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폭력 고백 아내는 용서, 부부 예능 괜찮은 걸까[TV와치]

김노을 2020. 12. 2.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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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외도와 도박 빚, 폭력을 고백하고 아내는 웃으며 용서한다.

어쩌면 이 스토리라인을 가진 예능이 잘못된 부부 개념을 부추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과거 이묵원이 강부자의 말대답을 이유로 물건을 던지는 폭력적 성향을 보였고 심지어 외도까지 일삼은 것.

자식이 있으니 가정을 지키고자 했던 어머니의 감동적일 수 있지만, 남편의 폭력과 외도를 견딘 강부자의 인내가 가정을 지켰다는 게 이 방송의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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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김노을 기자]

남편은 외도와 도박 빚, 폭력을 고백하고 아내는 웃으며 용서한다. 어쩌면 이 스토리라인을 가진 예능이 잘못된 부부 개념을 부추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남편은 지난날을 후회로 고백하고 아내는 다 잊었다는 얼굴로 웃어 보인다. 부부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이 늘어나면서 어렵지 않게 접하는 장면이지만 그 사례를 들으면 기가 막힌다. 강부자는 최근 방송된 KBS 2TV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에 출연해 남편인 배우 이묵원과 힘들었던 결혼 생활을 털어놨다. 과거 이묵원이 강부자의 말대답을 이유로 물건을 던지는 폭력적 성향을 보였고 심지어 외도까지 일삼은 것.

강부자는 모든 것을 참고 살았단다. 오랜 결혼 생활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는 인내라고 답했다. 이혼만큼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개인 신념도 언급했다. 자식이 있으니 가정을 지키고자 했던 어머니의 감동적일 수 있지만, 남편의 폭력과 외도를 견딘 강부자의 인내가 가정을 지켰다는 게 이 방송의 골자다.

김학래, 임미숙 부부도 SBS플러스 '밥은 먹고 다니냐-강호동의 밥심'에 출연해 순탄치 않았던 30년 결혼 생활을 곱씹었다. 김학래는 이미 도박, 빚보증에 외도까지 저질렀다는 논란으로 대중에게 큰 비난을 받았다. 임미숙은 "예전에는 공황장애라는 말도 없어서 '맛이 갔다'라는 소리를 들을 것 같더라. 남편이 아이디어 회의한다고 집에도 안 왔다. 잔사고도 잦았다. 사업 실패, 보증, 예쁜 언니들이 많이 드나든다는 말도 있었다"고 인고의 시간을 떠올렸다.

앞서 JTBC '1호가 될 순 없어' 출연 당시 김학래에 따르면 후배가 포커를 권유해서 한번 친 것이 도박에 빠지는 계기가 됐다고. 그는 "나는 열심히 일하고 노는 것이 무슨 잘못인가 싶었는데, 가족의 의미를 이제야 알 것 같다"며 반성했고 임미숙은 용서했다.

부부 갈등에 초점을 맞춘 예능의 마무리는 항상 반성과 용서다. 물론 이들의 진심을 쉽게 판단할 수는 없다. 연예인도 사람인지라 결혼 생활하며 험난한 굴곡을 수차례 넘을 터다. 하지만 미디어가 남편의 고백과 아내의 눈물 어린 용서라는 스토리라인을 시청률 용으로 사용하는 지점에 대해서는 비판의 여지가 있다. 폭력과 도박 등 사회 문제가 시간이 지나니 추억이 된 것마냥 미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 또 이러한 내용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시청자 또한 그만큼 무뎌질 수도 있다. 이는 미디어가 소재를 고를 때 신중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배우자 외도와 폭력을 '인내'와 '신념'으로 참고 넘어간 이야기, 그 끝에 준비된 감동적 연출은 의도와 달리 잘못된 주제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결국 여성은 자식을 위해 인내하고 가정을 지키기 위해 헌신해야 한다는 의식에 힘을 싣는 셈이 되는 것.

배우자 외도가 파탄의 귀책사유가 되는 와중에 부당함을 인내로 포장하는 연출은 씁쓸하다 못해 시대착오적이다. 아무리 부부 소재 예능이 잘 나간다지만, 사회적 문제로 번질 수도 있는 사건을 감동 스토리로 둔갑시키는 행태는 분명히 개선해야 할 점이다. (사진=KBS 2TV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 SBS 플러스 '밥은 먹고 다니냐-강호동의 밥심' 캡처)

뉴스엔 김노을 wiw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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