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규칼럼] 돌아온 미국.. 외교의 새 길 찾아야
美, 새 모습으로 국제무대 복귀
우리 정부는 대외전략 손 봐야
선제 대처로 외교공간 확보할 때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이 50일 앞으로 다가왔다. 미국이 새로운 모습으로 국제무대에 복귀한다. 우리 정부는 국제질서와 외교환경의 변화에 대비하면서 새로운 전략을 세워야 할 때다.
우리 입장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북핵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다뤄나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바이든의 외교안보팀은 외교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들로 이뤄져 있다. 동맹을 중시한다니 우리 정부의 의견을 존중하겠지만, 그만큼 높은 수준의 외교 역량을 요구할 것이다. 한·미 간 대북정책 조율 작업이 난제가 될 수 있다. 기존의 대북 대화 우선 정책은 먹혀들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우리 외교안보팀은 무엇보다 헛발질을 피해야 한다. 이미 불길한 조짐이 나온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대기업 관계자들을 불러 남북경협을 주문한 게 대표적 사례다. 청와대와 외교부가 입을 다물고 있는 것도 우려를 낳는다. 우리 정부가 바이든 시대를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지 의문투성이다.
‘인계철선(引繼鐵線·tripwire)’이란 말이 떠오른다. 장력식 격발장치를 사용할 때 쓰는 철선을 뜻한다. 지금은 쓰이지 않지만 한때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주한미군의 존재가 미국의 군사개입을 불러온다는 것을 상징하는 말이었다. 10여 년 전 주한미군 기지 재배치가 논의될 당시 우리 국무총리가 미국 측에 ‘인계철선 유지’를 요청해 논란을 불렀다. 주한미군 측은 “인계철선은 한반도 안보에 미군의 생명이 담보로 쓰인다는 부정적 인상을 준다”며 “모욕적인 표현”이라고 반발했다. 결국 총리실은 인계철선이란 용어를 쓰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인계철선의 의미를 몰랐던 게 분명하다. 우리 정부의 외교 인식 수준을 말해준다. 지금은 달라졌을까.
외교 분야야말로 대통령이 나설 때다. 남북관계를 포함한 대외정책 기조의 새 방향을 언급해 외교가 움직여나갈 공간을 넓혀야 한다. 한·미 정상회담 조기 개최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이탈리아 정치사상가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 남긴 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어느 사람이 신중하고 참을성 있게 행동하고 시대와 상황이 그의 방법에 적합한 방향으로 변화한다면, 그는 성공할 것이다. 그러나 시대와 상황이 다시 변하면, 그는 자신의 방식을 변화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실패할 것이다. … 시대와 상황에 알맞게 자신의 성격을 변화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면 그러한 사람은 항상 성공할 것이다.”
한·미 양국에서 민주당이 집권한 시기에 대북 외교에 성과가 있었다. 그런 만큼 소통과 조율이 중요하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수립할 때 우리 정부가 의견을 적극 제시해야 한다. 지금 그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박완규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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