운 관계를 예고했고, 김준완은 이익순(곽선영)이 유학을 떠나며 장거리 연애를 시작했다. 추민하의 마음을 받아들이는 듯 했던 양석형 앞에는 이혼한 전 부인이 나타날 듯 하다.

“아···그래서 언제 시작하냐고···” 하며 목 빠지게 기다리는 시청자들이 태산이다. 앞서 전해진 바에 따르면 제작진은 12월 중으로 촬영을 시작할 예정이며, 방영은 늦어도 6월 안으로 염두하고 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된다.

/최상진기자 csj845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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