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조 선배' 이호준 코치, "NC에 SK 왕조 냄새가"

스포츠한국 윤승재 기자 입력 2020. 11. 30.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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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창원=윤승재 기자] “SK왕조 때의 냄새가 나는 것 같더라고요.”

NC 다이노스 이호준 타격코치는 한국시리즈가 한창 진행일 때 `기분 좋은 냄새'를 맡았다고 이야기했다. 주장 양의지가 선수들을 불러 모아 격려했을 때, 또 고참들이 힘이 빠졌을 때 후배들이 적극적으로 다가가 응원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코치는 “SK왕조 시절 났던 냄새가 났다”라며 흐뭇해 했다.

NC는 2020시즌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휩쓰는 창단 첫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2011년 창단한 지 9년 만에, 2013년 1군에 진입한지 7년 만에 이룬 쾌거다.

선수시절 이루지 못했던 NC 우승의 꿈을 지도자로서 해낸 이호준 코치였다. 이 코치는 “NC 역사에 영원히 남을 이름에 타격코치로서 내 이름이 올라가는 거에 대해 굉장히 영광이다”라고 전했다.

이호준 코치는 선수 때도 흘리지 않았던 눈물을 이번 우승 때 처음으로 흘렸다고 고백했다. 서로 부둥켜 안고 즐거워하는 선수들을 보면서 그동안 고생한 선수들의 노력이 생각나 울컥했다고.

스포츠코리아 제공

선수들이 그야말로 똘똘 뭉쳐 만들어낸 우승이었다. 주장 양의지가 고참으로서 어린 선수들을 이끄는 가운데, 나성범과 박민우 등의 선수들이 중간 다리 역할을 훌륭히 해내줬다. 어린 선수들도 고참 선수들 앞에서 주눅들지 않고 먼저 다가가 조언을 구하고 응원하는 등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이렇게 똘똘 뭉쳐 이겨내는 모습을 보면서 이 코치는 ‘왕조의 냄새’가 난다고 이야기했다. 이호준 코치는 선수시절 한 차례 왕조를 경험한 적이 있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 SK 와이번스에서 세 번의 우승을 거두면서 `왕조'를 이끈 바 있다. 이 코치는 그 때 당시 느꼈던 향수가 한국시리즈 도중 NC에서도 느꼈다.

“SK 때 선수들이 정말 똘똘 뭉쳤어요. 팀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고참이 있고, 중간 역할을 해주는 선수들이 있어 어린 선수들과 대화도 굉장히 잘됐구요. 어린 선수들도 고참들이 힘이 빠졌을 때 ‘힘내십쇼!’하는 모습도 있었어요. 그런데 이 모습이 NC에서 나오는 거에요. 한국시리즈 경기하는데 코치들한테 ‘SK왕조 냄새가 난다’고 이야기했죠. 이렇게 잘 뭉쳐간다면 NC도 왕조를 구축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결정적인 장면은 역시 주장 양의지가 선수들을 불러 모아 이야기한 장면이었다. 이호준 코치를 비롯한 코치진들은 코치와 선수들이 만나는 시간을 줄이고 선수들끼리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한 발 물러났다. 한국시리즈는 물론, 시즌 때도 마찬가지. 경기를 앞두고 기본적인 분석 조언만 했을 뿐 코치진들은 별다른 이야기를 건네지 않았다.

“선수들끼리 이야기하는 시간을 더 가지게 했죠. 코치들이 이야기하는 것보다 선수들끼리 말하고 약속한 것들을 선수들이 더 잘 지키고 잘 풀어나가더라고요. 양의지 팀 미팅도 그 일환이었어요. 코치들과의 미팅 시간을 줄이고 선수끼리 이야기하는 시간을 줬는데 꽤 오랫동안 미팅하더라고요.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선수끼리 잘 이야기해서 결국 좋은 결과 나오지 않았나 싶어요.”

SK 왕조 시절 이호준. 스포츠코리아 제공

한국시리즈라는 큰 경기를 앞두고도 마찬가지였다. 이호준 코치는 SK는 물론 2016년 NC에서도 한국시리즈를 경험한 베테랑이다. 가을야구 경험이 적은 선수들에게 이호준 코치의 조언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호준 코치는 별 다른 이야기를 건네지 않았다.

“선수들한테 별다른 조언이나 말은 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부담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있고, ‘편하게 해라’는 식상한 말도 싫었죠. 대신 선수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지켜봤어요. 그런데 선수들끼리 잘 헤쳐나가더라고요.”

이호준 코치는 2016년의 아픔이 오히려 이번 시즌 우승에 큰 자양분이 된 것 같다고 전했다. NC는 2016년 창단 첫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지만, 두산 베어스에 4전 전패를 당하며 아쉬운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4년 뒤 NC는 다시 만난 두산을 상대로 설욕에 성공하며 창단 첫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준우승 경험이 오히려 선수들에게 좋은 경험이 됐다고 봐요. 정신 무장도 됐고, 그 때 안됐던 부분들을 선수들 스스로 철저하게 준비했어요. 그 때 준우승의 아팠던 마음을 아직까지 잘 가지고 준비를 잘했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한국시리즈 6차전 6회말 타석 대기 중인 선수들을 지도하는 이호준 코치. 이 장면 이후 박민우의 쐐기 적시타가 터지면서 우승 승기를 잡았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특히 (나)성범이 같은 경우는 4년 전과 달랐어요. 이번 포스트시즌 보니까 투수들 구속이 2~3km 더 빨라졌는데, 성범이는 이걸 스스로 알고 간결하게 치려고 연습하더라고요. 4년 전이었다면 몰랐던 부분들을 이번엔 스스로 느끼고 고쳐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죠. 아마 메이저리그 진출하면 더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많을텐데 이 때 경험이 많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창단 첫 우승의 꿈은 이뤘고, 이제 NC는 왕조 구축을 향해 달려간다. 비록 ‘왕조의 냄새’는 난다지만, 이를 현실화시키려면 해결해야 할 부분들이 많다. 나성범의 메이저리그행과 김성욱의 군 입대 등 이탈한 자원들의 공백을 메워야 하고 기존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이 있을 때 언제든지 그 자리를 메울 수 있는 백업 선수들의 육성도 필요하다. 이호준 코치에게도 바쁜 겨울이 될 전망이다.

“2년 간 코치생활 하면서 많이 느꼈어요. 선수들의 컨디션을 잘 파악하는 게 첫 번째지만, 백업 준비도 그만큼 철저하게 해야 팀이 강해진다는 걸 배웠죠. 그런 의미에서 어린 선수들과 백업 선수들에게 조금 더 신경을 쓰려고 해요. 언제든지 나와도 주전이 될 수 있게 만드는 게 코치로서의 제 목표입니다. 그래야 왕조가 가능해질 거라고 생각해요.”

스포츠한국 윤승재 기자 upcoming@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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