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told] 아무도 경계 않던 수원FC, 극적인 승격 이야기

이종현 2020. 11. 30.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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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이종현(수원)]

냉정하게 수원FC는 우승 후보로 평가받지 못했다. 승격청부사 남기일 감독의 제주유나이티드, 기업구단의 지원을 받으며 베테랑 황선홍 감독을 선임한 대전하나시티즌이 우승을 다툴 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2019년 폴란드 U20월드컵 준우승을 이끈 정정용 감독의 서울이랜드FC, 월드컵 4강 신화 설기현 감독의 경남FC에 비해 인지도 역시 부족했다.

2019시즌 8위였던 팀. 프로 감독이 처음인 김도균 신임 감독이 팀을 맡은 첫 시즌이라는 사실을 종합하면 수원의 선전을 예상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수원은 모두의 예상을 깼다. 시즌 내내 제주와 우승을 다퉜다. 정규리그 2위로 승격 기회를 잡았고, 29일 준플레이오프를 거쳐 올라온 경남과 1-1로 비겼다. 후반 종료 직전 안병준이 페널티킥을 성공하면서 2021시즌 K리그1에서 뛸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돌풍의 기미는 4월 23일부터 보였다. 코로나19가 잦아들 무렵이었던 4월 말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20시즌 K리그 최초의 시범경기(인천유나이티드vs수원FC)를 개최했다. 베일에 싸였던 김도균의 수원은 인천을 상대로 1-0 승리를 거뒀다. 연습경기였으나 수원이 보여준 공격 축구는 충분히 눈여겨볼 만했다.

수원은 시즌 개막전 대전에 1-2로 졌다. 그러나 선제골을 넣었고, 우승후보를 상대로 밀리지 않은 경기력을 보였다. 이후 3연승을 거뒀고, 7라운드부터 12라운드까지 6경기에서 5승 1무로 상승세를 이어 갔다. 15라운드부터 23라운드까지 7승 2무로 무패 행진을 이어 가면서 제주와 본격적인 우승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그사이 대전, 서울, 경남과 차이를 크게 벌렸다. 김호곤 수원 단장의 적절한 조언과 여름 이적 시장에서 적재적소에 선수(공격수 라스, 미드필더 정재용)를 보강해 준 구단의 지원이 수원의 상승세에 큰 주춧돌이 됐다는 평가가 많다.

남기일 감독은 수원의 돌풍을 이렇게 묘사했다. “예상치 못한 팀이 올라올 때가 있어요. 그게 축구고, 그 팀이 준비 잘해서 올라온 거죠. 올 시즌엔 그게 수원이었습니다. 수원이 치고 올라오니 다들 놀랐고 경계했습니다. 우리 선수들도 수원의 결과를 지켜보더라고요. 선수들에게 ‘수원이 잘하는 건 고맙다. 수원이 잘해서 여러분이 움직이고 더 나아가고 성장할 계기가 될 것이다. 나는 수원이 잘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정말 잘하더라고요(웃음).”

수원은 24라운드 전남드래곤즈에 3-4로 지고, 사실상 우승 결정전이었던 25라운드 제주 원정 맞대결에서 0-2로 패배하며 다이렉트 승격은 좌절됐다. 수원은 3위 경남과 승점 15점 차로 정규리그를 마쳤다. 수원과 제주는 올 시즌 다른 차원의 팀이었다. 플레이오프를 앞둔 설기현 경남 감독조차 수원을 한 수 위의 팀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수원이 잘하니까 승격할 거다.” “이기고 싶은 생각은 많다. 시즌 내내 3경기 하면서 다양한 방법을 썼는데, 안 되더라.”

김도균 감독의 지도력을 높이 보는 시각도 많다. 지난 25라운드 수원전 이후 만난 김현희 제주 단장은 과거 울산현대에서 함께 일했던 김도균 감독을 칭찬했다. “인품이 좋고 지도력을 갖춘 좋은 사람”이라는 게 김 단장의 평가다.

주전 공격수 안병준의 말에서도 김현희 단장의 말을 이해할 수 있는 단서가 있었다. 그는 승격 결정이 된 이후 기자회견에서 “올해 김도균 감독님이 새로 오고 새로운 선수들도 많이 팀에 합류했다. 작년과 팀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다. 1년 동안 리그를 하면서 안 좋은 시기도 있었는데, 그럴 때 감독님과 선수들이 서로 ‘좋지 않은 걸 잘 해결하자’라는 긍정적인 분위기가 많이 있었다.”

김도균 감독은 수비 지역에서 불필요하게 볼을 돌리는 것보다 공격 진영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패스를 보내서 적극적으로 득점을 노리는 전술 철학을 가지고 있다. 그는 자신의 철학을 곧게 세웠다. 팀은 시즌 득점 1위(52점)로 시즌을 마무리했고, 주포 안병준은 20골로 득점왕에 올랐다. 김도균은 경기 후 "부임 초에 선수들과 다짐했던 건 공격적인 축구였다. 전방에서 물러서지 않는 축구를 하자고 했고 준비도 그렇게 했다. 그게 어느 정도 잘 된 것 같다. 안병준, 마사라는 K리그2에서 막강한 선수가 있어 공격 축구가 가능했다"라며 생각했던 공격 축구로 시즌을 보냈다고 평가했다.

냉정히 플레이오프 단판 승부만 평가하면 경남 경기력이 더 나았다. 21일과 25일 경기를 치러온 경남은 갈수록 선수들의 컨디션이 올라왔다. 설기현 감독이 “시즌 최고의 경기력이었다”라고 자평할 만했다. 유현 골키퍼의 선방이 아니더라도 경남이 문전 처리 미숙으로 놓친 결정적인 찬스가 3~4개는 됐다.

반대로 수원은 11월 7일 안양FC와 경기 이후 22일 동안 경기를 치르지 못해 실전 감각이 부족했다. 공에 대한 반응이나 세컨드볼을 따내는 능력 등 모든 게 밀렸다. 김도균 감독이 경기 이후 “설기현 감독에게 굉장히 미안하다. 경기 내용을 보면 좋지 않았다. 경남이 올라가도 충분한 자격이 있었던 경기였다”고 말한 이유다.

수원은 올 시즌 압도적인 2위 팀이었다. 정규리그에서 경남을 세 번 만나 모두 이겼다. 네 번째 만남이자 플레이오프 위기의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경기 종료 직전 극적인 득점으로 승격 기회를 잡았다. 김도균 감독은 안병준이 페널티킥을 성공하자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시즌을 이렇게 회고했다. "수원이 K리그2에서 주목받지 못했는데 우리가 해냈다. 그래서 구단 선수들, 코칭스태프 모두 한 시즌 고생했다고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 아무도 경계하지 않고 주목하지 않았던 수원의 시즌 결말은 해피엔딩이었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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