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작은아들 사고로 잃은 우울증 엄마는 큰아들을..

지정운 기자 2020. 12. 1. 06: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피고의 반성문과 가족의 탄원서가 많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피고인은 더 살 의미가 없다고 하는데 가족은 선처를 바라고 있습니다."

지난 26일 광주지법 순천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송백현 부장판사)가 중학생 아들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선고 공판 절차를 시작하자 피고인석에 선 A씨(37·여)는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신과 치료 극복 못하고..큰아들 수면제 먹여 흉기 살해
법원, 징역 16년 선고.."생명은 소중·자식은 부속물 아냐"
© News1 DB

(순천=뉴스1) 지정운 기자 = "피고의 반성문과 가족의 탄원서가 많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피고인은 더 살 의미가 없다고 하는데 가족은 선처를 바라고 있습니다."

지난 26일 광주지법 순천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송백현 부장판사)가 중학생 아들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선고 공판 절차를 시작하자 피고인석에 선 A씨(37·여)는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눈물은 재판이 끝날 때까지 이어지며 A씨의 눈은 퉁퉁 부어올랐고, 재판부는 A씨에 대해 징역 16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A씨의 뒤늦은 후회의 눈물을 지켜본 방청석에서는 깊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이날 중형을 선고받은 A씨는 지난 2016년쯤 자신의 두 번째 아이를 교통사고로 잃으며 큰 충격을 받아 우울증 증세가 시작됐다.

그는 사고의 트라우마에 시달려야 했고 장기간에 걸친 정신과적 상담과 치료에도 불구하고 끝내 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이후 남편과도 헤어지게 된 A씨는 우울증으로 인해 사회생활이 곤란해지고, 아들을 정상적으로 양육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비관한 나머지 아들을 보내고 자신도 극단적 선택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는 지난 8월25일 수면제와 흉기를 준비한 후 아들이 다니는 학원 앞에서 아들을 기다려 차에 태운 뒤 운전해 이동하며 수면제가 든 음료를 주고 마시게 했다.

아들이 몸이 어지럽고 이상하다는 말을 하자 "뒷좌석에서 누워 자라"고 한 A씨는 같은 날 오후 7시32분쯤 한적한 도로에 차량을 정차한 후 돌이킬 수 없는 범행을 저질렀다.

5시간쯤 지난 후 인근 경찰서를 찾아가 자수한 그는 조사과정에서 "미성숙한 아들이 나 없이는 제대로 성장하지 못할 것 같고 그럴바엔 함께 죽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범행동기를 진술했다.

영문도 모르고 생을 마감한 A씨의 아들은 넉넉하지 못한 가정형편에도 항상 밝은 모습을 보이며 우울증 등으로 힘들어하는 피고인을 위로해 줄 정도로 의젓한 아들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수십개의 반성문 등을 통해 살아갈 의미가 없다고 하는데도 가족은 선처를 바라며 탄원을 할 정도로 생명은 귀하고 소중하다"며 "이러한 이유 등으로 피고인의 살아온 과정, 범행의 경위 등을 살펴볼 수밖에 없었다"고 양형에 고심했음을 밝혔다.

그러면서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아온 피고가 우울증으로 사회생활을 하기가 어려웠던 점 등을 모두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15세에 불과한 아들을 무참히 살해한 행위를 정당화하거나 합리화할 수 없다"며 "오히려 이 사건에 나타난 계획성과 잔혹함은 피고인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게 할 뿐"이라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피고는 자신의 아들을 스스로의 삶과 가치에 대해 결정할 수 있는 인격체가 아닌 피고인에게 부속물 내지 부양의 대상으로만 여긴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가족 구성원이나 아이들을 상대로 범행을 저지르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릴 필요도 있다는 점에서 강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jwji@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