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화된 선수협, 2군 선수들은 피눈물 흘린다 [MK시선]

이상철 2020. 12. 2.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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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사단법인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가 ‘돈 문제’로 시끄럽다.

지난 한 해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돈을 받았던 이대호(38·롯데)의 ‘개인 통장에’는 예년보다 크게 오른 선수협 회장 판공비가 입금됐다. 2군 선수들 연봉의 두배나 되는 판공비를 받은 이대호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큰소리친다.

법인카드가 아닌 개인 계좌로 입금한 만큼 개인용도 사용 여부도 알 수 없다. 증빙자료 제출도 의무가 아니다. 선수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대호는 선수협 회장으로서 판공비 6000만 원을 받았다. 전임 회장보다 두 배 많은 금액이다. 사진=MK스포츠 DB

회장의 판공비 인상, 회장과 사무총장 판공비의 현금 지급이 뇌관이다. 판공비에 대한 해석의 차이, 그리고 무지함에 따른 잘못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김태현 사무총장은 자신의 무지함과 무책임에서 비롯된 불미스러운 상황을 만들었다며 불필요하게 발생한 세금을 비롯한 금전적 손실을 책임지고 물러나겠다고 했다.

김 사무총장은 이대호 회장이 발 벗고 나서서 영입한 ‘마케팅 전문가’였다. 선수협은 선수들의 권익을 대변해야 하는 단체다. 야구팬에게 더욱 친밀하게 다가가기 위한 마케팅 차원으로 사무총장을 임명한 것부터 ‘난센스’였다.

이대호가 선수협 회장으로 선임된 후 판공비는 3000만 원에서 6000만 원으로 두 배 올랐다. 한 매체의 보도와 달리 이대호의 ‘셀프 인상’은 아니었다. 회장 판공비 100% 인상은 선거 전 10개 구단 주장이 참여한 이사회를 통해 의결된 사항이다.

단 논의 과정에서 이대호도 판공비 인상에 목소리를 냈다. 회장 선임 전이었으나 그는 오래전부터 선수협 회장 후보로 거론됐다.

선수들은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구단을 압박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힘 있는’ 회장을 원했다. 이대호가 그 적임자로 봤다.

그러나 이대호가 회장을 자원한 건 아니었다. 각 구단 연봉 1~3위가 회장 후보로 등록돼 ‘억지로’ 등 떠밀려 맡았다. 이호준 회장이 2017년 4월 메리트 문제로 사퇴한 뒤 선수협 회장은 2년간 공석이었다. 애초 이대호가 ‘불편한’ 자리에 오른 것부터 문제였다.

세상은 바뀌었다. 회장에게 봉사를 강요하거나 책임감만 운운할 수는 없다. 활동에 당연히 돈이 필요하다. 월요일마다 서울로 갔고 숙박비를 써야 했다. 이대호 측은 개인용도로 쓴 적이 없으며 판공비 이상의 돈을 썼다고 해명했다.

그렇지만 사익보다 공익을 추구해야 하는 위치다. 책임감과 사명감을 뗄 수는 없다. 핵심은 돈의 ‘성격’이다. 또한, 선수들의 권익을 대변하기 위한 조직의 회장으로서 ‘태도’는 문제가 있다.

판공비는 공무를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는 눈먼 돈에 가까웠다. 개인 계좌로 입금된 금액을 보수로 생각했다. 이대호나 선수협은 노고를 위한 격려 차원으로 생각했다. 즉, ‘보상’ 차원이라는 의미다. 설립된 지 20년이 된 조직의 운영이 허술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판공비 규모를 3000만 원이나 올렸다. 보수 6000만 원도 꽤 큰 금액이다. KBO가 올해 초에 발표한 등록 선수 588명 중 억대 연봉자는 총 161명이었다. 신인 선수와 외국인 선수를 제외한 512명 중 31.4%였다. 3명 중 2명은 억대 연봉도 안 됐다. KBO리그 최저 연봉은 2700만 원이었다.

선수협은 선수의 회비로 운영된다. 선수는 연봉의 1%를 선수협 회비로 내야 한다. 저연봉 선수에게는 1%는 꽤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그럼에도 회비로 내는 건 미래에는 더 좋아질 야구 환경을 위해서다.

그렇게 만들기 위해 힘을 써야 하는 게 회장과 선수협이었다. 하지만 피와 땀으로 모은 돈으로 ‘높은 사람’의 대우만 더 좋게 했다.

이대호 측은 문제 접근 방식이 달랐다. 자기 시간을 쪼개고 사비를 더해 활동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결국은 희생하고 헌신할 수 있는 명예직이다. 그게 기본이다. ‘공’을 논하기 전에 헌신과 봉사의 개념은 느껴지지 않는다. 선수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단체의 기본부터 인지하지 못했다. 회장의 자격이 있다고 봐야 할까.

야구팬은 귀족화가 되어가는 선수협을 못마땅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들은 그 시선을 느끼고 있을까. rok1954@maeeh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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