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대표 출신 3관왕' 이름보다 값진, 자신과의 약속 지킨 안병준

김희선 입력 2020. 12. 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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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FC 안병준이 지난달 29일 열린 K리그2 승격플레이오프 경남FC전 후반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안병준(30·수원 FC)의 2020시즌 목표는 소박했다.

일본에서 태어난 안병준은 재일교포 3세로 북한 국적을 취득하고 연령별 대표팀부터 A대표팀까지 거친 선수다. J리그 가와사키 프론탈레에서 데뷔해 임대 선수로 제프 유나이티드, 츠에겐 가나자와를 거쳐 J리그2 로아소 구마모토에서 뛰었고, 구마모토가 3부리그로 강등되자 K리그2(2부리그) 수원 FC와 계약해 2019시즌 처음으로 한국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첫 시즌 성적은 17경기 출전 8골. K리그 첫 시즌치고는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만족스러운 성적도 아니었다. 지난 여름 무릎 부상으로 후반기 거의 뛰지 못한 탓에 기량을 다 보여주지 못한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물오른 득점력을 과시하던 지난 8월,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도 안병준은 "후반기에 갈수록 중요한 경기 많아지는데 거의 뛰지 못하고, 마음이 급해서 서둘러 복귀했다가 잘 안 되는 과정이 반복됐다. 팀에 힘이 되어주지 못한 부분이 너무 아쉬웠고 안타까웠다"고 아쉬움을 전한 바 있다. 그래서 안병준은 올해 목표를 "리그 마지막 경기까지 뛰는 것, 그리고 팀에 힘이 되어주는 것"으로 정했다. 그리고 K리그 2년차, 자신이 정한 목표를 훌륭하게 달성한 안병준은 팀의 승격과 개인상 3관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이번 시즌 안병준의 활약은 그야말로 눈부실 정도였다. '끝까지 뛰는 것'을 목표로 비시즌 동안 몸을 만든 안병준은 개막전부터 득점을 신고하며 존재감을 알렸고, 26경기 출전 21골 4도움의 놀라운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수원 FC가 올 시즌 넣은 전체 득점(53골) 중 3분의 1을 넘는 골을 안병준이 기록한 셈이다. 그의 말대로 리그 마지막 경기까지 뛴 안병준은 9월 한 달을 제외한 모든 달에 골맛을 봤을 만큼 득점력에 기복이 없었고 특히 팀의 1부리그 행을 결정짓는 마지막 경기인 경남 FC와 승격 플레이오프에선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페널티킥 동점골까지 기록했다. 시즌 초반만 해도 엎치락 뒤치락 득점왕 레이스를 이어가던 득점 2위 안드레(대전·13골)와 차이는 무려 8골이다.

지난달 30일 열린 K리그2 대상 시상식에서 3관왕에 오른 안병준. 한국프로축구연맹

여유있게 득점왕 타이틀을 획득한 안병준의 진가는 지난달 30일 열린 K리그2 대상 시상식에서 확인됐다. 득점왕과 베스트11 공격수 부문 수상을 마친 안병준은 시상식의 꽃인 MVP 투표에서도 압도적 차이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100점 만점으로 환산한 점수는 72.40점으로, 2위 이창민(제주·23.00점)에 3배 넘게 앞섰다.

안병준의 MVP 수상은 K리그 38년 역사에도 새로운 기록으로 남는다. 1부와 2부를 통틀어 조총련계 북한 대표 출신 선수가 시즌 MVP에 선정된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량규사, 안영학, 정대세 등 북한 대표 선수 경력이 있는 선수들이 K리그에서 뛰었지만 MVP의 영광을 가져간 선수는 없었다. 안병준도 "K리그 역사에 이름을 새길 수 있어서 큰 영광이며 행복하다. 이 상에 부끄럽지 않게 선수로서, 인간으로서 더 많이 발전할 수 있도록 겸손한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감격에 찬 소감을 밝혔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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