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 인터뷰]'기적의 승격' 김도균 수원FC 감독 "포기했던 감독직, 하길 잘한거 같다"

박찬준 2020. 12. 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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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승격이 확정된 뒤, 김도균 수원FC 감독(43)은 눈물을 흘렸다.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쉰 김 감독은 김호곤 단장과 진한 포옹을 나누었다. 마침내 꿈꿔왔던 승격을 이뤄낸 순간, 그간 힘들었던 순간들이 한꺼번에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포기했었던 감독직, 하지만 그토록 원했던 K리그 감독으로 이뤄낸 성과이기에, 김 감독의 눈물은 값졌다. '준비된 감독' 김도균은 첫 해부터 '아픔'이 아닌 '환희'의 눈물을 흘렸다.

승격의 환희가 가시지 않은 다음 날, 휴대폰을 통해 들려온 김 감독의 첫 마디는 "벌써 머리가 아프다"였다. 그는 바로 사무실에 나가 다음 시즌 준비에 들어갔다. 그는 "그래도 올 시즌 들어 제일 잘잤다"고 웃었다. 이어 "확실히 내가 큰 일을 해냈구나 싶다. 승격한 날부터 다음 날까지, 그렇게 많은 문자 메시지를 처음 받아봤다"며 "아마도 예상치 못한 승격이었기에 주변 분들이 나보다 더 좋아하시는 것 같다. 그런 분들의 마음이 모아진 결과"라고 했다.

김 감독은 지난해 11월 수원FC 지휘봉을 잡았다. 힘들게 시작한 프로 지도자의 길이었다. 올림픽대표, 국가대표까지 거친 김 감독은 탄탄한 커리어를 가졌지만, 밑바닥부터 경험을 쌓았다. 2007년 서남대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김 감독은 2009년부터 4년간 울산 현대 산하 현대중학교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울산 코치, 유스총괄부장 등으로 5년이라는 세월을 더 보냈다. '괜찮은 지도자'라는 평가가 이어졌지만, 프로 감독의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김 감독은 "프로 감독이라는 자리가 참 쉽지 않더라. 능력만 갖고 되는 자리도 아니고, 인맥 등 장벽이 많더라. 그래서 마음을 내려놨었다. 울산에서 유소년 디렉터로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고 했다.

그때 손을 내민 이가 수원FC 김 단장이었다. 김 감독은 "단장님이 울산 감독으로 계실 때 유소년 지도자를 했지만, 큰 인연은 없었다. 연락을 받고 고민을 많이 했다. '수원FC를 갈까, 말까'가 아니라 '감독을 할까, 말까' 였다. 주변 지인들의 의견도 반반으로 갈렸다. '가서 잘못될 수도 있는데 그냥 안정적인 디렉터 자리가 낫지 않겠냐'는 조언도 많이 받았다"며 "고민 중에 와이프가 '무조건 하라'고 하더라. 내가 중학교 감독으로 잘하고 있을 때가 결혼 초였는데, 그 모습이 많이 기억이 난 모양이었다. 단장님이 직접 전화도 주셨고, 수원FC가 2부에서는 가능성 있는 팀이라는 점에서 끌렸다. 그래서 결심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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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결심 후 시작한 감독 생활은 쉽지 않았다. 김 감독은 "확실히 아마추어 감독, 프로 코치와는 느낌 자체가 달랐다. 모든 부분에서 책임을 져야 했고, 그에 따른 압박감, 중압감, 책임감이 컸다"고 했다. '빅클럽' 울산에서 오랜 생활을 했던 김 감독에게 수원FC의 현실은 열악했다. 다양한 경험을 쌓은 김 감독은 환경을 받아들이고, 그에 맞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았다. 다행히 구단과 마음이 잘 맞았다. 특히 김 단장의 존재는 큰 힘이었다. 김 감독은 "선수 구성부터 나쁘지 않았다. 물론 쉽지는 않았지만 생각한대로 잘 진행됐고, 단장님이 도와주셔서 훈련 환경도 크게 좋아졌다"고 했다.

동계전지훈련을 통해 가능성을 확인했다. 부상에서 돌아온 안병준은 마지막 퍼즐이었다. 김 감독은 "전체적인 스쿼드 구성이 나쁘지 않았다. 안병준이 돌아오면서 전방 무게감도 생겼다. '이 정도면 해볼만 하겠다' 싶었다. 1부팀들과 연습경기 내용도 좋았다"며 "시즌 들어가기 전 선수단과 미팅을 하면서 '내 목표는 2위'라고 했다. 선수들이 더 열심히 하면 그 이상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다 이룬 셈이 됐다"고 했다.

