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공수겸장' 제임스 맥캔, 2년만에 이뤄낸 대반전[슬로우볼]

안형준 2020. 12. 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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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2년 전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에서 버림을 받은 제임스 맥캔은 '윈디 시티' 시카고에서 새 바람을 탔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2년을 보낸 뒤 FA 자격을 얻은 맥캔은 2년 전과는 완전히 다른 선수가 돼 시장의 중심에 설 준비를 하고있다.

1990년생 포수 맥캔은 2011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전체 76순위)에서 디트로이트에 지명됐고 2014년에 빅리그에 데뷔했다. 알렉스 아빌라의 백업 포수로 데뷔한 맥캔은 2015년부터 사실상 주전 자리를 차지했지만 공수 모두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을 냈다. 디트로이트는 제임스 살탈라마치아, 브라이언 할러데이, 그레이슨 그레이너 등을 기용하며 맥캔의 부족함을 채우려 노력했다.

하지만 맥캔은 5년 동안 452경기에서 .240/.288/.366, 40홈런 177타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5년 동안 wRC+(조정 득점생산력) 75를 기록한 맥캔은 낙제점에 가까운 공격력을 가진 선수였다. 5년 동안 기록한 DRS(디펜시브 런 세이브)는 -10이었다. 공수 모두에서 평균 이하의 선수였던 맥캔은 결국 2018시즌 종료 후 논텐더 방출을 당했다.

그런 맥캔에게 손을 내민 팀이 화이트삭스였다. 오마 나바에즈, 케반 스미스, 웰링턴 카스티요 등을 기용했지만 늘 만족스럽지 못했던 화이트삭스는 2019시즌 카스티요와 안방을 나눌 선수로 맥캔을 선택했다. 맥캔은 화이트삭스에서 완전히 다른 선수로 거듭났다.

맥캔은 2019시즌 118경기에서 .273/.328/.460, 18홈런 60타점을 기록하며 커리어하이 성적을 썼다. 데뷔 후 처음으로 wRC+ 100 이상 시즌을 만들었다(109)고 올스타에까지 선정됐다. 2019시즌 당당히 주전 자리를 따낸 맥캔은 화이트삭스가 오프시즌 야스마니 그랜달을 영입하며 입지가 좁아졌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맥캔은 2020시즌 31경기에서 .289/.360/.536, 7홈런 15타점을 기록하며 타격 성적을 더욱 끌어올렸다. wRC+는 무려 144. 이는 올시즌 100타석 이상을 소화한 32명의 포수 중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1위 윌 스미스 163, 2위 살바도르 페레즈 162, 3위 트레비스 다노 145). 맥캔은 지난해 활약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맥캔이 화이트삭스에서 2년 동안 기록한 성적은 .276/.334/.474, 25홈런 75타점, wRC+ 116. 이는 J.T. 리얼무토(.273/.333/.492 36HR 115RBI wRC+ 112)와 견줘도 손색이 없는 성적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수비 측면의 발전이다. 맥캔은 디트로이트에서의 5년 중 DRS +8을 기록한 2016년을 제외한 4시즌에서 마이너스의 DRS를 기록했다. 전체적인 수비력이 뛰어나지 않은 것을 물론이고 특히 프레이밍이 최악에 가까웠다.

MLB.com에 따르면 맥캔은 스탯캐스트가 측정하는 프레이밍 능력(runs from extra strikes, 추가 스트라이크 콜을 얻어내 막아낸 실점) 수치에서 2015년 포수 56명 중 55등, 2017년 62명 중 59등, 2019년 64명 중 64등을 기록했다. 그야말로 '형편없는' 수준. 타격에 눈을 뜬 2019시즌에도 프레이밍은 최악이었고 화이트삭스가 프레이밍 능력이 뛰어난 그랜달을 영입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2020시즌에는 달라졌다. 맥캔은 2020시즌 해당 지표에서 +2를 기록해 62명 중 공동 6위에 올랐다. 장족의 발전. 이는 맥캔이 자신의 신체적 약점을 극복해내며 이뤄낸 성과다.

맥캔은 6피트 3인치, 약 190cm의 장신이다. 포수치고는 굉장히 큰 키다(야디어 몰리나 180cm, 버스터 포지 185cm, 리얼무토 185cm, 크리스티안 바스케스 175cm). 키 188cm의 그랜달이 엄청난 프레이밍 능력을 보이기는 하지만 키가 큰 포수는 당연히 낮은 코스의 공을 처리하는데 있어 불리할 수 밖에 없다. 덩치가 큰 선수일수록 사소한 움직임도 심판의 눈에 잘 포착된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볼을 스트라이크로 둔갑시키기 어려워진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맥캔은 2020시즌을 준비하며 낮은 코스의 스트라이크를 처리하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실시했다. 그리고 그 결과 2020시즌 스트라이크 존 하단에서의 프레이밍 성과를 비약적으로 높이는데 성공했다. MLB.com이 공개한 스탯캐스트 측정 자료에 따르면 맥캔은 2020시즌 낮은 코스의 몸쪽, 중앙, 바깥쪽 전반에서 지난해에 비해 스트라이크 콜 확률이 15%포인트 이상 올랐다.

원래 나쁘지 않은 도루저지 능력을 갖고 있던 맥캔은 가장 큰 약점이었던 프레이밍을 보완했다. 타격에 눈을 떠 수준급 공격력까지 갖춘 맥캔은 이제 '공수겸장'이라 불러도 손색없는 포수가 됐다.

최근 활약은 충분히 뛰어나지만 그렇다고 맥캔이 리얼무토만큼의 시장 가치를 가질 수는 없다. 이 점은 역설적으로 맥캔이 가진 최고의 매력이기도 하다. 코로나19로 모든 구단의 재정이 악화된 상황에서 리얼무토같은 '빅네임'을 영입하는 대형 계약은 부담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맥캔은 그보다 훨씬 작은 규모의 계약으로 영입이 가능하다.

MLB 네트워크 존 헤이먼에 따르면 원소속 구단인 화이트삭스를 비롯해 뉴욕 양키스와 뉴욕 메츠,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LA 에인절스, 필라델피아 필리스 등 포수가 필요한 거의 모든 팀이 맥캔을 지켜보고 있다. 대부분의 구단이 리얼무토를 플랜 A로, 맥캔은 플랜 B로 생각하고 있겠지만 맥캔은 플랜 B 이상의 가치가 있는 선수다. 오히려 발빠르게 움직여 리얼무토보다 먼저 맥캔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현명할 수도 있다.

맥캔은 2년만에 대반전을 이뤄냈고 시장에서 진짜 가치를 평가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과연 맥캔이 어떤 평가를 받고 어떤 유니폼을 입을지 주목된다.(자료사진=제임스 맥캔)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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