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M] "신의 계시" 사찰에 불지르고..가짜뉴스 퍼뜨리고

전동혁 입력 2020. 11. 30.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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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신의 계시라며 사찰에 불을 지르고 코로나19가 유행인 와중에 대형 집회를 강행 하고는 역학 조사를 피하거나 가짜 뉴스를 퍼트리고.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복음의 핵심을 망각한 일부 개신교 신도들의 반사회적 행동들이 물의를 일으켰습니다.

내부에서도 적극적인 자기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오히려 배척을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 실태와 그럼에도 이어지고 있는 자정 노력을 전동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경기도 남양주 천마산 중턱에 자리한 사찰.

불교 총화종 소속인 이 사찰의 산신각은 지난달 불길에 휩싸였습니다.

불단과 탱화가 있던 자리는 재만 남았고, 건물 외부까지 모두 불에 탔습니다.

방화범은 40대 개신교인이었습니다.

[사찰 관계자] "1년 넘게 저희 사찰 주변을 맴돌았던 사람인데 기독교 신자인 거죠. 계속 와서 방해를 했어요. '예수 믿으세요' 이렇게 저희 불자들한테…"

구속된 개신교인은 불을 지른 이유에 대해 '신의 계시가 있었다', '할렐루야'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남양주경찰서 관계자] "그 절 뒤에 기도원이 있습니다. 그 기도원에 왔다갔다하는 여자인데, 자기가 신의 계시를 받고 불을 질렀다고 얘기했거든요. 신의 계시를… 예전에도 미수 한 건이 있더라구요."

이때 조계종은 불교계를 대표해 공식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배타적 개신교인에 의한 사찰 땅 밟기, 불상 훼손, 종교차별과 편향이 여전히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다며 "개신교단의 지도자와 목회자는 신자를 올바로 인도해 사찰 방화를 근절하라"고 요구한 겁니다.

성명 바로 다음날, 규모는 비교적 작지만 국내에서 가장 역사가 긴 한 개신교 단체가 사과했습니다.

"이웃 종교의 영역을 침범해 가해하고 지역 주민을 위험에 빠트리는 행동은 그리스도의 뜻이 아니"라면서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습니다.

[김태현/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국장] "(종교) 갈등은 한번 불이 붙으면 꺼지지 않는 갈등으로 계속 커져나갈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사과를 하고…"

그러나 개신교를 대표하는 대형 교파들이나 단체들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내부 상황이 대체 어떻길래 자성의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걸까.

서울 은평구에 있는 한 개신교계 대학 앞.

중년 남성이 '복직촉구'라는 피켓을 들고 석 달째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2017년 이 학교에서 파면된 신학과 손원영 교수입니다.

손 교수는 2016년 1월 한 개신교인이 경북 김천 개운사에 들어가 불상을 파괴한 '훼불 사건'에 대해, 소셜 미디어에 사과의 글을 올리고 불상을 복구하기 위한 모금 운동까지 벌였습니다.

교단 대신 나서서 사과한 겁니다.

[손원영/해직 교수(가나안교회 목사)] "교단에서 그런 일들에 대해서 침묵하는 거예요. 사랑을 실천하라고 말은 가르치면서 오히려 미움을 조장하는…"

그러나 사과의 결과는 '이단 규정'과 '파면'이었습니다.

[손원영/해직 교수] "(모금 활동으로) 우상(불상)을 세우는 일에 앞장섰다. 학교의 배경이 되는 한국그리스도협의회에서 저를 이단으로 (규정)했어요. 그리고 한기총에서 전광훈 목사가 저를 이단으로…"

손 교수는 '파면 무효' 소송을 제기해 재판에서 이겼지만 학교 측은 다른 건으로 재임용 불가 판정을 내려 강단 복귀를 막았습니다.

[손원영/교수] "사찰에 가서 설교를 했다고 재임용 탈락 해직을 또 시킨 거예요. '원수를 사랑하라'고 가르치는 종교가 기독교인데, 오히려 나하고 조금이라도 다르면 배제하고 비난하고…"

다른 종교 그리고 내부 비판에 대한 일부 개신교회의 배타적인 태도는 종교의 테두리를 너머 반사회적 문제로까지 확장됐습니다.

지난 8월 코로나19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방역당국의 집회 자제 권고에도 불구하고, 당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이던 성북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는 8·15 광화문 집회를 강행했습니다.

가짜뉴스를 아무렇지도 않게 퍼트렸습니다.

[전광훈/목사(지난 8월 광복절 집회)] "오늘도 저를 이 자리에 못 나오게 하려고 중국 우한 바이러스를 우리 교회에다가 테러를 했습니다. 바이러스 균을 우리 교회 모임에다가 갖다 부어 버렸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4만여 명이 참가한 8.15 집회 이후 1천 8백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고, 온 국민이 불안과 불편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전 목사를 비롯한 집회 주도세력은 사과는 커녕 조롱을 이어갔습니다.

[전광훈/목사(지난 8월)] "나 이렇게 멀쩡하게 생겼는데. 나는 열도 안 올라요. 나는 병에 대한 증상이 전혀 없어요."

최근에는 사랑제일교회에 대한 서울시의 명도집행 과정에서 화염병까지 등장했습니다.

[김태현/기독교교회협 국장] "전광훈 현상이 어떻게 보면 방화 사건하고 사실 맥을 같이 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내 신념의 표현이 이웃들과 어떤 갈등을 초래하느냐에 따라서 반사회적이다 아니다를 (판단해야 합니다.)"

전광훈 목사의 반사회적 행동에 대해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개신교 양대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과 통합이 전 목사의 이단성 여부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끝났습니다.

[김태현/기독교교회협 국장] "개신교의 특성이 개인의 신앙의 자유를 굉장히 우선시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교단(한기총)의 이야기니까 얘기하기를 꺼려하기도 하고."

대한민국 헌법 제20조입니다.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고 나와있습니다.

내가 믿는 종교가 소중한 만큼 다른 종교도 소중하고 존중받아야 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그런데 유독 개신교는 다른 종교에 대한 존중과 포용력이 부족하다는 비난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결국 개신교가 내부에서부터 변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개신교 내부에서 반성하고 참회했을 때 긍정적인 변화들이 나타났습니다.

불교계에서 정리한 개신교인의 사찰 방화, 불상 파괴 등 훼불 사건 일지입니다.

1945년부터 2016년까지 훼불 행위가 60여 건.

불교 자유침해와 차별 사건이 5백 건 넘게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개운사 훼불 사건 이후 손원영 교수가 사과하고 일부 교단에서 자성의 목소리를 낸 뒤엔 지난달 사찰 방화가 있기까지 4년여 동안 개신교인의 훼불 행위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신기정/개신교계 시민단체 사무총장] "(신도) 개인의 일탈이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잖아요. 개인이 발딛고 서 있는 토대(개신교계)의 변화없이는 근본적으로 변화가 어렵다."

지난달 사찰 방화에 대해 개신교계 시민단체는 피해 사찰 복원을 위해 5천여 만원을 목표로 모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서도 이달 초 국내에서 가장 큰 예장 합동 교단이 "교회가 현장 예배만을 강행한 측면이 있다"며 공식적으로 사과했습니다.

개신교가 반사회적 문제로까지 부각된 배타성을 내부의 변화를 통해 상호 존중의 태도로 바꿀 수 있을지 많은 이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

MBC뉴스 전동혁입니다.

(영상취재: 나경운 이준하 독고명 최인규 / 영상편집: 조기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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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혁 기자 (dhj@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0/nwdesk/article/6000797_3252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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