사실 내심 기대는 했지만,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았다. 김 감독은 "제주 유나이티드, 대전 하나시티즌, 경남FC, 전남 드래곤즈 등 승격할 만한 팀이 너무 많았다. 우리를 승격 후보로 보는 분들이 거의 없었다. 그게 나에게는 큰 동기부여가 됐다"고 했다. 대전과의 개막전에서 1대2로 역전패를 했다. 김 감독은 이 경기를 올 시즌 터닝포인트로 꼽았다. 김 감독은 "졌지만 자신감을 얻었다. 패하기는 했지만 경기는 우리가 훨씬 잘했다. 대전이 좋다고, 승격후보라고 다들 얘기했는데, 실제 붙어보니 우리가 더 좋았다. 선수들에게 '다른 팀들 무서워 할 필요 없겠다'고 했고, 실제 선수들도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이 후 수원FC는 승승장구했다. 김도균식 공격축구가 제대로 맞아떨어졌다. 안병준은 매경기 득점포를 쏘아올렸다. 김 감독은 "올 시즌 MVP는 안병준이다. 한명으로 축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안병준이 있기에 승격까지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사실 안병준에 대해 잘 몰랐다. 영상을 본게 전부였는데, 주위에서 기대가 크더라. 제주에서 보고 생각보다 괜찮다 싶었다. 파워가 부족했는데, 많이 뛰더라. 기대는 했지만 솔직히 이정도로 득점해줄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팀에 도움이 될 선수라고만 생각했는데, 잘해줘서 참 고맙다"고 했다.

제주와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치던 수원FC는 2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김 감독은 "연패도 3번이나 있었는데 잘 극복하면서 올라갔다. 개인적으로는 10월 전남과의 경기에서 3대4로 패한 게 아쉬웠다. 그 경기만 잡았다면 다음 열린 제주전에서 더 전략적으로 나갔을 것 같다. 그랬으면 제주가 더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고, 운이 좋으면 다이렉트 승격도 가능했었을 것 같다"고 했다. 시즌 전 목표를 달성했지만, 부담감은 더욱 커졌다. 김 감독은 "단장님은 2위면 만족한다고 하셨다. 사실 개인적으로도 그랬다. 2위도 했고, 최다득점팀도 됐다. 선수들에게 더 바라기 미안할 정도로 잘해줬다"며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승격하지 못하면 실패나 다름없었다. 그런 부분이 부담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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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 코로나19 확전자가 나오며, 일정이 미뤄졌다. 뜻하지 않은 3주 휴식기가 생겼다. 이는 결과적으로 독이 됐다. 김 감독은 "훈련하는데 불안하더라. 날씨도 추워졌고, 무엇보다 분위기가 흐트러졌다. '이거 쉽지 않겠는데' 싶더라. 울산 전지훈련에서 불안감이 커졌고, 수원에 돌아와 분위기를 바꾸는데 주력했다"고 했다. 플레이오프 상대는 경남FC. 올 시즌 3번의 맞대결에서 모두 이겼고, 비기기만 해도 승격할 수 있었다. 모두가 수원FC의 우세를 점쳤다. 하지만 경기 양상은 정반대였다. 경남은 최고의 경기를, 수원FC는 최악의 경기를 펼쳤다. 설상가상으로 선제골까지 내줬다. 김 감독은 "정말 경기가 안풀렸다. 선수들 몸이 전혀 반응을 안하더라. 어떤 것을 주문해도 안됐다"고 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끝내 극적인 반전을 이뤘다. 그 전에 김 감독에게만 보인 특별한 힌트가 있었다. 김 감독은 "후반전 불안하게 경기를 보는데, 갑자기 햇살이 확 비치더라. 그때 속으로 '이게 나에게 행운이 될 수 있을까' 싶었다. 전반에 눈이 내리지 않았나. 그 때는 '설'기현 감독에게 유리하게 작용했고. 이 햇살은 나의 편이었다"고 웃었다.

"힘들었지만, 감독하길 잘한 것 같다"며 웃은 김 감독은 올 시즌 자신의 축구에 '80점'을 줬다. 그는 "팀 색깔도 원하는 대로 만들었다. 사실 공격축구라는게,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외부 평가가 다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는 실제 득점을 만들어냈고, 그 과정에 만족한다. 여기에 승격까지 했으니 이 정도 줘도 되지 않을까. 물론 200%를 해준 선수들에게는 만족한다"고 했다. 김 감독은 다음 시즌 잔류 이상의 성과를 바라보고 있다. 결과가 가장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1부에서도 공격축구를 펼치고 싶다는 목표를 숨기지 않았다. 김 감독은 "팬들이 한번 오고 다음에도 찾을 수 있는 경기력을 보여야 한다. 즐겁게 팬들이 찾을 수 있는 경기력,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자신 있냐"고 물었다. 말 보다는 행동이 앞선 김 감독이기에 "100% 자신은 못하지만, 자신 없다고도 말 못하겠다"는 말이 더 믿음직하게 들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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