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5억원 못 갚아서..코스닥 상장사 '파산' 1호 나왔다

황국상 기자 2020. 12. 1.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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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신청만 9건, 5억 CB 미상환으로 청산.. "한계기업 퇴출 억지로 막아도 투자자·시장에 도움 안돼"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1996년 7월 코스닥시장이 개설된지 만 24년여만에 처음으로 코스닥 상장사가 상장이 유지된 상태에서 파산선고를 받은 사태가 발생했다. 단 5억원의 채무를 상환하지 못한 탓이다.

대개 한계국면에 진입하게 되면 상장폐지 여부를 심사하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되기 때문에 파산선고를 받기 전 시장에서 퇴출되는 게 일반적이다. 일각에서는 한계기업 퇴출이 원활하지 못한 현 상황으로 인해 에스제이케이처럼 상장이 유지된 상태에서 파산선고로 청산되는 경우가 더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에스제이케이는 지난달 30일 장 마감 후 공시를 통해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채권자 A씨가 지난 6월 하순 에스제이케이의 파산선고 신청을 낸지 5개월만이다.

서울회생법원 제15부는 "채무자(에스제이케이)는 변제능력이 부족해 즉시 변제해야 할 채무를 일반적·계속적으로 변제할 수 없는 객관적 상태에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지급불능 또는 채무초과의 파산원인 사실이 인정된다"고 파산을 선고했다. 한계상태에 놓인 기업이 상장폐지 등 이유로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았음에도 파산선고로 청산되는 것은 코스닥시장 개설 이후 이번이 최초가 될 예정이다.

파산이 선고되면 에스제이케이는 보유 자산을 모두 처분해 채권자들에게 빚을 갚아야 한다. 대개 채권자들에 비해 후순위로 청산재산 배분 권리를 갖는 주주들은 한 푼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에스제이케이는 파산선고 사실과 함께 회사 해산 사유가 발생했다는 사실도 함께 공시했다.

2019년 3월 에스제이케이는 인건비 등 경상자금 조달 명목으로 10억원 규모의 CB(전환사채)를 A씨 등 2인을 대상으로 각 5억원씩 사모방식으로 발행했다.

그런데 에스제이케이는 올 2월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로부터 A씨가 아닌 다른 이들이 제기한 파산신청 사실과 해당 신청의 기각사실을 제때 공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같은 달 12일에는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회계처리 작성기준 위반에 따른 제재를 받기도 했다. 올 6월에는 채무상환 자금 부족으로 원리금 합계 22억8800만원 미지급 사실이 발생했다.

2020년 11월30일 장 마감 후에 공시된 에스제이케이의 해산사유 발생사실 공시 캡쳐


에스제이케이는 지난해 5월부터 올 6월까지 무려 9건의 파산신청이 제기됐다. 이 중 8건에 대해서는 소명부족 또는 신청인의 소취하 등 이유로 기각 판정이 내려져 근근히 존속법인으로서 명목을 이어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만 공시 불이행 관련 누적벌점 15점 이상에, 회계처리위반 과징금 부과, 그리고 이번 파산선고까지 3건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A씨의 파산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며 상폐 결정 전에 파산 형태로 회사가 소멸될 처지가 됐다.

에스제이케이의 거래정지 전 종가 기준 주가는 498원, 시가총액은 66억원에 불과하다. 올 3분기 말 분기보고서 기준 3900여명의 소액주주들이 79.6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파산선고가 내려지면 정리매매 후 회사는 청산 절차를 밟게 된다.

상장된 상태로 파산선고를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최근 20년간 코스피 상장사 중에서는 지비에스(2009년) 한진해운(2017년) 등 2개사가 파산선고로 청산됐고 코넥스 시장에서는 2019년 세종머티리얼즈가 파산선고로 해산된 바 있다. 코스닥에서는 그간 한 번도 없었다.

이 때문에 한계기업의 증시 퇴출이 보다 원활히 진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어불성설일수 있지만 그래도 파산선고로 청산되는 것보다는 상장폐지 절차를 밟는 것이 투자자에게 더 나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한 시장 관계자는 "코스닥시장 진입 장벽이 낮아지며 신산업을 표방하는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시장에 적응하지 못해 도태되는 기업들에게는 빨리 퇴출의 문을 열어줘야 한다"며 "한계기업을 억지로 존속시키는 것은 시장발전을 위해서도, 투자자들을 위해서도 하등 도움이 될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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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국상 기자 gshw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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