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 윤석열, 착시가 아니었다..대선 변수에서 상수 되나
한길리서치·갤럽 조사서도 '대선 빅3' 양상 공고해져
전문가 "尹, 반문 정서의 상징이자 文정권 대척점"
정권 심판론·충청 대망론 결합시 파급력 상당 예고
국민의힘이 반길 현상만은 아니라는 분석 지배적
"野 아닌 非여권 주자..국민의힘 잠재 지지층 잠식"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거듭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윤석열 현상'이 차기 대권구도에서 더이상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30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여야 주요 정치인 14인을 대상으로 11월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20.6%, 윤석열 검찰총장 19.8%, 이재명 경기지사 19.4% 순으로 나타났다.
이낙연 대표는 전월 대비 0.9%포인트 내려가며 7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지만 선두권을 지켰고, 윤 총장은 2.6%포인트 상승하며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이재명 지사는 2.1%포인트 하락했지만 역시 강세를 나타냈다. 이른바 '빅3(Big3)'가 오차범위(±1.9%포인트) 내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는 것이다.
윤 총장은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 나와 "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등 폭탄발언을 쏟아내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이후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상승세를 이어왔다.
지난 11일 발표된 쿠키뉴스 의뢰 한길리서치 여론조사(7~9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22명 대상, 응답률 3.8%,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1%포인트)는 정가에 파란을 일으켰다.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를 물은 결과 윤 총장 24.7%, 이낙연 대표 22.2%, 이재명 경기지사 18.4%로 윤 총장이 오차범위 내이지만 선두권으로 치고나간 것이다.
이틀 뒤인 13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10~12일 전국 18세 남녀 1001명 대상, 응답률 17%,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선 이 대표 19%, 이 지사 19%, 윤 총장 11%였다.
비슷한 시기 발표돼 윤 총장 지지도가 오락가락하는 게 아니냐는 여론의 착시현상을 불러오기도 했지만, 윤 총장은 갤럽 조사에서 전월 대비 8%포인트 급등한 것이 주목할 지점이었다.
한길리서치의 경우 전달 조사에서 각각 3위 안에 들어간 여야 주자를 추려 6명의 선택지로 조사한 반면, 한국갤럽은 객관식 선택지를 제시하지 않는 자유응답형으로 조사됐다. 리얼미터는 여야 주요 정치인 14명을 로테이션 보기로 제시했다.
조사 방식에 차이가 있으나 각 조사 모두 윤 총장이 최근 급부상하는 추이를 보여준다는 데서 공통점이 있는 것이다.
여권에 긴장감을 높이는 다른 여론조사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 17일 공개된 아시아경제 의뢰 윈지코리아컨설팅 여론조사(15~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 대상, 응답률 24.1%,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09%포인트)가 대표적이다.
차기 대선주자 가상 양자대결을 붙인 결과 이낙연-윤석열 대결시 윤 총장 42.5%, 이 대표 42.3%였고, 이재명-윤석열 대결시엔 이 지사 42.6%, 윤 총장 41.9%로 나타난 것이다.
윤 총장이 양자대결시 여권 대선주자와 오차범위 내에서 엎치락뒤치락한 것으로, 이로 인해 여권의 이낙연-이재명 양강 구도가 요동치게 됐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윤 총장 지지율 상승은 지난 화요일(24일) 발표한 '직무배제' 요인이 결정적이고, 주요하게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며 "윤 총장은 현재 반문 정서의 상징이자 정권과 가장 명확한 대척점으로, 정국 흐름에서 한 축을 담당하는 주요한 역할을 하는 측면에서는 '버팀목'의 성격도 없지 않아 있다"고 짚었다.
'정권 심판론'과 '충청 대망론'이 결합할 경우 윤 총장의 파급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27일자 한국갤럽 여론조사(24~26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5명 대상, 응답률 17%,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내년 재·보궐선거에서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는 응답이 50%로 나타났다.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36%에 그쳤다. '모름·응답거절' 등 응답을 유보한 경우는 14%였다.
이 같은 '정권 심판론'은 대부분의 권역과 연령에서 오차범위 밖에서 '정권 지원론'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정부 지원 29% vs 정부 견제 57%), 인천·경기(38% vs 48%) 등 수도권과 대전·세종·충청(35% vs 47%), 부산·울산·경남(29% vs 56%)에서 심판론이 높았다.
윤 총장을 충청 주자로 보는 시각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날자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윤 총장은 서울과 PK 외에 충청권(20.3%)에서도 선두를 달렸다. 윤 총장은 서울 출신이지만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충남 논산 출신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정지 조치 후 여론조사에서도 충청권은 '직무정지 조치는 잘못한 일'이라는 응답이 70%대에 육박했다.
다만 '윤석열 현상'에 국민의힘이 마냥 웃음지을 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 정권의 대항마로 윤 총장이 떠오른 것이지 야권은 여전히 대안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윤 총장을 제외한 범야권 주자들은 모두 한자릿수대 미미한 지지율에서 답보 상태에 머물러있다. 이날자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은 오히려 동반 상승했다.
배 전문위원은 "야권 '도토리' 후보들 성장을 가리고 있다는 점, 무엇보다 윤 총장이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이나 결집력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지 못하는 점은 직접 국민의힘 유니폼을 입지 못하고 있다는 한계도 있지만 '가림목'이라 할 수 있다"며 "국민의힘 입장에서 윤 총장을 안고 갈 '버팀목'인지, 정치적 거리 두기 내지 외면하며 떼고 갈 '가림목'인지 성격 규명을 해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윤 총장은 야권 주자라기보다는 비(非)여권 주자라 하는 게 맞다"며 "윤 총장이 부각될 수록 국민의힘에 갈지도 모르는 합리적 보수나 중도층 등 잠재적 지지층을 잠식하는 격"이라고 짚었다.
리얼미터-오마이뉴스 조사는 지난 23~27일 닷새 동안 전국 18세 이상 5만6698명에게 접촉해 최종 2538명이 응답(응답률 4.5%)했다. 무선(10%) 전화면접 및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9%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혹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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