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농구 득점왕에서 드래프트 낙방생 된 김준환 "나는 뛰고 싶다!"

김도환 입력 2020. 11. 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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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아쉽게 지명받지 못한 경희대 4학년 김준환

■ 대학 농구 득점왕의 드래프트 탈락 ' 미스테리'

끝내 김준환의 이름은 불리지 않았다.

'대학농구 득점왕의 이름이 호명되지 않다니?'
많은 농구인이 의아해했고 대학농구를 잘 아는 팬들도 의문을 품었다.

경희대 4학년 김준환은 2020 대학농구 1차 대회에서 평균 33.7득점을 올리며 득점 1위를 기록했고, 2차 대회에서도 22.7득점을 올렸다.

33.7득점은 2010년 이후 대학농구리그와 농구대잔치 기준 단일 대회 최다득점이다. 일부에서는 상대 팀 수비가 약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첫 경기 상대는 고려대였고 고려대를 상대로 무려 42점을 넣었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득점 수치였다.

언제나 드래프트가 끝나면 아쉽게 탈락한 선수들의 이름이 회자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 드래프트에 나온 경희대 4학년 가드 김준환(186.8cm, G)은 역대 가장 아쉬운 탈락자로 기록될 전망이다.

항간에 떠돌던 김준환의 모교 경희대 '왕따설'과 프로농구판 혈연, 학연에 대한 설들을 취재해본 결과 농구인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모 구단 스카우트는 "슈팅가드치고 신장(187㎝)이 작은 편인 데다 슈팅 가드로 출전하기엔 수비에서 약점이 있어 아쉽게 탈락했다. 학연, 혈연 보다는 구단의 냉정한 판단이었다"고 전했다.

반면, 익명을 요청한 전직 프로농구 지도자는 "김준환은 탈락했는데 평균 5득점이 안 되는 A 선수는 뽑혔다. 학연과 혈연으로 인해 떨어진 것이다. 연고대와 중대, 성대, 명지대까지 현재 프로농구 10개 구단 감독들과 학연, 혈연으로 엮여 있다. 몇몇 팀 감독들의 아들 학교까지 고려해보면 경희대가 왜 외면받았는지가 나온다"며 김준환이 희생양이었다고 말했다.

누구의 말이 진실일까?

어쨌든 김준환은 역대 드래프트 사상 가장 아쉬운 탈락자로 기록될 전망이다. 그리고 김준환의 모교 경희대는 24번째 열린 드래프트에서 사상 처음으로 한 명도 프로에 배출하지 못한 기록을 남겼다.

다음은 김준환과의 일문일답이다.

■ 김준환 "나는 뛰고 싶다! 농구공 다시 잡을 것!"

- 드래프트 떨어지고 어떻게 지내셨어요?

술만 마셨어요. 그냥, 하하하(호탕하게 웃음) 다 잊으려고요.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고 있었어요. 너무 실망했죠. 주변에서도 이건 말이 안 된다고 하시고요. 어떤 말도 위로가 안 되더라고요. 감독님(김현국 감독)도 정말 미안하다고만 하시고…. 계속 집에만 있었어요. 화상 수업 듣고요. 그래도 졸업은 해야 하니까요. 여행을 정말 가고 싶었는데요. 코로나 때문에 가지도 못 하고….

- 아쉽게 탈락했지만, 이번 드래프트를 마치고 얻은 점도 있을까요?

아쉬운 점도 많고 얻은 점도 많지만 지금 무척 힘든 과정에 있어서 생각이 잘 안 나네요. 제가 조금 더 성숙해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로 마음먹었어요. 득점왕이라는 자부심도 다 날아갔고요. 제 단점을 보완하지 못했던 부분이 조금 아쉽기도 하고요.

SK 자체 트라이아웃도 기억이 나는데요. 그렇다고 SK한테만 서운한 것은 절대 아니고요. 10개 구단 모두 다 사정이 있으셔서 저를 뽑지 못하셨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됐죠. 제가 무엇이 부족했을까? 왜 안 뽑혔을까? 이런 생각으로 바뀌고 있어요. SK 트라이아웃 때 6명 갔었는데요. 그중 2명은 됐어요. 정말 축하하고 싶은 마음이죠. 이번 일로 인해 저 역시도 짧지만 제 농구 경력을 되돌아보는 계기도 됐고요.

- 김준환에게 농구란?

농구란 제 인생의 전부였죠. 송도에서 농구할 때 정말 재밌었어요. 송도는 농구를 창의적으로 가르쳐주는 그런 곳이거든요. 농구하는 시간이 제 삶에서 제일 즐거운 시간이었죠. 중학교 2학년 여름 방학 때 테스트 보고 시작한 농구였는데요. 이제 몇 년 안 됐지만, 인천에서 농구 제일 잘하고 싶다는 꿈도 있었고요.
송도 한 학년 선배 형이 경희대 오라고 해서…. 하하 경희대 좋다고…. 그랬는데 가 봤더니 훈련량부터 거의 상상 초월이었던 것도 생각나고요. 그래도 지금까지 잘 달려오다가 이렇게 한번 잠시 쉬어가네요.

- 앞으로의 계획은요?

계획이요? 농구공 다시 잡아야죠. 다시 할 겁니다. 농구란 이놈! 낙방하고 나서는 그렇게 농구하기 싫었는데 이젠 다시 농구가 하고 싶네요. 다시 뛰고 싶습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기회가 되면 1년 후에 재도전해야죠.

김도환 기자 (kidoh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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